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본질이란 무엇일까요?
생명체를 구성하는 물질은
오래 전 초신성 폭발 등으로
우주공간에 흩어진 원소들로부터 유래되었고,
생명체가 죽으면 그 구성물질들은 분해되어..."
책상에 엎어져 잠들었던 당신은 선생님의 판서 소리에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납니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면 4교시 지구과학 시간입니다.
당신은 찬찬히 주위를 둘러봅니다.
당신은 교복을 입고 있습니다.
창 밖을 바라보면 시끄러운 매미 소리와
운동장에서 떠들고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고개를 들어 본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로 파랗고,
그 위로 거대하고 몽실한 구름들이 선연히 흘러갑니다.
교실 창문에 걸린 커튼이 거대한 나비처럼 나풀거리고,
열린 창문 너머로 들어온 선선한 바람이
피부를 훑고 지나가는 감각이 너무도 생생합니다.
투둑, 툭-
교과서 위로 물기가 스며듭니다.
당신은 결국 참지 못하고 조용히 눈물을 흘립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9년 전, 멈춰 버렸던 당신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