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은 더욱 즐거운 일이다
어둠 속에서 용기를 얻어 사랑을 고백하고 난 뒤
밝음 속에서 사랑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니다
바닷가를 거닐며 잃어버린 말들을 찾아헤매고
철썩거리는 파도에 몸을 던질 용기조차 떨치지 못하고
때로는 높은 절벽의 산에 올라 영영 피나무가 되어
살아갈 이유가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눈물겨운 일을 즐거이 맞을 수 있다는 것
가장 깊이 박혀있는 뿌리로 생각하는 일이란
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이유가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이야기하면서
가슴 졸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살아갈 이유가 되는 것이다
가슴 졸여 영원한 하나의 삶으로 정착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