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없이 흐릿하게 풀려있는 눈을 한 백현이의 멱살을 틀어쥔 찬열이는, 울고 있었다.
악을 쓰며 이미 벌겋게 부어오른 백현이의 얼굴을 내려치는 손길과는 축축히 젖은 두 눈은 이질적이었다.
그에 반해 백현이는,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하얀 얼굴이 부풀어오를대로 부풀어오른 백현이는, 찬열이와 마찬가지로 눈물을 죽죽 흘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반쯤 벌어진 입술은, 의미없는 토악질을 하고 있던 물어뜯긴 입술은, 비실비실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 초대받지 못한 침입자였던 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만보고 있던 나는,
뒤에 서있던 민석이의, 단단하게 나를 받쳐주는 팔이 없었더라면,
이미 바닥에 주저앉아버렸을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EXO/민석백현찬열경수세훈] 형사님 07
-이 글의 본 바탕은 커플링이 존재하는 팬픽 글이 아니예요, 하지만 찬백은 옵션입니다!-
이어지는 글입니다. 1편을 보고 와주세요
-이번화는 꼭 브금 틀고 읽어주세요! 부탁드려요
브금 틀고 천천히 한자한자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찬열아, 뭐야. 왜 그러는데."
"형!"
민석이가 찬열이의 이름을 부르면, 찬열이는 기다렸다는듯 고개를 퍼뜩 치켜든다.
울었는지 커다란 눈이 눈물 범벅이 되어서는 시뻘개진 채로 우리를 바라본다.
경수와 세훈이가 앉아있던 식탁은 휑하니 비어있었고 마찬가지로 황량한 거실에는 우리 넷 뿐이었다.
백현이의 몸을 끌어안은 찬열이와 그런 찬열이에게 붙잡힌채로 정신이 나가버리기라도 한듯 헤죽, 웃어보이는 백현이와, 그런 둘을 바라보는 나와 민석이.
"백희네. 백희, 안녕-"
"변백현!"
"형사님, 방에 들어가 계세요."
"어딜 가, 백희야, 이리와. 이리와."
"씨발, 너, 너 진짜,"
"열이 운다. 왜 울어. 울지마, 왜."
백현이의 멱살을 틀어쥐고 결국은 눈물을 툭툭 떨궈내는 찬열이의 얼굴을 본 백현이는, 팔을 뻗어 찬열이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더이상 울지 않겠다는 오기인지 이를 악 물고 씨발 씨발 욕지거리를 토해내던 찬열이가 다시 눈물을 토해냈다.
죽죽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줄기를 제 손으로 닦아내던 백현이는 어째서인지 헤죽이던 웃음을 감추고 다시 눈물을 흘려댔다.
"울지, 마,"
"백현아."
"울지마, 열아. 울지 말어."
백현이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입을 꾹 다물고 급기야 눈까지 질끈 감아버린 찬열이의 얼굴을 손으로 더듬더듬 감싸던 백현이 발뒤꿈치를 들어 찬열이의 목을 끌어안았다.
파들파들 떨리는 비쩍 마른 발목은 제 몸무게를 버티기에도 버거운지 몇번을 오르락 내리락 하더니 결국은 풀썩 내려앉았다.
곧바로 인상을 찡그리고 우욱, 구역질을 시작한 백현이가 제 입을 틀어막으며 주저앉으려 했지만 단단히 버티는 찬열이의 손에 결국은 웨엑, 다시 한번 구역질을 내며 인상을 찌그러트렸다.
"우,으,우윽"
"왜 그래, 어? 토할 거 같아? 그래?"
"아, 흐윽, 웨엑-"
허리춤을 끌어안고 질질 백현이의 마른 몸을 끌고 화장실로 들어선 찬열이의 모습이 결국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단순히 구역질하는 마른 소리와 함께 등을 두드리는건지 퍽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머리가, 정신이, 아무것도 없이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 마냥 환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두어번, 마른 입술을 달싹이니 덥석, 옆에서 손을 잡아온다.
"민석아."
"형사님,"
"너희는, 뭐야?"
"아무것도 아니예요, 형사님, 그냥 우리는,"
"나 이해가 안돼.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어."
시뻘겋게 달아오른 민석이의 눈이 눈물을 떨궈내지 않기 위해서인지 바쁘게 위아래로 움직인다.
쌍커풀 없이 동그마한 예쁜 눈은 이미 축축히 젖어있지만 어째서인지 눈물은 떨어지질 않는다.
왤까, 민석아. 뭘 그렇게 참아 내려고 하는 걸까 너는.
고작해야 열아홉,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야지, 이런 사람이 되야지 하는 그런 생각을 해야 할 나이가 아닐까.
대학교는 어떨까. MT는 뭐하는걸까. 두근두근 그런 생각이 어울리는 나이가 아닐까 민석아.
경수는, 세훈이는. 둘은 무슨 관곌까.
세훈이는, 마냥 밝아보이던 그 아이는, 왜 하루아침에 그리 변해 엉엉 눈물을 토해내는걸까.
알고보면, 가장 어린 아이가 아닐까. 17살, 고등학생이 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던 아이가 아닐까.
