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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 호ll조회 1231l
이 글은 7년 전 (2016/6/20) 게시물이에요

10. 검정치마『201』 루비살롱, 2008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1~10 | 인스티즈

언제나 그렇다. 내가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양키들의 빠다 냄새가 솔솔 풍기는 노래들을 들으며 ‘왜 우리는 저런 게 안돼?’라는 자조 섞인 투정을 부렸었다. 그런 나에게 앳지 있는 편곡과 초등학생의 지능을 가진 어른이 쓴 듯 간단한 그리고 거침없는 단어들로 나열된 한글가사(실은 영어로 쓴 가사를 한글로 번역해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 한다)로 무장한 그들의 음악은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거창한 테크닉이나 심오한 메시지 없이도…. 아니 없는 편이 음악에 힘을 더 실어줄 수 있음을 그들은 보여준다. 하드록부터 신스팝, 라틴스러운 멜로디와 리듬을 그 스타일에 동화되지 않고 꼴라쥬처럼 필요한 것만 잘라 붙여 충분히 멋스럽게 마무리 해내는 능력은 뉴져지에서 나고 자란 팀의 리더 조휴일이 미국인으로 또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얻은 최강의 무기다.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며 솔직하고 때론 유치하기까지 한 그의 감성은 루저의 감성에 찌들어 있는 한국의 다른 인디 앨범들 사이에서 단연 빛을 발한다. 10개의 트랙이 모두 다른 스타일과 감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요소들은 견고하고 유연하게 '검정치마'라는 브랜드를 완성해냈다. 물론 태생적으로 100%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이런 세련되고 심플한 밴드 뮤직이 그저 아는 것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뀐 것. 그들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201』은 그래서 도발적이고 치명적인 앨범이다. [아미고]

 

 

9. 더블유(W)『Where The Story Ends』 플럭서스, 2005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1~10 | 인스티즈

배영준이 ‘이야기가 끝나는 곳’이라는 이름으로 인디 레이블 문라이즈를 통해 첫 앨범을 내놓았을 때,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배영준과 일렉트로니카라. 이토록 어울리는 짝꿍이라니. 90년대 코나로 바다를 꿈꾸던 소년이 세기를 옮기며 우주와 드라이브를 꿈꾸기 시작한 셈이었다. 물론 피터팬처럼 성장하지 않은 채로. 당최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적인 삶을 살아오긴 한 걸까 늘 의심스러운 배영준의 특출한 감성은 한재원(키보드), 김상훈(베이스/보컬)을 만나며 그루브와 포근한 전자음악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다. 그 리고 그 두 마리 토끼는 이 앨범『Where The Story Ends』에서 가장 건강하고 안전히 뛰어논다. 데뷔 앨범『안내섬광』이 W의 부유하는 감성의 원형을 만날 수 있는 앨범이었다면, 이 앨범은 그 원형을 다듬고 치대고 화사하게 장식해 쇼윈도에 내놓은 상품이다. 게다가 시대의 바람마저도 이들에게 우호적이었다. 사려 깊은 애완 고양이며 여린 솜털이며 반짝이는 맑은 현기증이며. 자칫 간지럽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를 실은 음악들은 한국의 수많은 ‘그녀’들의 미니홈피를 점령했고, 이어서는 그녀들의 미니홈피에 접속한 ‘그’들의 마음까지도 빼앗아버렸다. 부담스럽지 않은 사춘기 소년/소녀 코드와 부담스럽지 않은 새로운 음악. 쿨한 개인주의가 익숙한 새 인류들에겐 싫을 수가 없는 노릇 아닌가. 그 결과, 이들은 클래지콰이와 함께 2000년대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은 일렉트로니카 밴드 중 하나가 되었다. 마음 따뜻한 소년의 21세기 성공담이, 이 앨범 한 장에 들어 있다. [비늘구름]

 

 

8. 가리온『Garion』 알레스뮤직, 2004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1~10 | 인스티즈

