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고 계셨어요?
저는 올해 들어서 인티에 거의 접속을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간간이 들어올 때마다 기다리고 있다는 독자님들 댓글이 달려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아직도 이 글을 기다리고 봐주시는 분들이 계실까 싶지만요, 한 번 적어보려고 해요.
저희는 800일이 조금 지났고 여전히 서로를 누구보다 예쁘게 바라보는 연애를 하고 있답니다 ;*)
같은 아파트에 살던 시절은 다 지났고 제가 대학 진학을 하면서 이사를 왔어요,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거리지만 일주일에 못 봐도 4번, 많이 볼 땐 일주일 내내 보기도 하고 슬이도 방학하고 쓴이도 방학한 현 시점에서는 슬이 집에서 거의 살다시피하네요.
기억나는 일상들을 천천히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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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행다녀온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몇 개월 전에 속초로 여행을 다녀왔어
바다 바로 앞에 있는 숙소로 잡았는데 정말 좋았던 게 창문을 열어놓으면 침대에 같이 누워서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거.
우리 둘 다 어디 돌아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1박 2일 동안 내내 숙소에서 먹고 자고 영화보고 바다 보고 불꽃놀이 보고 밤에 해변 걷고 그랬어
테라스에서 고기 구워먹고 나 먼저 씻고 나왔는데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꼭 안으면서 보고 싶었다고 여기 앉아 봐! 하더니
침대에 끌고 가서 머리 빗겨주고 에센스 발라주고 아가 머리 말려주듯이 조심스럽게 머리 말려주는데 사랑받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 행복했어
그리고 슬이가 씻으러 들어갔는데 내가 그동안 설거지하려고 달그락달그락 거렸거든, 그랬더니 얼굴에 클렌징폼 잔뜩 묻혀놓고 눈도 제대로 못 뜨면서
문 열고 나와서 "아니야! 쓰니야!! 하지마!! 너어.. 설거지 하지 말라해찌!!" 하는데 그게 왜 이렇게 귀여운지 셔터 눌러대니까 부끄럽다고 욕실에 들어가는데
내가 욕실문 열고 "그럼 설거지 안 할테니까 여기서 씻는 거 구경해도 돼?" 했더니 스토커라면서 나가라고 얼굴 가리고 ㅋㅋㅋㅋ 귀여워
슬이가 씻고 나왔을 때는 또 내가 머리 빗겨주고 말려주고!
둘 다 옷 입고 밤산책하려고 바다로 나가서 걷는데 안개가 많이 껴서 바다가 안 보이고 그냥 온통 까만 거야
그게 참 무서우면서도 좋더라. 미지의 공간에 우리 둘만 있는 기분이랄까, 그랬어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벤치에 앉아서 이 얘기 저 얘기하는데 그중에 기억에 남는 얘기가 있었어
"쓰니야, 있잖아. 나는 책임지는 걸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다? 책임감은 강한데 그걸 지는 게 너무 싫어. 근데 내가 너는 꼭 책임지고 싶어.
내 사랑해의 의미는 그 뜻이야. 내가 널 책임지고 싶다는 거.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잃어도 어떻게든 돈을 벌어서 쓰니가 먹고 싶다는 거 다 먹게 해줄 거고
갖고 싶다는 거 다 사줄 거야, 나는 너한테 꼭 그럴 거야. 나는 있잖아, 쓰니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걸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어. 내가 어렸을 때는 내가 하고 싶어한 걸 하라고 응원해준 사람도, 밀어준 사람도 없었거든, 그리고 나는 그게 아직까지도 슬퍼. 하고 싶었던 일을 끝까지 하지 못한 거. 근데 쓰니는 안 그랬으면 좋겠어. 그래서 뭐든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다 해 봤으면 좋겠어. 내가 도와줄게 나 믿고 살아 쓰니야."
나는 슬이가 해 준 이 말이 그렇게 가슴에 꽂히더라. 자꾸 생각이 나. 그냥 자꾸 생각이 나
그래서 내가 슬이한테 그랬어,
"슬아, 나한테 있어서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는 어떤 거냐면.. 이 사람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취하고, 어떠한 상황에 처하게 되든 밉지 않겠다, 다 품어줄 수 있겠다. 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슬이가 나한테 어떤 모진 말을 하고 미운 행동을 해도 안 미워할 거야. 미워할 수가 없을 거야. 내가 너를 계속 사랑할 거라는 확신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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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통화 연결해놓고 각자 할 일 하거든?
