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처음 만났을 때 얘기해볼까? 정말 별 건 없지만..
우리 학교가 시골?만큼은 아니고 약간 구석진 곳에 있는데 원래 있던 어떤 선생님분이 뭔진 모르겠는데 나가게 되셔서 갑자기 티오가 나가지고
선생님이 처음으로 발령난 학교가 우리 학교! 진짜 그 분이 아니였다면 난 우리 선생님을 못 만났겠지.. 이런 거 보면 진짜 운명이라는 게 있나봐..ㅋㅋ
아무튼 그래서 입학식? 담임 선생님들 소개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우리 선생님을 봤는데 너무 예뻤어.
뭐 입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진짜 예뻤다는 기억은 확실히 난다. 막 선생님 소개되니까 남자애들이 미친듯이 환호하고 그랬어ㅋㅋㅋㅋㅋ
그러고나서 1학년 때는 내가 선생님이랑 마주칠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왜냐면 나는 뒷반이었는데 선생님은 앞반 문학 담당이셨고
내가 부반장이였어서 교무실 갈 일도 자주 있었을텐데도 불구하고 우리 담임선생님은 학년실에 계셔서 도통 마주칠 기회가 없었지..
그래도 복도에서 마주치면 내가 인사 열심히 했거든. 그 땐 막 좋아하고 호감 있어서 인사했다기 보다는 젊고 예쁜 쌤이셔서 잘 보이고 싶은? 그런 마음이였던 듯.
근데 지금 선생님이 하는 얘기 들어보면 진짜 인사 안 하게 생겨가지고(?) 맨날 마주칠 때마다 인사 예쁘게 해줘서 고마웠대. 우리 학교애들이 버르장머리가 없어서 인사같은 거 잘 안 하거든... 내가 많이 반가웠을거야..
어느 날은 선생님이 노트북이랑 애들 공책을 위에 한껏 쌓고 교무실 쪽으로 가는데 나도 마침 교무실 가는 길이라 뒤에서 걷고 있었거든. 처음 볼 때부터 위태위태해 보이더만 결국 공책이 몇 개 와르르 쏟아졌어.
그래서 선생님이 그거 줍는다고 쭈그려 앉았는데 바지가 내려가서 살이 다 드러나는거야. 가뜩이나 우리 학교 공학에다 쓰레기 남자넘들 많은데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러나싶어서 바로 다가가서 내 다리로 선생님 뒤에 가려주고 옆에 공책 몇 개 주워서 주니까
선생님이 "어? 고마워ㅠㅠ" 이러는거야. 그래서 내가 "선생님 뒤에 살 다 보였어요." 하니까 선생님이 막 눈 동그래지면서 "헐 진짜?ㅠㅠㅠㅠ" 이러길래 "근데 저가 다리로 가려서 아무도 못 봤을걸요." 했는데 선생님이 고맙다면서 이 은혜는 잊지 않겠다면서 그러는데 또 막 공책이 옆으로 쓰러지려고 해서 내가 딱 잡으면서
"이런 건 애들 시키세요. 우리 문학 담당쌤은 애들 다 시키시는데." 하니까 선생님이 그런 방법이 있었네.. 하면서 바보같이 고개 끄덕이고 내가 공책 들어줘서 같이 교무실 들어가고 그랬었다ㅋㅋㅋㅋㅋ 그때가 처음으로 짧지만 대화다운 대화?했던 날.