뒤늦게 도착했다고 해야 할까. 아니다. 97년생(「자장가」)부터 00년생 음악(「시간의 여행자」)까지, 생일은 지난 세기이지만 가리온이 본격적으로 세 명으로 활동하고 곡을 완성한 것은 21세기이다. 만약 이들이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언저리에 힙합 붐을 타고 1집 음반을 발매했다면, 지금 나는 여기서 다른 음반을 이야기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음반의 완성도는 유행의 시류를 넘고, 숙성된 작편곡과 마스터링을 거쳐 비로소 도달한 것이다. 또한 이들의 음악적 뿌리는 원래 10여 년 전의 힙합 작법에서 찾아야 하지 않은가.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어릴 적 테이프 녹음기(「옛이야기」)와 30년대 한국 대중음악(「엉터리 학생」등)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하지 않는가. 그들이 단순히 황금기의 이스트코스트 힙합을 그대로 ‘재현’해낸 것에 불과하다면, 다른 훌륭한 힙합 음반들을 제치고 음악취향Y 선정 2000년대 Best 10위권에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가리온이라는 팀의 DJ/비트메이커인 JU가 인터뷰 등을 통해 언급했던 DJ Premier나 Pete Rock, 혹은 Madlib의 영향력이나 방법론을 재차 꺼내기보다는, 음반에서 담고자 했던 가리온 특유의 건강한 음악관을 주목해야 한다. ‘국산’ 음악 소스를 다용하는데 있어 이런 한국적 요소가 어색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음반 ‘전체’에 녹아들어있다는 점과, 한국어를 기반으로 사유의 깊이가 돋보이는 어휘를 세심히 고르면서도 표면적으로 과시하지 않고 잘게 쪼개진 음악 속에 한데 섞어 비트와 스크래칭과 랩핑(의 라임)이 안으로 뭉치는 응집력을 충실히 발휘하도록 철저히 계산했다는 점에서, 이들은 드디어 스스로 하나의 단단한 뿌리가 되었다. [유로스]

 

 

7. 할로우 잰(Hollow Jan)『Rough Draft In Progress』 도프 엔터테인먼트, 2007

 

포스트(post)라는 접두어는 하나의 시기, 형식, 사조의 다음을 뜻하는 접두어다. 즉, 포스트-록(post-rock)은 록이라는 음악이 하나의 틀로 완결되었다는 가정이 성립될 때 사용 가능한 용어다. 그런데, 하나의 틀로 고정되는 음악이 세상에 있기나 하던가? 음악, 특히 록은 오히려 끝없이 열린 세계에 가깝다. 록이 만들어온 역사가 증명한다. 그래서 록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한 곳에 정체되는 것에 대한 분노이고 저항의 기운이다. 가사로 드러나건 사운드로 표출되건, 록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을 틀에 찍듯 일률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세상에 대한 몸서리가 얼마나 진실되고 절실하게 전달되는가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할로우 잰의 음악은 절절하다.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비루하게 사라져버리는 자신에 대한 분노는 처연한 기타와 쥐어짜는 보컬의 울음을 통해 뜨거운 울림으로 폭발한다. 가슴이 울컥한다. 할로우 잰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스크리모(screamo)나 포스트-록 따위의 용어는 중요치 않다. 이 음악이 2000년대 한국이라는 시공간을 살아가는 사람의 귀와 가슴을 전율로 움찔하게 한다는 게 핵심이다. 어쩌면 탐욕스러운 자본과 유연한(!) 노동환경에 위협 받는 우리에게 불멸의 희망을 외쳐대는 할로우 잰은 이 시대와 세상의 정서로부터 가장 멀리 벗어나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음악은 포스트-록이고, 동시에 가장 순수한 록이다. 과거가 있어 현재가 가능했음을 아는 이에게 현재는 미래를 위해 절박하다. 레이첼스(Rachel's)의 과거를 리메이크로 정규앨범에 박아두었다는 것은 이들의 절규가 거짓이 아니라는 증거다. [헤비죠]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1~10 | 인스티즈

 

 