저녁에 언니 퇴근하고 들어와서 씻고 그때부터 통화해서 재잘재잘거리다가 각자 저녁 차려먹고 할 거 하면서 생각나는 거 있으면 얘기하고 그러는 편인데
그러다가 한참 말이 없으면 슬이 자는 구나 싶어서 음소거로 해놓고 내 할 일 하고. 나는 밤낮이 바뀌어서 아침까지 깨어있는데 슬이는 방학에도 학교 나가야 돼서 일찍 일어난단 말이야. 아침 7시쯤 되면 슬이가 일어나서 ㅇ으응... 하는 소리가 들려
그럼 음소거 풀고 일어났어? 잘 잤어? 하고 깨워주고 그래
슬이가 자면서 악몽을 자주 꾸는 편이라 자는 중간에 깰 때가 많아 그래서 슬이가 자도 안 끊고 있어 달래주려고! 그러다 보니 이게 당연해진 것 같아
맞아 한 번은 그런 적 있다. 슬이가 학교 도착할 때까지 통화 계속 하다가 교무실 들어가면 그제서야 끊는 편인데 언젠가 슬이가 나한테
"전화 안 끊고 있을게. 나 일하는 소리 듣다가 자" 하는 거야
근데 어떻게 자
애 인 이 일 하 고 있 는 데 ! ! ! 섹 시 한 데 ! ! ! 어 떻 게 자
내가 슬이 학교 목소리 진짜 좋아하거든 너무 섹시해....
적당히 차분하고 친절하면서도 딱딱하고.. 하아......
타자기 치는 소리 타닥타다닥.... 동료 선생님들한테 대답하는 건 왜 또 섹시해..
아침부터 학생들이 찾아와서 수다 떠는데 웃음소리 왜 사랑스러워..
누가 그렇게 사랑스럽게[ 웃어주래.....
수업 다녀와서 이어폰에 대고 조그맣게 "나 다녀왔어! 내 목소리 듣고 싶으면 언제든지 카톡해! 목소리 들려줄게!"
하고 속삭이는데 대답해도 어차피 슬이가 못 들으니까 내적으로 크게 대답하고 귀여워서 이불 빵빵 차고 그래 엉엉 ㅜ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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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저곳 아픈 곳이 많아서 병원을 자주 가는 편인데 하루는 혼자 병원 가기가 너무 무서운 거야
그래서 병원 가려고 나왔는데 무서워서 집 앞에 혼자 계속 서있다가 슬이한테 "슬아 나 병원 가려고 나왔는데 오늘따라 혼자 병원가기 너무 무서워" 하고
카톡을 보냈더니 슬이가 "지금 갈까?" 하는 거야
그날 슬이 쉬던 날도 아니었고 출장간 날이었는데.. 그래서 그 카톡보고 괜히 걱정시키기 싫어서 발 빠르게 태세전환
"아니야 근데 쓰니 누구보다 씩씩해서 괜찮아! 나 병원 와서 접수했어!" 하고 카톡 보내놓고 진료 받고 검사 받고 치료까지 다 받고 나왔는데 슬이한테 부재중 3통이 와있는 거야. 무슨 일 있나 싶어서 전화했더니 "쓰니야 어디야? 병원이야? 치료 받고 나왔어? 나 지금 갈게"
".....? 오늘 출장갔잖아...할 일은 다 했어?" "응! 다 했어! 학교로 안 들어가고 바로 퇴근해도 돼! 나 지금 갈게 집에서 쉬고 있어!" 하는 거야
그래서 슬이 올 시간 맞춰서 터미널에 가있었는데 버스에서 누가 자기 몸통만한 쇼핑백을 들고 끙끙거리면서 내리는 거 보고 아.. 슬이야... 했지
"헤엑. 이게 다 뭐야?" 하고 물었더니 "쓰니 아까 케익 먹고 싶다고 했었잖아! 투썸 가서 여기 있는 거 다 주세요 하고 종류별로 다 사왔어 언니 멋있지" 하고 브이하는데
아 이 여자를 어떡하지 .... 쇼핑백 열어보니까 케익이랑 달달한 거 잔뜩 사왔더라
너무 고마워서 계속 고마워 고마워 하는데 병원 같이 못 가줘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라. 무서운데 혼자 보내서 미안하다고.
있잖아 독자님들 나 그냥 이 여자랑 평생 같이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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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장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만날 수 있는 이유 ; 슬이가 퇴근을 여기로 한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서 옷까지 다 갈아입었으면서 "안되겠어 너무 보고 싶어 보러 갈래" 하고는 다시 주섬주섬 옷 챙겨입고
두 시간 운전해서 집앞까지 오는 사람이랑 연애하고 있습니다
이유 2
슬이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슬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기
집 청소하고 저녁 해놓고 올 시간 맞춰서 창문으로 빼꼼 보고 있다가 슬이가 걸어오는 모습 보이면 문앞에서 짜잔!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거 너무 즐겁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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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스승의 날!
스승의 날 ; 당당하게 슬이 일하는 거 볼 수 있는 날
이런 좋은 날을 놓칠 수 없지
맛있는 거 잔뜩 들고 학교가서 1층 교무실에 갔어
그 교무실이 일단 제일 크고 나랑 가깝게 지냈던 선생님들이 제일 많이 계시고 무엇보다 슬이가 거기 있어 헤헤
근데 내가 슬이 몰래 간 거거든 그래서 슬이 자리가 어딘지도 몰랐고 일단 들어갔어!
