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년 고3 6월 모평 지문만을 참조하여 쓴 창작물이며 원작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음을 알립니다.
일규X기범
_절망편
비가 내린다. 끈적한 습기가 방안을 가득 매꿨다. 널부러진 기범의 이마에 식은 땀이 흘렀다. 기범은 금방이라도 뒤집어질 듯 한 속을 부여잡고 생수병을 집어 삼켰다. 그 것이 독이 된걸까, 참을 수 없는 헛구역질에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 뚜껑을 열고 위를 게워냈다.
주저 앉았다. 허벅지가 화장실의 차가운 타일에 닿아 움츠러들었다. 머리가 핑핑돌고 사고가 되질 않는다. 허구한날 방구석에서 술만 퍼먹는 꼴이 참으로 우습기 짝이없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일규새끼 한 번 이겨보겠다고 이를 갈며 하루하루 모든 열정을 쏟아 살아가지 않았는가. 이젠 손에 닿을 수도, 감히 상상 할 수도 없는 일이 되어버린 지금 그저 절망 뿐이다.
가끔은 화도 난다. 사람하나 죽었다고 뭐 그렇게 슬프겠냐고, 너같은 새끼 없다고 내가 못 살아 가겠냐고. 너의 죽음 하나로 내가 구원받은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버려졌다. 기범은 자신의 심장박동을 느끼며 눈물을 쏟아냈다. 마치 자기자신을 시험하는 듯 하다. 이렇게 일규가 죽은 상황에서 기범은 일규를 끝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죽음으로 사랑을 증명해 보일 수 있을까.
인간은 극도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기대한다. 기범은 죽어서라도 일규를 만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기범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끝내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