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로맨스 SF/판타지 공지사항 단편/수필 실제연애 애니/2D BL GL 개그/유머 실화
상추 전체글ll조회 524l 8





마음에 영원이라는 것은 없다.

서로 다른 크기의 애정을 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을 서서히 소모해가는 것이 사랑이라 했다.

다들 그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으론 모른다. 그런 거 다 헛소리야. 그 말 한 사람이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해서 그런 거야. 진정한 사랑은 그 애정이 영원해. 영원히 서로를 어릴 적 그 수줍고 귀여운 소년 소녀로 보고 사랑해.


애초에 진정한 사랑이 뭔데.


그럼 지금 헤어지는 우리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나?


우리도 한때는 진정한 사랑이라 했고, 그렇게 믿었다. 주변에서는 저 쌀쌀맞고 싸가지 없는 놈이 너만 보면 아주 사람이 180도 바뀐다고. 소름 돋긴 해도 진정한 사랑이구나 싶다고. 다들 그랬었다.


우리가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다면, 마음에는 영원이란 것이 없다는 걸 입증하는 꼴이 된다. 그것도 그 애의 애정의 크기보다 내 애정의 크기가 컸다는 것이 수치화되어 적나라하게 다가온다. 시라부 켄지로는 80에서 시작했다면 나는 100에서 시작한 거지.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고, 계속 그렇게 시간만 흐르다 보니 남게 된 것은 바닥을 치는 네 애정과 아직 70에 넘실거리는 내 애정인 거고. 아, 그렇다면 서로 애정을 소모하는 시간도 다른 거겠네.


그것 참 비참하다.


바로 앞에 네가 있다. 나만 보면 부드럽게 풀리던 얼굴이 아닌, 내가 널 처음 보았을 때. 고등학생 시절 풋풋한 첫사랑을 시작했을 때의 그 날카롭고 무뚝뚝한 얼굴. 심지어는 다소 신경질적이기도 한 얼굴. 와, 이거 진짜 상처받는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봐온 너도 알 것이다. 내가 상처받고 있다는 걸. 그럼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달래려고도 하지 않는 네 모습에 나는 더 상처받는다.


이렇게까지 수치스러울 수가 있을까. 우리가 함께했던 날들은 뭐였지. 때가 되면, 모든 것이 안정적이고 본인이 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단언할 때면 우리 그때 결혼하자고 네가 말했잖아. 그건 다 구라였나. 날 행복하게 해줄 수 없으니까 이렇게 내빼는 건가 잔인하게. 차라리 그게 낫지. 네가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보다는 그런 찌질하고 바보 같은 남자가 훨씬 낫다.


"헤어지자. 미안하다고는 말 안 할게. 너도 그런 말은 듣기 싫겠지."


개자식. 개자식. 개자식. 개자식.


저 개자식.


냉혈한에 사이코패스고 바늘로 찔러도 눈물 한 방울 안 나올 개자식이다. 무슨 이별마저도 저렇게 깔끔하게 하지? 불순물처럼 난 종양도 메스로 깔끔하게 잘라낸다 싶더니 이별도 그럴 줄은 몰랐다. 도대체 나한테 고백하던 그 시라부 켄지로는 어디로 갔지? 귀를 벌겋게 물들이고 입술을 잘게 떨다가 내 눈 마주치는 것이 고작이던 그 애는?


웃기지도 않아.


그때의 시라부 켄지로를 떠올리니 나올 것 같았던 눈물도 도로 쏙 들어갔다. 고백도 니가 하고 이별도 니가 하겠다 이거지 지금. 꽉 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그 애를 올려다봤다. 내게 머물렀던 사랑을 뺀 그 애는 지독하리만치 냉했다.


그래 헤어져.


그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다가 달싹였다. 그 말이 목구멍에 갉작거려 마치 숨이 막힌 것 처럼 턱, 하고 막혀서 목에서 소리가 나질 않았다. 말하는 법을 잃은 사람처럼 입을 뻐끔거린다. 그리고 그걸 쪽팔리게 시라부 켄지로가 보고 있다. 머리가 새빨개져서 그 애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넌 무표정이겠지. 난 울기 직전이겠고.


반쯤 체념한 채로 한숨을 한번 후, 내쉬고는 소리를 냈다.


"헤어져. 헤어지자 시라부 켄지로."


끝에는 목이 막혀와 끝까지 발음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애 앞에서 먼저 등 돌리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 꿋꿋이 두 다리 서서 버텼다. 등 돌리면 지는 거야. 이기는 게 아니라. 우느라 등 돌리는 거니까. 슬퍼서 등 돌리는 거니까. 우는 소리 들키고 싶지 않으니까.