그리고 내가 글 쓰는 걸 좋아해서 1학년 가을? 쯤에 학교에서 백일장 하는 걸로 글 썼다가 학년 말고 학교 전체 통틀어서 장원을 받았단 말이야.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고 기뻐서 여느 때처럼 책상에 고개를 박고 쿨쿨 자고 있었는데 누가 나 자는데 눈 앞에다가 손을 막 살살 흔드는거야. 천천히 눈 떠보니까 우리 선생님이야. 내가 눈 뜨니까 "어! 깼다." 하고 막 빙구처럼 씩 웃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가 쓰니 맞제." 해서 "네..." 하면서 잠을 너무 많이 자서 목소리 다 잠긴 채로 말하니까 막 선생님이 다름이 아니라 니가 백일장에서 쓴 글 어디 싸이트였나 아무튼 거기다가 올려도 되냐고 물어봐서 잠결에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네.. 네.." 이러니까 선생님이 내 머리 손으로 눌러서 다시 책상에 눕혀주면서
"곤히 자는데 깨워서 미안해~"하고 톡톡 두드리고 갔어. 선생님 나가고 어.. 기분 좋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꿀잠잤다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이 처음 만나고 얼마 안 돼서 얘기해줬는데 그 때 내가 너무 곤히 자고 있었는데 자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깨우기가 힘들었대ㅋㅋ 그래서 막 소심하게 손만 자꾸 흔들고 그랬나봐ㅋㅋㅋㅋ 귀여워라ㅠㅠㅠㅠ
그 때부터 막 노는 애들이랑 같이 다녀서 공부도 못 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글 쓰는 것도 잘 하고 선생님들이 내 칭찬하는 것도 귀에 들어오고 그래서 마주칠 기회도 없었는데도 호감 생기고 그랬대. 그래서 막 시험이나 모의고사같은 거 칠 때 감독관으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내가 눈에 들어오고 괜히 푸는 모습 쳐다보고 그랬었대.
난 몰랐었는데 듣고 깜짝 놀랬었어. 기분 좋더라 흐흐.
그리고 2학년 돼서 선생님이 우리 문학 담당이 되셔가지고 진짜 기뻤어. 같이 수업해보고 싶었거든. 근데 예상대로 수업 잘 가르치시고 열정적이셔서 호감이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은 글 쓰는? 시간이 따로 있거든. 그래서 애들이 글 써서 내면 선생님이 밑에다가 코멘트를 달아주시는데
나한테 달린 코멘트는 엄청 길더라고. 다른 친구들이 봐도 와, 길게 써주신다. 할 정도로 길게 써주고 애들은 그냥 내가 글을 잘 써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고..
근데 그 코멘트 같은 걸 읽어보면 막 지적하는 것도 이건 이렇게 쓰는 게 나을 것 같아. 하고 괄호 치고 안에다가 '그렇다고 네가 글을 못 쓴다는 건 아니구.. 지금도 충분히 완벽한데 이것까지 고치면 정말 좋은 글이 될 것 같아서..^^' 막 이렇게 적혀있고ㅋㅋㅋ 뭔가 소심해보였어ㅋㅋㅋㅋㅋ
근데 다른 애들 꺼 보니까 막 단호하게 틀렸다고 적어놓고 그런 거랑 내 코멘트는 막 길고 그런 거랑 보면서 혼자 뿌듯해하고 그 때부터 내가 선생님한테 호감 생기기 시작한 것 같아.
그래서 썸? 탈 때는 내가 글 다 쓰고 밑에다가 '쌤 오늘 옷 예쁘시네요ㅋㅋ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나 선생님이 아프다고 하시면 '선생님 아프지 마세요. 그럼 제가 많이 속상하잖아요.. 흡. 힘내세요!!' 같은 거 써놓고 그랬어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이 말하기를 내 공책 보는 게 제일 설레고 기분 좋고 행복했대ㅋㅋ 예~~!!
그렇게 적어놓으면 막 내가 써놓은 거 하트 쳐놓거나 코멘트로 '...♥' 같은 거 해놓고 아프지 마라고 했을 땐 '쓰니 너밖에 없당..ㅠㅠ' 같은 거 코멘트 달아주고 그랬어ㅋㅋㅋㅋㅋㅋ
음.. 오늘은 여기까지 써야겠다. 내가 기억력이 안 좋아서 자세히 기억도 못 하고 글 쓰려고 키보드 잡으면 막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그런단 말이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썰 풀어달라고 그러는데 무슨 썰 듣고 싶은 거 있어? 다음엔 그거 풀러올게..ㅎ 불마크 달릴 일은 없을거야.. 시험기간이잖아?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줘! 댓글은 맨날맨날 확인하니까.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