6. 서울전자음악단『Life Is Strange』 서울일렉트릭밴드,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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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신윤철의 음악을 들을 때면 언제나 뭔가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섬세하게 음을 주조할 줄 아는 센스와 불같이 기타를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3개의 솔로 앨범들부터 최근의 서울전자음악단 1집까지(원더 버드 시절은 제쳐두고라도) 그는 항상 어느 지점에선가 멈춰선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서울전자음악단의 두 번째 앨범인『Life Is Strange』만은 다르다. 그는 더 이상 멈추지 않는다. 갈 수 있는 곳까지 밀고 나간다. 그것을 싸이키델릭이라고 부르든 무엇이라고 부르든 간에 그는 이제 청중이 원하는 카타르시스를 충분히 제공해줄 수 있을 만큼 능숙해졌다.「종소리」에서 펼쳐지는 퍼즈와 무그의 아찔한 향연,「언제나 오늘에」의 날카로움과「나무랄 데 없는 나무」의 격렬함 등 전반적으로 텐션이 강하다. 하지만 앞선 트랙들의 무게감을 레게풍의「따라가면 좋겠네」와 갸우뚱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서로 다른」같은 트랙들이 따뜻한 질감으로 감싸 안는다. 그리고「서울의 봄」과「꿈속에서」같은 싸이키델릭 넘버들이 가세하여 다색창연하며 하나의 유기체처럼 잘 짜인 앨범을 내놓는다. 당연하게도 서울전자음악단은 신윤철 혼자만의 밴드가 아니다. 앨범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김정욱의 능란함도 그렇거니와, 개인적으로 이 앨범은 신석철이 얼마나 탁월한 드러머인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앨범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역시 프론트맨인 신윤철이 이 앨범으로 비로소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 없다. ‘전자음악’이라는 것이 가진 묘미, 그 힘과 자유로움, 사운드 메이킹의 폭넓은 가능성들을 최상으로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드디어 경지를 넘어섰다. [싸이키드]

 

 

5. 불독맨션『Funk』 아인미디어,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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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독맨션의 첫 결과물인 EP는「껍질을 깨고」의 대학가요제 루키가 보여주던 직선적인 로큰롤로부터 펑키한 리듬감과 아기자기한 구성으로의 변화를 담고 있었으며, 이는「Fever」나「괜찮아!」같은 트랙들을 통해 이전의 이한철 음악과는 다른, 불독맨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이들의 가볍지만 헐겁지 않은, 통통 튀는 펑키 사운드는 잠시의 시간이 지나 발매된 정식 데뷔 앨범『Funk!』를 통해 보다 많은 수의 곡으로 확장된다.「Fever」의 경쾌함은「Funk!」와「Destiny」로부터 시작,「Stargirl 내 사랑을 받아다오!」와「Happy birthday to me」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앨범의 북적거림을 주도하며,「눈물의 cha cha」나「Buenos Aires 부에노스 아이레스」등은「아침에 문득」이 전해주던 남미의 풍광을 이어가며 보다 다양한 사운드를 앨범에 담는다.「Apology 사과」처럼 전작의「99」가 전해주던 서정적인 감성의 일면을 이어가는 발라드 곡도 있다. 밴드는 본 앨범에서 친절하게 몇 개의 곡을 하나의 방(Room) 단위로 묶어 청자의 원활한 감상을 돕는데, 이 헐거운 그루핑(grouping)은 다방한 곡들에 쉬이 질리지 않도록 하는 꽤 유용한 장치로 기능한다. 화려하게 곡을 수놓는 브라스 섹션과 콩가, 쉐이커 등을 총동원해 촘촘하게 짜낸 신나는 리듬은 보다 많은 곡을 흥겹게 이끌어가기 위한『Funk!』만의 업그레이드 아이템이다. 그 위로 깔리는 깔끔한 멜로디(주류 가요와 팝 뮤직 사이를 오가는, 딱 90년대 ‘음악작가’를 연상케 하는)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연마된 이한철의 멜로디 메이킹 능력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불독맨션의 신나고 즐거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사투리까지 살가운 펑키 사운드에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단단한 자신감이 넘친다. [열심히]

