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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컨내놔ll조회 9023l 3
이 글은 10개월 전 (2023/12/07) 게시물이에요




매일 1000번은 인사.. 내 특기는 '갑질 손님' 마크입니다 | 인스티즈




까만 고급 세단을 보면 빛의 속도로 반응한다. 번호 확인은 필수. 두 팔 쭉 뻗어 문을 연다. 특기는 '진상 손님' 마크. 온갖 욕설, 갑질 쏟아내며 문전 쇄도해도 거뜬히 막는다. 악질 손님도 그의 수퍼 세이브 앞에선 맥을 못 춘다.


서울 여의도의 특급 호텔 콘래드 서울 객실팀 권문현(66) 지배인은 호텔업계 '전설의 수문장(守門將)'이다. 그는 호텔로 들어오는 차를 맞이하고 로비 문을 여는 도어맨(doorman)이다. 이 일만 43년째. 1977년 조선호텔(현 웨스틴조선)에서 도어맨으로 시작해 36년 일하고 2013년 정년퇴직했다. 쉴 새도 없이 그해 콘래드 서울 정직원으로 스카우트됐다. 한 호텔에서 정년을 채운 직원도 드문데, 정년 지나 정직원으로 스카우트된 도어맨은 전무후무. 예순여섯 '서비스 장인(匠人)'을 그의 일터에서 만났다.









―꼿꼿하십니다. 몇 시간이나 서 있습니까.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2주씩 번갈아 근무합니다. 매일 9시간쯤 서 있습니다. 하루 천 번 정도 인사하고 문 엽니다."


―종일 서 있으려면 젊은 사람도 힘들겠습니다.


"단련이 돼 힘든 거 모릅니다. 이 나이에 일한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지요. 나이 먹어 젊은 사람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미안할 따름입니다."


―정년을 채우고 스카우트됐다고요.


"2013년 (조선호텔에서) 정년퇴직했는데 회사에서 명함 하나 파주면서 작은 외주 업체로 가서 같은 일을 계속 해달라 했어요. 오래 일해 회사에서 배려해 준 거기도 하고, 그간 쌓은 노하우를 전수해달라는 의미도 있었어요." 퇴사할 때 직함은 과장이었다. 동기 서른 명이 있었는데 10년 정도 지나 모두 나가고 혼자 정년을 채웠다. 외주 업체에서 반년쯤 일했을 때 문 연 지 얼마 안 된 콘래드 서울에서 러브콜을 보냈다. "컨시어지(concierge·접객 담당) 세팅이 안 돼 어수선하니 와 달라"고 했다. 인생 2막이 열렸다.


―왜 불렀을까요.


"뭣보다 '폭탄 처리 전문반'이라(웃음)."


―폭탄 처리 전문요?


"호텔 입장에선 진상 고객 응대가 제일 골치 아프죠. 저야 그런 분들 대응하는 데 이력이 났습니다. 좀 전에도 한 분이 말썽을 부렸는데 이전 호텔에서 봤던 사람입니다. 다른 직원들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데 희한하게 제 말은 듣습니다."


―진상 마크 기술 좀 들려주시죠.


"갑질하는 심리는 '내가 누군지 좀 알아달라'는 겁니다. 자기 얘기에 귀 기울여 달라는데 그까짓 것 한번 들어주지 뭐 하고 일단 듣습니다. 웃는 낯으로 '선생님 명함 하나 주시겠어요?' 하면 조금 누그러집니다. 무슨 사업 하시느냐는 둥 다른 이야기를 섞어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그러다 보면 손님이 자기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습니다. '척'하는 시늉의 기술이 중요합니다. 지는 것 같지만 결국 이기는 방법입니다."


―욕도 많이 들었겠습니다.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야, 인마'입니다. 아들뻘 되는 손님이 반말할 때도 있고요. , 저 새끼, 더한 욕설도 종종 듣는 걸요 뭐. 거기 비하면 애교 수준이지요."


―일이 지겹지 않습니까.


"전혀요. 오히려 젊었을 때 지겨웠습니다. 지겨움은 철없을 때 생기는 겁니다. 나이 드니 지겨움도 감사합니다."


―직업병은 없습니까?


"싸움 말리기, 사과하기. 밖에서 시비 붙은 사람들 보면 자동으로 말리게 돼요. 동서가 수원에서 치킨집을 하는데 손님하고 시비가 붙었어요. 나도 모르게 가서 무조건 죄송하다고 빌고 있더라고요(웃음)."







(중략)




―유명 인사도 많이 봤겠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이후 대통령은 다 봤습니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군 출신이라 딱딱했습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참 따뜻했어요. 늘 손잡으면서 근무하기 어렵지 않으냐 인사 건네셨죠. 김대중 대통령이 한번은 명절 때 흰 봉투를 쥐여줬어요. 동료들이 얼마 들었는지 어서 열어 보라고 난리가 났어요. 그런데 금일봉이 아니었어요. '수고 많습니다'라는 말과 사인이 적힌 손 편지였어요. 그 담백한 말이 수백만원보다 값지게 다가왔습니다. 얼마 전 이희호 여사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보는데 옛 생각이 나 울적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차 번호도 아직 기억합니다. 체어맨 4○○○.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자주 왔고요."


