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이어 크리스마스다.
아, 오늘이 아니라.. 내일.
이틀동안 도환님을 못 봤더니 죽을 것 같아서 도환님에게 카톡을 보낸다.
- 오늘 만날 수 있는 거예요??
[저녁에 만날까]
- 그래도 상관없어요!
갑자기 도환님에게서 오는 전화에 나는 심장부근에 손을 올려놓은 채로 한참 있다가 전화를 받는다.
그에게서 처음 오는 전화.
"여보세요..!?"
- …뭐해?
"어...그.. 그냥 누워서..다리 운동?"
운동은 개뿔. 요플레 먹고있었다.
- 아. 다리 운동..
"도환님은요? 뭐해요??"
- 세종이 좀 만나려고. 점심 혼자 먹는다고해서.
"아아 세종오빠 오늘 일 안 한대요?"
- 오늘 쉬고, 내일 일 한다는 것 같던데.
"오오 하긴.. 세종오빤 여친이 없으니까. 그래도 되겠다!"
- …….
"그러면!.. 지금 세종오빠 집으로 가는 거예요?"
- 응. 차 타고 가는 중.
"오호.. 세종오빠 안 만나지도 좀 된 것 같은데."
- 세종이랑 맛집 다니는 건 요새 안 가?
"도환님이랑 사귀는데 어떻게 둘이서 가요?!"
- 상관없는데.
"진짜?"
- 세종이는 뭐.
"오 질투 없는 남자! 그래요! 그럼 뭐 세종오빠랑 둘이서 밥도 먹고 그래야겠네!"
- …….
"치."
- …….
"치~!!!!!!!"
분명 웃는 소리가 들렸다. 웃는 도환님이 떠올라서 그냥 이번엔 내가 봐주기로 했다. 그냥.. 설레니까!
"웬일이냐. 네가 연애를 다 하고. 이번년도엔 같이 솔로 좀 되나 싶었더니.. 먼저 가네."
"…근데 뭔 진수성찬이야. 대충 차리지."
"너 온다는데 맛있는 거 해야지. 또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크리스마스 이브면 뭐 특별한 날인가. 아무튼 잘 먹을게."
"그래. 잘 먹어라."
둘은 평소처럼 밥을 먹으면서 별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역시 먼저 말을 거는 건 세종이다.
"반이랑 어쩌다가 사귀게 된 거냐? 나한텐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고."
"……."
"누가 먼저 좋아했어?"
"나."
"너?????"
"응."
"네가????"
"왜."
"아니.. 되게 관심도 없어 보였어서..."
"그랬나.."
"응."
"맛집 돌아다닌다며. 계속 다녀."
"반이랑?"
"응. 너라면 난 상관없어."
"…그러냐??"
세종이 뭔가 씁쓸한 표정으로 한참 도환을 바라보다가 식탁 위에 올려놓은 소주 뚜껑을 따 도환의 잔을 채워주려고 하자 도환이 고갤 젓는다.
"왜? 안 마셔?"
"좀이따 만나기로 해서."
"아,반이? 하긴..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너도 그 비니라는 친구랑 잘 해봐."
"야이씨. 내가 걔랑 뭘.."
"둘이 좀 묘하던데. 아니었어?"
"으.. 걔랑 나는 진짜 아니다.. 무슨 그런 이상한 소릴.."
카톡- 소리에 바로 카톡을 확인하는 도환에 세종은 그런 도환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본다.
도환님!!! 내 부름에 도환님이 저 멀리서 웃으며 날 본다.
달려가 와락 안고싶었는데 괜히 유난 떤다고 생각할까봐 천천히 걸어 그에게 다가가며 왔냐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짜잔!!"
짜잔- 하며 제일 맛있다는 피자집에서 산 피자를 보여주자, 도환님이 피자? 하며 나를 내려다본다.
"우리집 오늘 비어요! 엄마랑 아빠는 결혼기념일이라 베트남 가셨고오~
언니도 남친이랑 제주도 가서 내일 모레 오지롱요."
"아, 그럼 오늘 너네집 구경할 수 있는 거야?"
"네. 그래서 청소 싹 다 해놨지요."
"그래. 밖에 사람도 많은데. 안에서 놀면 좋지."
"좋죠! 좋죠!!"
"응."
"가요! 가요!"
얼른 가자며 도환님의 손목을 잡고 끄는데 도환님이 날 보고 자꾸 픽- 웃는다. 왜 웃어요?
헐 뭔가 나 지금..
"저 뭔가 막.. 환장한 것 처럼 보였어요? 집으로 데려가려고 막 환장한 것 처럼..."
"ㅋㅋㅋ아니.."
"아닌데 왜 웃어요! 그만 웃어요."
맞구만 뭘.... 도환님이 우리집에 들어왔다. 크으 디퓨저 바꿨는데. 냄새 참 좋단말이지.
"겉옷은 이리 주세용."
코트를 벗어 내게 주기에 코트를 옷걸이에 걸어놓자, 도환님이 거실 벽면에 달려있는 가족사진을 본다.
"몇살 때야?"
"저거 중3! 좀 다르죠?"
"응. 좀?"
"???"
"……?"
"이럴 땐.. 똑같다고 해야죠. 그래요 눈 좀 찝었다! 어쩔래요!"
"뭐 어쩌래?"
"아니요. 그건 아니죠."
도환님이 거실 구경을 할 때. 식탁 위에 피자를 놓고 집에 있는 맥주까지 꺼내주니. 도환님이 날 보고 작게 웃으며 다가온다.