 

 

4. 언니네이발관『가장 보통의 존재』 55am 뮤직, 2008

 

『가장 보통의 존재』는 한 편의 영화를 보듯 내러티브를 부여함으로써 10개 트랙이 순차적인 서술적 구조를 가진, 아날로그적 감성이 오롯한 앨범이다. 오랜 시간 공들여 탄생시킨 그들의 다섯 번째 적자임에도 제일 아픈 손가락인 것 마냥 애증이 섞인 멘트, 그리고 애써 다시금 재발매 하려고 한 혐의로 인해 홈페이지에 쓰인 일기를 읽어보길 권고한 혹자의 말대로 탄생비화에 대해 어렴풋하게 이해를 구할 수도 있겠지만, 음악은 영화와는 달리 한정되고 제시되어진 공간감보단 청각을 통한 풍부하고 확장된 여운의 공간쯤은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가장 보통의 존재』는 존재가치를 보통의 존재라고 토로하지만 음악은 그렇지가 않다. 농밀하게 스며든 연주나 개연성을 가진 편곡은 보다 간결하고 자연스럽게 다듬어졌고, 한국 인디 1세대 최고의 멜로디메이커 중 하나인 이석원이 끊임없이 쏟아내는 유려하고 귀에 착착 감기는 근사한 멜로디의 향연은 그의 음악 연대기 중 절정의 순간이다. 특히 날카롭게 빗어낸 노랫말을 무심한 듯 담백하게 소화하는 이석원의 미성은 앨범 구석구석 어우러져 치명적인 중독성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서술적 구조를 가졌지만 앨범을 대표할 3단 콤보「가장 보통의 존재」,「아름다운 것」, 그리고 트럼페터 배선용의 연주가 인상적인「의외의 사실」은 두고두고 각인될 달콤한 카드다. 연륜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장인의 치밀함이 만들어 낸 보통의 존재라 할 수 없는『가장 보통의 존재』는 한국 최고의 기타 팝 앨범이다. [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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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 브레인(No Brain)『청년폭도맹진가』 쿠조 엔터테인먼트,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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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씬, 또는 인디 씬은 애당초 지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공중정원이었을까. 아니면 빌딩숲 그늘 아래 낮게 자리한 어둑한 게토였을까. 이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씬의 역사 속에서 그래도 인상적인 결과물들은 몇몇이 남아 뚜렷한 증거를 남기고 있다. 아마추어리즘이 단지 패기로 점철된 치기어림이 아니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한 에너지라는 증거, 이를 기적 같은 노브레인의 데뷔반『청년폭도맹진가』는 증명했다. 인디 씬 초기 사운드에 펑크(punk)라는 장르 장치가 유독 많이 눈에 띔은 영미권을 중심으로 한 유행의 일변도에 편승했다기 보다는 당시의 한국적 상황에 기인했다는 것이 옳을 듯하다. 직설법의 언어를 사용하는 젊은 세대들이 천민자본주의의 구도로 움직이는 기성세대의 법칙에 대한 반발심을 숨기지 않았고, 거리에 쏟아져 나온 아이들은 마른 목을 울려대며 세상에 기함하였다. 2장의 CD를 빼곡히 채운『청년폭도맹진가』의 수록곡들은 그 분량만큼이나 실로 튼실하다. 펑크는 물론이며 관악 연주가 탑재된 스카와 레게 장르, 구수한 흥취를 담은 청춘 송가와 민중가요를 연상케 하는 정치적 선동성을 한꺼번에 탑재한 근사한 ‘세대 의식의 선물 세트’였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 숱한 트랙들에서 불쑥불쑥 삐져나오는 열기와 방장한 혈기를 감당할 수 있다면 실컷 맛보시길 바란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듯한) 노브레인의 최전성기 사운드다. 대중음악의 역사와 음반이라는 산물은 간혹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음악 향유층의 가슴을 뒤흔들어댄다. 이 나라의 21세기가, 이 나라의 조선펑크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렉스]