들어가자마자 나랑 제일 친했던 쌤이 보이는 거야 (5회글에 보면 나랑 슬이랑 붙어있어서 질투난다고 하셨던 그 쌤!)
내가 반가워서 어?! 했더니 그 쌤이 나 보시고는 쓰니야아아~!!! 하고 달려와서 보고 싶었다고 꽉 안아주시는데 진짜 반가웠어 ㅠㅜ
그 쌤이랑 한창 얘기 나누고 있는데 슬이가 나 발견하고는 진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슬금슬금 내 옆에 와서는 "선생님 얘 왜 여기 있어요?"
왜 여기에 있기는 너 보러 왔지
그리고서 슬이 자리에 가려고 했는데 그 쌤이 너무 반갑다고 다음 시간 수업 없으니까 근처 카페 가서 얘기라도 하자고 하셔서 슬이 볼 시간도 없이
바로 나갔다.. 슬이는 수업 있어서 같이 못 나오고 ㅜㅜ
얘기 좀 나누다가 선생님 수업 준비하셔야 한다고 하셔서 40분?정도 같이 있다가 들어와서 쌤한테 슬이 자리 알려달라고 해서 수업 끝나고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종 치자마자 급하게 교무실 들어와서 두리번두리번거리는 거야 ㅋㅋ 그래서 내가 슬이 앞에 가서 "선생님. 저 찾아요? 뭘 그렇게 급하게 들어오세요" 하니까
아닌 척하면서 내 팔목 잡고 자기 자리로 데리고 가더라 ㅋㅋㅋ 귀여워 진짜
자리에 앉아서 포스트잇에 뭘 막 적길래 뭔가 했더니 "다른 선생님한테 한 시간 양보했으니까 점심시간은 나랑 보내. 질투나"
아 진짜 아가 ㅜㅜ
그때가 4교시였는데 슬이가 수업 없는 시간이라서 미리 나가서 맛있는 거 먹기로 했는데 뭐 할 거 있다 그래서 옆에 앉아서 잠깐 기다리면서
일하는 거 보는데 세상 섹시.. 진짜 내 여자친구 제일 섹시해
예쁜 게 최고야 볼 때마다 짜릿해
학생들 몰려와서 슬이한테 질문하는데 작년 쓰니 모습 같고 ^^
열심히 설명해주는 모습 또 멋있어서 반했꾸
내가 설명해주는 거 듣다가 "슬이쌤 설명 진짜 잘해주시지 않아요?" 했더니 후배들이 맞다고 그래서 수업 때 한 명도 자는 사람 없다고 그랬어 ㅜㅠ 내 새끼 ㅜㅜ
선배님이세요? 하고 말똥말똥 물어보길래 "어 맞아요! 올해 졸업했어요" 했더니 작년에도 슬이쌤 인기 많았냐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인기 진짜 많았죠~ 제가 슬이쌤 매일 따라다녔어요" 했더니 슬이가 옆에서 "맞아 이 언니가 선생님 엄청 따라다녔어~ 맨날 했던 질문 또 하고 맛있는 거 만들어서 갖다주고 수업 끝나고도 졸졸 따라다니고~" "그래서? 싫었어요?" "아니 너무 좋았다고~"
우리가 티격태격하니까 학생들이 전교에서 제일 예쁜 쌤이라고 소문나서 그럴 만도 하다고 근데 저는 언니 따라다니면 안 돼요? 하고 훅 들어오더라
17살 아가.. 우리가 세 살 차이 밖에 안 나지만.. 안 돼...
언니 너무 예뻐요! 학교 또 언제 오세요? 번호 알려주시면 안 돼요? 하는데 귀여웠어 ㅋㅋ
더 귀여웠던 건 슬이 반응 ㅋㅋㅋㅋㅋㅋㅋㅋ
"자! 너네 이제 궁금한 거 다 물어봤지? 수업 곧 시작한다~ 빨리 올라가~! 이 언니 번호는 선생님이 허락 못해~ 빨리~" 하고 급하게 보내는데
내가 귀여워서 "아니에요 저 괜찮아요! 번호 줘도 되는데?" 하고 주려고 했더니 팔목 잡고 쓰읍! 하고 인상 쓰는 거야 ㅋㅋㅋㅋ
그래서 "다음에 언니 또 올게요! 다음에 봐요" 하고 슬이랑 밥 먹으러 나왔어
차 타고 학교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갔는데 학교 벗어나자마자 내 손 잡고
"너어.. 누가 그렇게 함부로 번호 주고 다니래! 누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 그리고 아까 쌤이랑 나 두고 나가니까 좋았어? 둘이 막 안고 화기애애하던데? 응? 좋았어?"
질투하는데 슬아 나 너 보러 왔어 너 보러
너 보고 싶어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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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잡에 쓰는 글은 항상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 같아요
한참 쓴 것 같은데 분량은 많지 않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네요..?
이번에 글 업로드하면 또 한참 뒤에나 오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