경수는, 학교도 다니지 않는다던 경수는, 뭐 때문에 그 좋은 시절을 다 버리고 집 안에서 살아가는걸까.
뭐때문에 날 그렇게 경계하는걸까. 아니, 나 뿐만이 아니라. 세훈이를 제외하면, 저보다 나이가 많은 너를 제외하면, 찬열이와 백현이도 예외가 아닌 것 같은데.
백현이는, 찬열이는, 뭐가 그렇게 아픈 아이들일까.
하지만 솔직히 말할까, 민석아. 나는 눈치가 꽤, 빠른 편인데. 눈치 뿐이랴. 시력도 좋아 반에서 나 혼자 안경도 렌즈도 없이 산 적도 많은데, 말이야.
이거 두개는 자부할 수 있는데. 민석아, 내가 모르는 척 하는게, 너한테 좋을까.
"나 알아."
"네?"
"나 알 것 같은데, 나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형사님, 잠시만,"
"나 봤는데, 사실 첫날에도 봤어.
처음 왔을 때, 백현이 옷 안 입고 있었거든, 그래서."
그 때 내가 제대로 본걸까. 의심하지 않았으면 거짓말이겠지. 비쩍 말라 있어서 단순히 아픈 아이일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래도 나, 어느정도 눈치는 있는데. 나름 공부도 잘했고, 학교에서도 기대주였고, 그랬는데. 그런것도 많이 배웠는데.
설마 고등학생인데, 아직 어린 아이들인데 설마 그럴까. 설마. 설마 그렇진 않겠지. 싶었는데, 그랬는데 말이야.
오늘 보니까. 그냥 어안이 벙벙해서, 정신이 없어서, 도리어 확신이 들었지 뭐야.
백현이. 백현이 말이야. 민석아, 백현이는.
"백현이, 마약하니?"
"입 다물어."
말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낮게 가라앉은 찬열이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아까처럼 눈물젖은 목소리가 아닌, 꽤나 강경한. 그런 목소리. 그리고 뒤어이 이어지는건, 더더욱 낮게 가라앉은 민석이의 목소리.
"박찬열, 너보다 어른이야. 입 조심해."
"형, 백현이는,"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는, 쓸데없이 눈치만 빨라 써먹을데도 없을 나는.
그냥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설 수 밖에 없었다.
내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움직여 나를 따라오는 찬열이의 눈을 바라보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내가 알아. 마약, 해 본적도 없고 하는 사람을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지만, 둘중에 하나지. 분명히 배웠어.
억제, 아니면 흥분. 아니, 하나 더 있구나. 환각.
하지만 환각은, 대마 아니면 LSD. 둘 다 주사 투입은 아니니까.
그리고 백현이의 반응은, 흥분. 그리고, 백희를 찾아대는 이유는, 환시. 아니면 정신 혼동. 뭘까.
환시라고 하기엔, 찬열이도, 세훈이도 알고 있는 백희는 그럼, 환시는 아닐거고. 그렇다면 정신혼동.
흥분. 부작용은 정신 혼동. 주사로 투입하는 마약. 뭐가 있니. 뭐가 있었을까.
아니. 아니다. 피해 망상. 그게 있었지.
뭘까. 정신혼동. 피해 망상. 둘 다 비슷한데. 구분할 수 없어.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니야.
남은게 뭘까. 생각해. 생각해야 해. 또 다른 증상. 뭐가 있니. 뭘까. 백현아. 백현아. 백현이.
몸. 몸이 말랐었지. 비쩍. 심하게 말랐어. 첫날 본 그 몸은, 갈비뼈가 훤히 드러날 정도였어.
하지만 마약중에, 살이 찌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는 마약은, 없는데. 없어. 모든 마약 중독 증세의 초기 증상인데. 백현이 정도로 심각하려면 그걸로 모자란데.
그럼 또 말고. 살이 찌지 않을 이유. 아니, 살이 찌지 못할 이유. 비쩍 말라 비틀어진 것 마냥 그렇게 마를 이유.
식욕. 식욕 감퇴.
"백현이, 밥. 밥 먹어?"
"미쳤으면 헛소리 하지말고,"
"물어보잖아. 대답. 밥 먹어? 밥 먹냐구."
"형사님,"
"민석아. 말해줘. 백현이, 밥 잘 먹어? 밥 아니더라도 뭐든. 뭐든지."
"아니, 안먹어요. 이틀에 한끼. 그것도 몇숟가락 겨우."
본래 용도는 식욕 억제. 사용 방법은 경구, 주사, 코흡입. 하지만 백현이는 주사. 부작용은 환시, 피해망상. 그리고 가장 심한 경우엔, 사망.
메스암페타민. 백현이는, 메스암페타민 중독이었다.
그 이름을 말하면 모두가 아는, 모르는 자가 없는, 농짓거리의 재료로 쓰이기도 하는 것. 필로폰.
일본 발음으로, 히로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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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리는게 너무 오랜만이네요.
정확하게 말을 드릴 순 없지만 글을 못 쓸 이유가 여기저기 너무 겹쳐 있어서 멘붕. 정신이 없었답니다.
아무튼 독자님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워요!
우리 이쁜 백현이...ㅎ
우리 독자님들 궁금한 점들은 풀리셨나요!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