―또 다른 기억 나는 인사가 있다면요.


"6월 항쟁 때 이민우 신민당 전 총재가 데모하다가 최루탄을 피해 조선호텔 쪽으로 피신했습니다. 눈물, 콧물 범벅이 돼 호텔 로비 밖에 있었는데 경찰들 때문에 문을 봉쇄해 열어 줄 수가 없었습니다. 어찌나 죄송하던지요. 차지철 경호실장은 18층 프레지덴셜 스위트를 안방처럼 썼어요. 그분 오실 때면 비상이 걸렸습니다. 엘리베이터 잡고 기다리는데 진땀이 삐질삐질 났더랬습니다."


―재벌 오너도 많이 봤습니까.


"정주영 현대 회장은 말년에 휠체어 타고도 오셨어요. 소변도 보기 어려울 때였는데 일식 먹고 싶다고 오셨어요. 한두 달 있다 돌아가셨지요. 가만히 있어도 카리스마가 넘쳤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호원들 없이 혼자 출몰하는데 다른 호텔하고 근무 환경은 어떻게 다르냐, 월급은 얼마나 받느냐 격의 없이 물었습니다. 진짜 재벌은 겸손한데 어중간한 부자들이 안하무인 행동합니다."








(중략)






―감정노동이라고들 합니다.


"예전엔 그런 말조차 없었지요. 우리 같은 직업에 감정이 어디 있으며, 그게 노동이라고 생각도 안 했지요. 사회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얘기겠지요."


―화를 푸는 비법이 있다면요?


"즉석 해소. 듣는 즉시 흘려 버리기. 분을 삭이는 게 버릇이 된 건지 감정이 납작해졌습니다. 불뚝불뚝 가슴이 솟구치지가 않아요. 하도 감정을 눌러대서 복원되지 않는 건지(웃음). 아무리 기분 나쁜 일 있어도 집으론 안 가져갑니다." 포커페이스 전문이지만 딱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40년 같이 산 아내다.


―억울하지 않습니까.


"억지소리라도 도와줘야 하는 게 서비스맨의 숙명입니다. 억울하면 이 일 못하지요. 내 월급엔 욕먹는 값까지 들어 있다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는 등산 가서 탈탈 털어내고 막걸리 한잔하며 훌훌 날리지요." 달관(達觀)인지, 감정의 끓는점을 마비시킨 건지 헷갈렸다.






―동년배보다 많이 젊어 보입니다.


"비슷한 나이 사람들하고 근무할 땐 편했는데 요즘 더 신경이 쓰입니다. 젊은 사람들한테 피해 주는 건 아닌가 두렵습니다. 딸이 마사지숍을 하는데 노는 날 가서 피부 관리도 받습니다."


―젊은이들에게 피해 될까 봐 두렵다고요? 젊은이들은 어르신들더러 '틀딱' '꼰대'니 하면서 혐오하고 어르신들은 젊은이들더러 '버릇없다' '이기적이다' 합니다. 세대 갈등이 심한데요.


"전체는 아니고 배려 없는 노인, 배려 없는 젊은이의 문제입니다.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면 되는데. 제가 노인 쪽에 가까워 그런지 요즘 배려 없는 젊은 사람들이 종종 보여요. 저희 호텔 청소하는 분들한테 막무가내 대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지위 높은 어른들한텐 깍듯합니다. 모순이죠. 어른들도 나이를 무기로 내세워 무조건 대접받겠다 해선 안 됩니다."


―'손님은 왕이다'는 말에 동의합니까.


"과거엔 손님이 무조건 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손님은 손님이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를 제대로 안 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손님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최대한 제공하지만 왕이기 때문에 다 해준다 이건 아닙니다. 왕으로 불리려면 왕이 왕 같아야 하고요."




―현재 스코어, 자신의 삶을 평가하신다면요.


"한창때는 사무실 앉아 멋있게 일하는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지금은 그 친구들이 아직 일하는 저를 부러워합니다. 친구들은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는데 평생 서 있는 저는 허리 아픈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식사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는 서 있으니 살찔 틈도 없습니다. 인생은 결국 제로섬인 것 같습니다."


―후회는 없습니까.


"젊었을 때는 뭔가 할 것 같고 뭐라도 될 것 같았습니다. 더 나은 자리로 올라가지 못한 것 때문에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작지만 나만의 자리를 버텨내며 끈질기게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남의 문을 열다 보니 그 사람의 성격, 안목이 고스란히 보이더군요. 제 인생의 문을 열고 들여다본 모습이 어떨지 상상하곤 합니다. 가식 없이 진실한 삶, 남에게 피해 안 주는 삶이면 성공이겠다 싶어요."









추천  3


 
멋져뇨
10개월 전
👏
10개월 전
탬또롤  샤이니
👍
10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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