말아쥔 손에 손톱을 박아 넣었다. 아팠는데, 아프지가 않았다. 그것보단 목구멍이 아팠다. 금방이라도 끅, 하는 소리가 튀어나올 것만 같아 버거웠다. 두 눈 똑바로 뜨고 그 애를 노려보자, 걔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입을 달싹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얼굴을 확 구기고는,


"가, 이제."


아.


그제서야 알았다.


너 0은 아니구나.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HQ/시라부켄지로] 0이 아닌 이별  11
1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독자1
헉 맛있어ㅜㅠ
1년 전
글쓴이
🙇‍♂️🙇‍♂️
1년 전
독자2
뒷이야기는 없나요?ㅜㅜ🥲🥺
1년 전
글쓴이
쪄올게요
1년 전
독자3
꺅!!!!!!!
1년 전
독자4
역센짱!!!!
1년 전
독자5
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라부야 라부야어ㅏㅏ아ㅏ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지금 뒷이야기 기대하며 광광 울거예영ㅠㅠㅠㅠㅠㅠ
1년 전
글쓴이
🫶
1년 전
독자6
이 야밤에 상추를 뜯어먹고 싶을 정도로 좋아요 기다릴게요
1년 전
글쓴이
예.?🥹
1년 전
독자7
기다리고 있겠어요...
1년 전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조회
애니/2D [HQ/시뮬] GUN & ROSE_CH.5 사랑의 말Ⅲ >>> 101936 총장미03.16 14:35911 21
애니/2D [블루록/시뮬] 그 호그와트에서 살아남는 방법 Ch.1 - 1810 빨간머리닝02.26 14:51884 10
애니/2D [코난/시뮬] 오랜만에 특별편204 호박03.08 23:13373 8
애니/2D [HQ/시뮬] 마녀 닝, 하트를 모아라! 41525 마녀03.19 22:02635 11
애니/2D [HQ/원루트시뮬] 오이카와 토오루481 한길03.08 21:34555 5
애니/2D [코난/시뮬] 사랑의 시나리오 CH.1 234818 호박 06.15 22:12 3530 8
애니/2D [HQ/시뮬] 미드나잇 midnight ch.1 <1> 1890 알밤 06.11 17:59 1170 11
애니/2D [HQ/시뮬] GLㅑTCH997 퐁당 06.11 14:43 945 9
애니/2D [HQ/시뮬] GUN & ROSE_CH.4 언노운 마더구스 >>> 155300 총장미 06.10 23:08 4250 36
애니/2D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 열대어 06.07 18:41 1712 6
애니/2D [HQ/시뮬] 이용만 당하는 악녀는 싫습니다86 새론 06.06 01:53 313 5
애니/2D [HQ/시뮬] 평범한 일반인인 줄 알았던 제가, 사실은 수인이었다고요?! -2-557 농담 06.05 00:45 1364 9
애니/2D [HQ/시뮬] LOVE POTION PT.1999 06.04 00:48 995 11
애니/2D [HQ/시뮬레이션] 플레이보이 길들이기下1282 불닭 06.03 22:01 1939 12
애니/2D [HQ/시뮬] 연애 노트186 가습기 06.03 21:49 430 3
애니/2D [HQ/반인반수/시뮬] 바다를 삼킨 별 - 공지 +3 눈 토끼 05.31 12:40 384 2
애니/2D [HQ/시뮬] 미야즈 원루트 시뮬279 텐텐 05.30 23:24 644 8
애니/2D [HQ/시뮬] 로판 속 악당들이 내게 집착합니다! S2 <2>4999 후비적 05.29 20:22 3825 14
애니/2D [HQ/시뮬] GUN & ROSE_CH.4 언노운 마더구스 >>> 144055 총장미 05.29 19:31 3485 23
애니/2D [HQ/시뮬] 가볍게 시뮬 한 판244 05.29 00:47 439 4
애니/2D [HQ/시뮬] 평범한 남고생이던 내가 트립했더니 유명인?106 네모바지 05.28 15:27 480 9
애니/2D 플레이보이 뒤풀이809 불닭 05.26 04:25 523 1
애니/2D [HQ/시뮬레이션] 플레이보이 길들이기上3802 불닭 05.25 00:46 2500 16
애니/2D [HQ/시뮬] 단지 평범한 학교 생활881 뛰어라향단아 05.23 01:16 622 5
애니/2D [HQ/시뮬] 수인들이랑 한집살이 2 << 진짜임891 콩떡 05.21 20:03 1696 10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