 

 

2. 장필순『Soony6』 하나뮤직,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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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명반을 규정하는 최후의 절차로 시간을 어떻게 견뎌 냈는지에 대한 확인 같은 것을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Soony6』이 견딘 시간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2002년에 발표되어 2000년대의 남은 시간들을 견뎠지만 장필순도 그렇고 조동익도 그렇고『Soony6』이라는 앨범 자체가 동시대를 관통하고 있다는 느낌은 별로 없다. 음악적으로 보자면 작업하는 방식이나 장르를 접근하는 면에 있어서 오히려 영향을 받은 결과이고 따라서 시대적인 배경이 조금이라도 느껴진다면 그런 부분 때문일 것이다. 이 경우 대개 폄하되기 마련인데 오히려 격상의 이유가 됐다는 점은 하나 뮤직으로 대변되는 장인 집단을 설명해주는 단초가 된다. 늘 그랬던 것처럼 밴드를 편성해서『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1997) 같은 앨범을 다시 발표하는 것이 훨씬 익숙할 텐데 이를 거부하고 낯선 시도, 전혀 다른 방법론을 통해 그와 비견할 수 있는 특유의 작품을 완성한다는 건 정말 보기 드문 일이다. 그리고 이는『Soony6』이 견딘 시간을 정의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그 시간을 통해 대중과 호흡하지 못했고 음악적으로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 비운의 앨범으로 결론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 시간을 통해 확인한 건 아무도 그와 같은 노선을 가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이것이 세상에 둘도 없는 앨범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앨범이고 굳이 비운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비운이다. 우리의 비운은 앨범 한 장에 머물지 않는다. 앨범 한 장에 비운을 붙이는 것으로 정리가 된다면 그건 다행이라고 말해야 된다. [아놀드]

 

 

1. 디제이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180g Beats』 마스터플랜, 2000

 

가장 윗자리는 늘 혁신가들에게 마련되어 있다. 꼼꼼한 바느질에 꽃수를 더하는 것은 늘 뒤에 올 사람들의 몫으로 남는다. 디제이 소울스케이프는 지도를 그린다. 밑그림을 제시하는 것이다. 잠깐 세기말로 돌아가자. 너나없이 힙합을 차기주자로 지목하던 그 때, 하지만 우리끼리는 그 와중에 느껴졌던 미묘한 찜찜함을 기억할 터이다. 그것은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에서 비롯되었다. 그 본질은 바로 리듬이다. 비트에 대한 고민이다. 누구도 아닌 디제이가 주도해야 할, 힙합이 만들어진 가장 근원적인 출발점인 리듬 만들기에 대한 탐구가 결여된 데에 대한 불만이자 불안이다. 그런데 이 영민한 DeeJay가 그 미묘한 혼란의 와중에 정확히 그 모순을 포착해 내며 새로운 형식을 타진한 것이다. 결국 그 한 장은 그대로 한국 힙합의 바탕이 된다. 의미 없이 최신의 사운드만을 쫒지 않고 대신 훵크(funk)와 재즈가 충실히 반영된 고전 힙합의 방법론에 눈을 돌린다. 게다가 세기말 유행하던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일렉트로닉 사운드, 한국어 랩과 리듬의 상호관계까지도 다각도로 고민하는 치밀함으로 형식과 컨텐츠 모두를 적절히 공략한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180g짜리 Beat를 엔진으로 얹고, Heavy한 Bass위를 흐르는 Modern한 Rhyme을 좌우 바퀴로 달아『누명』이라는 이정표에까지. 힙합은 그렇게 우리 안에 다시금 그 맥락을 얻어내고, 한국 대중음악은 비로소 '한국 힙합'이라는 무시 못 할 아이콘을 획득한다.『180g Beats』가 이끌어 냈다. 조금은 불확실하게만 보이던 2000년대 한국 팝의 첫 10년이 이렇게 제법 그 깊이와 넓이를 경주해 나간다. [투째지]

|작성자 호떡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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