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다. 다들 그렇겠지만, 봄이라는 계절이 가져오는 설렘은 크다. 겨울도 봄도 아닌 3월이 지나고, 4월이 됐다. 기온이 한층 더 따뜻해지고, 티비와 길거리에서는 사랑 노래들이 들려온다.
그러나 난 2주 전에 차였다.
첫 고백이었고, 첫 거절이었다. 당시에는 의외로 덤덤했다. 지르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기도 하고 오히려 마음이 한 번에 접혀서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월요일부터 고백 상대를 만난다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피하기도 하고 무시해보기도 했다. 결국 그전으로, 고백하기 전으로, 나만 힘든 관계로 돌아갔다. 나는 마음을 다 접었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아니었다. 사랑은 마치 향기와도 같다, 쉽게 없어지지 않는 향기처럼, 마음을 정리한다는 건 쉽지 않다. 어쨌든 나는 그래도 나의 마음을 부정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면 될 줄 알았다. 어쩌다 보니 내가 고백하기 전보다 관계가 더 친밀해지고, 나는 친구라는, 더욱더 세진 울타리에 갇혔고, 오히려 그 사람과 가까워졌다. 연휴 동안에는 거의 매일 만나기도 했고,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기도 했고, 둘이 걸으며 대화도 했다. 그 사람과 문자도 더욱더 많이 하게 됐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관계인가. 머리로는 끊어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달랐다. 결국 난 오늘도 이 사람과 1시간 동안 문자를 했다. 이 사람은 끝을 맺질 못한다. 나의 고백을 거절할 때도 연애를 해보지 않아 두렵다, 나랑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무섭다, 싸움이 무섭다는 이야기를 하며 거절하고. 주변인들에게 나랑 멀어지는 게 가장 두렵다고 했다. 내가 봐도 나는 호구 같다. 이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닥치는 게 싫어서 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나만 힘든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연휴
연휴 기간 동안은 수학, 영어, 중국어 수업을 하며 지냈다. 수업을 하며 독서실에 갔다.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친구들을 만났다, 거기엔 그 사람도 있었다. 다른 친구들도 많았기에 티를 낼 수 없었다. 그런데 그중에 한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그의 대화창을 보니 내가 "그 사람"에게 고백한 날의 대화가 있었다. 짧게 요약하자면:
"그 사람": (ㅇㅇ)이가 나한테 고백했는데 찼어.
1 고마워: 나한테 고백한 그 사람
이게 무슨 경우인가. 정말 끝까지 그 사람은 나를 힘들게 한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우정을 택한 걸까? 내가 이 상황이라면 이기적이지만 나는 사랑을 택할 것 같다. 우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내가 호감이 있다는 전제하에, 거절을 한다면 그 사람과 나 그리고 친구까지 모두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내가 수락한다면, 물론 친구는 힘들겠지만, 두 사람은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내가 반대 상황이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포기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경험도 있고. 어쨌든 현재로선 그냥 그 사람이 나한테 나에 대한 확실한 마음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호감이라면, 좋은 것이고. 아니라면 깔끔하게 접어야 한다.
사랑은 내 마음대로 안돼도, 성적만은 내가 바꿀 수 있다.
연휴 동안 나는 집과 학원을 왔다 갔다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수학과 영어에 썼다. 수학 진도를 많이 나가서 불안감은 덜해졌다. 그러나 sat 점수가 원하는 만큼 잘 나오지 않아서 스트레스다. 정말 잘하고 싶다. 내일부터는 정말 스터디 플래너도 다시 쓰며 다시 의욕적을 해야 한다. "Final" 기간이 다가온다. 이젠 정말 입시 준비를 할 때이다.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나는 지금 사랑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까 봐 두렵다. 이미 사랑이라는 토끼는 놓쳤으니, 학업이라는 토끼만큼은 꼭 잡고 싶다. 그러려면 더욱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요새는 거의 강박 수준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내 능력은 나의 기대와 주변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고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