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음성이 귓가에 내려앉는다.
그 말 한 마디가, 내겐 너무나도 차가워서.
떨리는 손을 뒤로 숨긴 채 애써 웃어 보인다.
“내가 뭘? 뭘 했는데.”
“넌 진짜-“
“어쩌라고.내가 걔를 괴롭히든 말든, 너네들이 무슨 상관인데?”
뻔뻔한 이 한 마디에 너의 손은 내 뺨을 향해 내려쳐 진다.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너의 두 눈에서는 더 이상 동정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서늘함만이 흘러나오고.
“선 넘지 말라고 했지.”
“…허,”
“적당히 해야될거 아니야.”
아무 감정 없는 목소리로 내게 경고한다.
너에게 맞은 뺨을 부여잡은 채 너를 마주 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그 아이를 괴롭히기 시작했을 때?
너에게 용기내어 처음 말을 걸었을 때?
아님,내가 너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나 너 좋아해.”
“뭐라고?”
“나 너 좋아한다고.”
사랑은 항상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그랬다.
나에게 타이밍이 중요한 사랑따윈 없었다.
타이밍으로 이루어질 사랑이라면, 이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을텐데.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와? 넌 걔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너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으며 내게 화를 내는 너는 정말로 어이없어 보였다.
왜?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해줘서?
인정하고 싶지 않던 사실을 당사자의 입을 통해 듣게 되어서?
“내 말 듣고는 있.”
“왜 나는 안 돼?”
왜 걔는 되고,나는 안 돼?
내가 걔보다 못한게 뭐길래?
남자 여럿 두고 저울질 하는 그런 애보다 못한게 뭔데?
“내가 너 좋아하는거 알면서 왜 모르는 척 해?”
나도 너 좋아해.
걔는 너 안 좋아하잖아.
근데 나는 너 좋아한다고.
“……”
“나는, 너 좋아해….”
너는 매번 나를 비참하게 만든다. 남부러울게 없는 집안과 외모. 가질 건 다 가진 내가 유일하게 가지지 못한게 있었다면,
그건 바로 너였다.
그 아이가 가지지 못한 모든 걸 가지고 있는 나였지만, 나에게는 네가 없었다.
그 아이에게 있는 너를,
나는 가질 수가 없었다.
너를, 너희들을 가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
.
멀어져 가는 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봤다.
한번쯤은 뒤 돌아봐 줄까, 시선조차 떼지 않고 눈물을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바라보는데, 너는 언제나 내게만 냉담하다.
대체..
언제까지 떠나가는 너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었야 하는 건데.
아아,지독한 사랑
잘못된 방식의 사랑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오늘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언제나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당신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당신의 시선 끝에는 이미 다른 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요. 그러나 나는 여전히 당신을 좋아합니다.
당신이 내게 이리 차갑게 대해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좋아합니다.
당신이 행복하길 바라지만, 그 아이만큼은 허락할 수 없어요.
그러니 나는 오늘,
신에게 한번 빌어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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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내게 주어진 사랑의 기회는 아직도 유효합니까?
내게는 아직 자그마한 희망의 불씨가 남아 있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그대에게 빌겠어요.
부디, 나의 행복을 빌어주세요.
나의 유효한 사랑을 끝낼 수 있게 해주세요.
더 이상 힘들지 않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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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나의 사랑은
아직도
유효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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