똑똑- 다급하게 들리는 노크소리에 너정은 고개를 들었어. 대답하지도 않았지만 이미 문은 열렸고, 노크소리만으로 예상 가능했던 사람이 들어와 문을 닫았어. "누나! 오늘 점심은 학식?" 기다란 기럭지가 과 사무실 문에 기대 있어. 너정은 사실 속으론 그가 언제쯤 올까 내심 기대 했었지만 귀찮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지. "줄리안. 과 사무실에 마음대로 들어오지 마." "왜? 난 교환학생으로 이 학교에 다니는 중이고, 그렇다면 엄연히 나도 이 학교 학생인데 내가 학교 사무실도 못 들어와?" 하나도 빠짐없이 맞는 말만 하니, 저 오리 주둥이를 때려주고 싶었지만 때릴 명분이 없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워. "그래도 다른 과 과사무실에 함부로 들어오는 거 아니야. 나 오늘 점심 안 먹을 거니까 너나 가서 먹어." "뭐? 그런게 어디 있어!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한국인은 밥심인데, 밥도 안 먹고 일이 되겠어?" 누가 누구더러 금강산도 식후경이네, 한국인은 밥심이네 하는지. 그러는 벨기에인들은 얼마나 삼시세끼 잘 챙겨먹는다고. "지아 불러서 먹어. 난 오늘 생각 없어." "에이, 그러지 말고! 내가 정문 앞에 맛있는 감자탕집 알아왔는데? 고기도 많고 반찬도 완-전 맛있대." "지아 불러줄까?" 너정이 핸드폰을 들어 흔드니 줄리안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 너정이 잠시 그의 표정을 살피다 핸드폰 화면을 켰더니 홱, 폰을 빼앗아갔지. "에~ 누나 왜그래....." "줄리안-" 눈썹을 찌푸리고 그를 쳐다보자 너정의 핸드폰을 그의 뒷주머니에 대충 넣어. "이리 내 놔, 핸드폰." "누나, 나랑 같이 교환학생으로 온 터키인이 이런 말을 알려줬어." 엥? 무슨 말을 하려고? 그리고 이어지는 더듬더듬, 속담 기억해내기. "너를....뭐랬더라, 해치지 않는 뱀? 물지 않는 뱀? 뱀 맞나? 아무튼 그런거는 100년을 살아도 상관 없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한쪽 눈썹은 올리고, 한쪽 눈썹은 내리고. 너정 특유의 표정을 짓고 그를 올려다보니 멋들어지게 씩, 미소짓는 줄리안. "너랑 상관 없는 건 오래 살아도 된다는 뜻이야." ....그런 뜻 아닌 것 같은데. "윤지아가 점심을 먹건 말건, 어디 있던 나랑 상관 없다는 말. 그러니까, 누나." 줄리안이 사무실 책상에 몸을 기대고 웃음기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봐. "나랑 점심 먹자." 너정은 얼른 눈을 피해. 볼이 좀 화끈거리지만 줄리안이 알아차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니, 애초에 줄리안의 교환학생 적응 봉사활동을 맡은건 대화 속 윤지아란 아이인데, 줄리안은 몇 주 전부터 지아의 연락은 잘도 피하면서 꼭 과 사무실까지 너정을 찾아왔지. 그리고 그 때쯤, 문밖에서 두런두런 소리가 들려와. "야. 지금 점심시간인데 조교언니 없는 거 아냐?" "있을걸? 누나 점심 거의 안 드시던데." "어? 뭐야." 문밖 인기척과 목소리가 멈췄어. "점심 드시러 가셨나봐." "으이그. 내가 수업 다 끝나고 오자고 했잖아." "그 시간에 집에 가실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 과 사무실 밖에 서 있던 학생들이 문 손잡이도 잡아 돌려보았지만 줄리안이 어느 새에 잠갔는지, 열리지 않아. "문 잠겼다, 야." "내 학생증...." "잃어버린 니잘못이야." "이따가 다시 같이 와줄테니까 밥좀 먹으러가자. 배고파서 죽을거같아."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있던 너정이 줄리안을 쏘아보았어. 줄리안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만 머금고 있었지. 문을 잠근 건 그렇다 치고, 문밖 부재 표시판도 식당에 갔다고 밀어 놓은 거야? "줄리안 퀸타르트." "자, 이거 줄 테니까 밥 먹으러 가자." 줄리안이 마치 선심쓰듯 너정의 핸드폰을 건네. 너정은 줄리안을 쏘아보다 핸드폰을 받았고, 깊숙히 숨기곤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어. "가서 먹고 와." "헐?! 누나! 이런 법이 어디 있어! 내가 같이 밥 먹자고 핸드폰을 줬고, 누나가 그 핸드폰을 받았다는 건 알겠다고 한 거 아니야? 이건 완전 비겁해!" ".....하아." 너정이 한숨을 내쉬며 줄리안을 바라봤어. "난 배가 고프지 않아." "....진짜 너무하네. 철벽이 너무 심하잖아." 줄리안이 투덜거리며 나가려는 듯 발걸음을 옮기자 너정은 속으로 아쉬움 반 한숨 반. 뭐 어쩌겠어. 다시 모니터로 눈길을 돌렸지. "누나. 그럼-"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기가 무섭게 너정의 볼에 짧게 닿은 줄리안의 입술. "저녁은 나랑 꼭 먹기." "너, 너-!" "왜! 난 이제 왕따처럼 혼자 점심 먹게 생겼는데 이 정돈 해줘야지!" "그게 내 탓이야?!" 너정이 어이없다는 듯 소리쳤지만 줄리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 마디도 지지 않아. "그럼! 당연히 누나 탓이지!" "....하?!" "누나도 나 좋아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고." 흥흥거리며 적반하장으로 밀고 나오는 줄리안이야. 불만스러운 쿵쿵 발걸음으로 과 사무실을 나서. "누나 또 물리과 남자조교랑 밥먹다 걸리면 혼난다!" 쾅. "....하하." 누가 누굴 혼낸다는건지. 나 참. *** 줄리안은 또 첨이라 막 떨리고 그러네 ☞☜ ㅋㅋㅋㅋㅋ 낼 못올리니까 미안해서 두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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