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언제나 교실 구석자리에 있었다. 그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엎드려서 자고 있던가, 창 밖을 보며 멍을 때리거나 둘 중 하나였다.
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별로였다. 상쾌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맑은 빛의 하늘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우중충한 먹구름만이 존재했다. 벚꽃과 하늘의 아름다운 조합을 볼 수 없어 아쉬운 날이였다.
곧 비가 올 것 같은 바깥을 내다보는 그 아이의 모습에 어쩐지 호기심이 생겨 나는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밖을 보는 소년과, 그 소년을 바라보는 소녀. 나른한 분위기에 묘한 그림이 그려진다.
"쿠니미쨩 빨리와!! 오늘 연습시간 당긴다고 오이카와씨가 말했잖아-"
"아, 네네..."
어쩐지 귀찮은 듯 대답하는 그에 슬쩍 웃음이 나왔던 것도 같다. 그래도 조금 더 그를 지켜볼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워서 였을까, 아닌 척 하며 눈으로 그를 쫓자 보이는 건 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는 그의 모습이였다.
설마 나를 본 거겠어, 그저 우연일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무채색 눈동자에 무언가가 담긴 모습은 보지 못한 채 그저 아쉽게 그를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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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마치고 계단을 통해 본관 앞쪽으로 내려가자, 비가 내리는 아오바죠사이의 교문이 보였다. 엄마 말 듣고 우산 들고오기를 잘했다 싶어 기분이 좋아지려던 찰나에, 우산꽂이의 비어있는 칸을 노려보는 그를 발견한다.
참견이 많은 성격은, 그의 처지를 단정지어버린다. 누군가 우산을 바꿔가져갔겠거니... 하고. 머리는 나와 관련없는 일이니 그냥 지나가자고 말하지만, 내 발걸음은 이미 그가 있는 쪽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저 혹시 우산 안가져왔어...?"
"...가져왔는데 없어졌네"
첫 멘트치고 너무 별로였다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조금 더 반갑게 인사를 건넬수도 있었을텐데. 어쩐지 조용한 분위기에 슬슬 없어지는 학생들, 토독 토독 균일하면서도 균일하지 않게 들려오는 빗소리가 우리 사이의 거리를 더욱 좁힌다.
내가 먼저 말을 걸었음에도, 더 이어갈 용기는 나지 않아 건물의 지붕을 바라본 채 벚꽃색 우산은 한 손에 쥐고 그대로 서 있었다. 그 아이 특유의 노곤한 분위기 때문인지, 까다롭지 않은 정적이 우리를 감싼다.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서로를 알게되는 신기한 느낌.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흘렀고 그 아이는 주섬주섬 가방에서 져지를 꺼내 뒤집어 쓰고 나가려 한다. 망설이던 나는 그 아이의 손목을 붙잡고 말한다.
"우산...! 같이 쓰고 가자고..."
"...그래"
대답과 함께 보여준 그의 웃음을 잊지 못한다. 또 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고.
칠흑같이 검은 색 동공이 반으로 접히는 순간 양 볼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언제부터 봄이 이렇게나 더웠지. 더운 공기에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한다.
다급한 듯, 힘이 실린 첫 단어와 어색하게 대답하는 상대방. 양쪽 다 처음이라는 그 사실만으로, 감정의 널뛰기는 몇배고 증가한다. 갈 곳 없는 눈동자와 수줍게 상대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치는 남자의 모습이 풋풋한 풍경을 자아낸다.
우산을 펑-! 켜고, 우리는 그 아래에서 10cm보다 가까운 거리로 몸을 밀착한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마치 연인같다고 말 할 정도로. 어째서 저 아이에게 우산을 빌려준거지. 라고 스스로에게 의문을 제시한다.
그러면, 아무래도 혼란스럽지만 이번일은 그저 유약한 성격과 호기심 때문이라고 단정한다. 낮에 보았던 그 옅은 웃음에 의한 것이 절대 아니라며 애써 두근거리는 마음을 겨우겨우 덮어버린 채로. 그래, 축축하게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