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라일러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교에서였다. 나는 학교에서 아직 적응하지 못 한 동양인 유학생이었고 라일러는 달랐다. 라일러는 출생부터 특이하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아니 특이라고 하기 보다는 특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는 처음 세상 밖을 나왔을 때부터 파파라치를 몰고 다니던 사람이었다. 그것은 라일러가 유명 투자기업의 차남이었기 때문도 있었고 훌륭한 매너를 가지고 있어서기도 했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라일러의 외모 때문일 것 이라고 나는 확신했었다. 그 때만 해도 나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었다. 라일러는 유명인 이었고 나는 동양인 이라는 것 밖에는 특별한 구석이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게 우연의 시작일 것 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우연이라고 우길 수도 없는 인연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그의 회사에서 비서보다 더 많이 그의 얼굴을 보는 직원이 될 것 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나를 직접 픽업해서 함께 선상파티에 동행할 것 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
나는 라일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 시선이 느껴졌는지 라일러는 고개를 아래로 내려 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하여간 재수 없게도 이 나라 사람들은 평균 신장인 나를 꼬맹이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키가 컸다.
“진, 내가 그렇게 좋아?‘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아니면 나를 그렇게 뜨거운 눈빛으로 쳐다볼 이유가 없잖아?”
“정말 몰라서 묻는 거냐?”
“알고 있지,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너 정말 나 짜증나 죽는 모습을 봐야겠냐?”
“이런, 진 아직 계약기간이 5년이나 남았어. 죽으면 곤란하다고.”
“지금 그게 문제야?!”
“당연하지. 진 계속 까먹나 본데 나는 사업자야. 직원이 죽으면 곤란하지.”
“내가 자살을 하는 날에는 꼭 타자기에 라일러라고 써놓을 거야. 그 때 가서 감옥에서 후회해도 늦었어.”
“나는 네가 이렇게 나를 협박할 때 너무 섹시하더라. 바로 네 셔츠를 찢고 싶을 정도로.”
“그거 직장 성희롱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너는 너무 잔인한 말인걸? 내 진심을 성희롱으로 치부하다니 너무하다고.”
라일러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던졌다. 어떤 여자라고 그의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만큼 매력적인 미소였다.
“그런 이상한 말 하지 말고. 왜 이 선상파티에 나를 데려가는 거야?”
“글쎄...그냥?”
“너 진짜 미쳤구나?”
“재밌잖아.”
라일러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어쨌든 이렇게 직접 픽업까지 하면서 데려가는 거니까. 잘 하라고.”
“무슨 소리야? 뭘 잘하라는 건데?”
“그냥 별거 아니야.”
“그러니까 그 별거가 뭔데?”
“진, 그렇게 궁금한게 많으면 다치는 법이야.”
나는 라일러를 노려 봤다. 그리고 라일러는 내 그를 노려보던 내 눈을 자신의 그 큰 손바닥으로 가리며 말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말라고. 자, 이제 내리도록 하지. 다 도착한 것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