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잘 지내? 너를 오랫동안 좋아했어서 그런지 너를 못 본지 몇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네 생각이 나네. 네가 중2 2학기때 우리학교에 전학온 첫날 노끈으로 교과서를 묶어서 가져왔던 기억이 너와의 첫 만남이었어. 너는 시골 흑구같이 까무잡잡했고 댕댕이같은 순한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었어. 솔직히 "노끈에 교과서를 가져온 아이"가 흔하지 않았고 내가 낯가리는 편이었어서 얼굴은 잘 보지 못했어. 한눈에 반했다기보다 나에게 네가 스며들었지. 나는 남자애들과 친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너 또한 그렇게 그냥 스쳐지나갈 인연인줄 알았는데 전학온 첫날 너는 나에게 어디 사냐고 물었어. 우연히도 같은 아파트 옆동이었고 너는 길을 아직 잘 모른다며 나에게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어. 그렇게 첫날 같이 집앞까지 갔고 등하교를 종종 같이 했어. 너희 사귀냐는 친구들의 놀림에 내심 기분이 좋았어. 너랑 등교를 같이 하고 싶어서 몰래 숨어서 아침이면 너를 기다리곤 했어. 너는 우연히 마주치는 줄 알았겠지만. 너는 고맙게도 항상 같이 가줬고. 너에 대한 기억은 하나 더 있다. 너는 항상 3교시 수업시간에 똥을 싸러 갔어. 중학교 2학년이 지나고 중학교 3학년. 너와 나는 다른 반이 되었지만 같은 수학학원을 다니게 되어서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너는 성격이 밝고 친화력이 좋은 아이라서 모두와 친했어. 솔직히 질투도 안 났어. 누군가에게만이 아니라 정말 모두에게 똑같이 친절했거든. 너를 좋아하는 여자애들도 많았는데 아는지 모르는지 넌 중학생때 애인이 없었어.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너와 영화를 봤어. 물론 단둘이서는 아니었어, 수학학원 동기들. 너랑 나 그리고 다른 여자애. 원래 다른 남자애까지 넷이었는데 비온다고 안왔잖아, 기억나? 영화보기전 셋이서 영화관 바로 옆의 시장에서 칼국수도 먹었고. 너는 곱배기 한 그릇을 다 먹었잖아. 그때 봤던 영화는 검은 사제들. 진짜 별로 안좋아하는 스타일이었지만 너랑 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말 너무 좋았어. 중학교 졸업 후 너와 나는 고등학교가 달라졌어. 사실 따라서 같은 곳으로 가고 싶었는데 네가 회계고(산업고)로 가버려서 못 따라갔어. 아빠 사업 물려받는다고 엄마가 너희 엄마랑 나눈 대화를 주워들었지. 너랑 나는 정말 5분 거리에 살았음에도 일년에 한두번 마주쳤어. 그래도 항상 넌 나를 보면 나에게 먼저 아는 척 해줬어. 네가 보고 싶어서 운 적도 많았어. 매일같이 보다가 못 보니까 너무 슬펐고.. 그렇게 고등학교 일학년과 이학년을 너 없이 보냈어. 페이스북에서 마주친 너는 2학년때 전교 부회장(회장이었나)을 했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네가 너무 보고싶어서 중학교 졸업앨범을 수차례 들여다 봤어. 그뒤로 스물 두 살이 될때까지 한번도 마주친 적조차 없어서 이사를 갔는지조차 모르겠지만 너는 나에게 자꾸 생각이 나. 너는 꿈에 종종 나오곤 해. 네가 우연히라도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나를 기억한다면 문자 한 통이라도 남겨주라. 별 내용 없어도 괜찮아. 그냥 잘 살고 있나 그게 너무 궁금하고 끊긴 연이지만 조금이라도 너에게 닿아보고 싶다. 열아홉때 번호가 바뀌어서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너에게 문자할 용기가 부족하네. 네 카카오스토리 계정에 내 번호 남겨둘게. 나는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참 겁쟁이다 그치?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너를 항상 응원할게. 행복하게만 지내줘. 네가 내 첫사랑이라 참 행복했다. 나한테 따스한 기억으로 남아줘서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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