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푼젤 01
층간소음 히키코모리도 집밖을 나오게한다.
쿵쿵, 쿵, 쿵쿵 쿵쿵.
망할 놈의 윗집 새끼 발소리, 아침부터 저러는 거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 윗집이 이사 오고 나서부터 직업 특성상 아침에 잠이 드는 은우는 잠을 제대로 들지 못했다. 세상에서 잠이 제일 중요했던 은우는 오늘로 근 세 달간 제대로 잠에 들지 못해 예민함에 극에 치달았고 29년 인생 두 번째 느껴보는 살인 욕구가 들기 시작했다. 1년에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외주 미팅이나 약속 외에는 외출을 잘 하지 않는 은우를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망할 놈 오늘 면상을 분질러놓는다.. "
윗집 놈을 오늘 조지지 않으면 화병으로 죽을 것 같았다. 은우는 이를 갈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누르고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틀어 묶고 기다렸다. 띵- 하고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10층 버튼을 누르려 보았지만 이미 눌러진 채였다. 모르는 누군가와 동승을 한 은우는 당황한 마음에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문을 손으로 막아버렸다.
"내리실 거라면 이 버튼을 누르시면 되는데 손 다치십니다. "
"아,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강은우, 정신 차려. 잠을 위해서 나왔잖아. 조져야 해. 릴렉스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은우는 사실 사람을 무서워하는 편이었다. 외주 미팅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청심환을 먹을 정도로 그 정도의 무서움을 가지고 있다. 근데 그것을 이기고 윗집 놈을 만나러 가는 것은 그만큼 은우의 예민함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고작 1층 올라가는 거였지만 은우에겐 외주 5개를 작업하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도착하고 재빨리 동승자보다 먼저 내려 윗집을 찾았다.
'내가 909호니까, 1009호.. 1009호... 1009호 여기다! '
3개월가량 은우는 층간 소음에 시달려 잠을 자긴 잤지만 제대로 푹 자지 못해 눈 밑엔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왔었다. 다년간의 외주 미팅으로 쌓아온 말발로 오늘 끝장을 보겠다는 맘을 먹고 은우가 초인종을 누르려는 순간 엘리베이터 동승자가 말을 걸었다.
"아, 저 혹시 이 집에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네? 볼일 있긴 한데 이 집주인 되시는 분이신가요? "
"아 전 이 집주..."
"집주인이시라고? 하! 그간 뭘 어떻게 생활하시면 저희 집 천장이 부서질 것 같이 다니시는 거죠? 그쪽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다고요! "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던 남자가 윗집 놈이었다. 말끔한 인상에 슈트를 차려입은 남자는 은우의 말 할 틈을 주지 않는 말발에 당황한 채 층간 소음 얘기를 10분가량이나 듣고 나서야 자신은 1009호 사는 남자가 아니라 집주인의 친형 되는 사람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을 못 잔 지 한참이나 돼서 제대로 듣고 말씀드렸어야 했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
"하하, 아니에요. 제 동생 놈.. 때문에 그런 거니 사과는 그놈한테 받도록 하겠습니다. "
"네. 그건 맞죠. 이게 다 동생분이 원인이시니 그럼 제 볼일부터 먼저 보도록 하겠습니다. "
띵동, 은우는 뭐에 쫓기는 사람처럼 다급하게 초인종을 눌러댔다. 수치스러워 집으로 도망가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온 마당에 도망은 칠 수 없었고 빨리 해결하고 가야겠단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아, 형 초인종 부서지겠구먼~ 어? 형아 친구 데리고 온다 한 적 없잖아? 집 안 치웠는데? "
띵동 띵동, 시끄럽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민현은 맨몸에 저지를 걸친 채 문을 열었다. 매우 곤란한 표정을 한채 서있는 자신의 형과 다크서클이 턱 끝까지 내려와 짜증이 가득한 채 있는 초면인 사람이 서있었다.
"친구가 아니라 이 분은 너 아랫집에 사시는 분이셔.. "
"저기요, 아랫집 사는 사람입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시는 거면 제발 좀 공동체 의식을 기르세요! 층간 소음이란 말이 왜 생겨났게.."
은우와 민현, 그리고 그의 형 동현은 현관 복도에 1시간가량 서서 일방적인 대화 나눈 끝에 은우는 씩씩거리며 돌아갔고 두 형제는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태풍이 지나간 뒤 은우는 층간 소음으로 인해 고통받지 않게 되었고 다시 평화로운 히키코모리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