"피자에 맥주?"
"헿.. 술이 빠질 수는 없잖소!"
"술도 못 마시는 게. 술 꽤 좋아해."
"좋소 좋소!! 앉으시오! 도련님!"
"아.."
"도련님! 왕자님!!"
"……."
"알겠어요 ㅋㅋㅋㅋㅋ한숨 쉬지 마욬ㅋㅋㅋㅋㅋㅋ ㅠㅠㅠ."
도환님이 식탁 의자에 앉고, 나도 따라 앉았다. 우리집이 신기한지 먹지않고 자꾸만 둘러보길래 도환님에게 조용히 말한다.
"너무 관찰 하지 마요오.. 좀 부끄러워요."
"네 방이 제일 궁금한데."
"내 방 좀이따...!!!"
맥주를 먼저 따서 벌컥 벌컥 마시길래 목젖을 보다가 입술을 보니 미칠 것 같았다. 너무 섹시해.. 미친 거 아니야??
침을 꿀꺽 삼키고선 피자를 한입 먹었다. 왜 이렇게 어색해.. 사귀고나서 두번 째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어색하면 안 되지..
정신 차리자.. 차리자...
"아아! 도환님은 어떤 연애가 좋아요??"
"연애?"
"네!"
"그냥.. 친구처럼 편하게 잘 지내는 거."
"구체적이게!!!!!"
"…구체적이게?"
"네!"
"굳이 특별한 곳이 아니더라도, 특별한 순간을 만들 수 있는 연애."
"오오...오...???"
"지금도."
"네?"
"여자친구 집에 와서 피자 먹는 거. 되게 오랫동안 생각날 것 같은데."
"…아."
"왜?'
"그렇게 웃지 마요. 진짜 너무 잘생겼단 말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아! 아! 아! 도환님은 집착하는 게 좋아요? 아니면 프리한 게 좋아요????"
"너라면 뭘 하던 다 귀여울 것 같은데."
"아 아 ! 뭐예욥!!!!!!!!!!!"
부끄러워서 맥주 벌컥 벌컥 마시고선 캔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서 키야아아아!!!! 하자 도환님이 풉- 웃는다.
"근데 그 '님'자좀 치우면 안 돼?"
"왜요?? 더러워요?"
"아니. 더럽다기보단.. 좀 거리가 있어보이잖아. 어색해보이고."
"아아......... 그럼 형??"
"형은 좀."
"언니."
"왜 그래?"
"…헿. 그냥 뭔가.. 부끄러워서요! 오빠..라고 부르는 게.. 음.."
"세종이한텐 잘도 부르더만."
"…천천히 부르겠습니다!!!"
"그래."
도환님이 픽- 웃는다. 진짜.. 사람 얼굴 붉어지게 그만 좀 저렇게 웃지...
피자를 다 먹고선 도환님은 내 방 침대에 앉아서 내 방을 둘러본다.
생각보다 내 방이 더러운가? 표정이 왜 저런 거지..!
"왜요..? 내 방 별로예요??"
"아니."
"그럼요?"
"되게 털털하고 시크한 것 같아서는.. 방은 아기자기 한 게 귀여워서."
"아.... 그 말 자주 들어요. 제가 요즘 들어서 인형이 막 끌려서..왜요? 이상해요??"
"아니."
"그럼요??"
"귀엽다니까."
"…얽."
도환님이 내 방을 둘러보는데. 뭐가 이렇게 민망한지. 도환님 옆에 앉아서 흐음... 하자 도환님이 나를 내려다본다.
"도환님!"
"응?"
"제가 아까 무서운 영상을 봐서 못 잘 것 같은데에."
"근데."
"아."
"……."
"그냥 갈 거예요!?"
"술 깨면 가야지."
"와."
작게 웃으며 다른 곳을 보는 도환님에 저기요! 하며 괜히 장난삼아 짜증을 내자 도환님이 왜 부르냐는 듯 나를 본다.
"진짜 안 자고 가요? 저 혼자인데!?"
"자고갈게."
"……."
"그러니까 입 좀 넣어."
"뉍! 영화보면서 자면 되겠다! 그쵸! 그쵸! 짱 좋다!! 편한 옷 줄까요?? 큰 거 많은데."
"아니야. 그냥 입고 자지 뭐."
"벗고 자도 되는데!"
"……."
"농담..."
그 때 침대 위에서 우리를 떠올렸더니 괜히 부끄러워서 헛기침을 하며 다른 곳을 보자, 도환님도 시선을 돌린다.
그 때야.... 술에 잔뜩 취해서 그런 건데.. 지금은 맥주 한캔만 마신 거고... 에라 모르겠다.
방에 있는 티비를 키고서, 나는 편한 옷들을 챙겨 다른 방으로 간다. 옷을 갈아입고서 들어오자 도환님이 나를 보더니 말한다.
"안 씻고 자려고?"
"생얼은 보여줄 수 없으니까! 자기 전에 양치만 하려구요!"
"아.."
도환님도 위에 맨투맨을 벗었고, 그 안에 입고있던 반팔만 입은 섹시한 몸이 보인다.
세상에...나... 저렇게 몸이 좋다고...? 벗은 걸 봤음에도 불구하고 또 설레다니.. 나는 뭐하는 년일까.
침대에 앉아서 무서운 영화나 보고있는데
도환님이 내 손을 덥썩 잡기에 놀래서 도환님을 보자, 도환님은 나는 신경쓰지도 않고 티비만 본다.
한참을 그렇게 보고있었을까. 맥주를 마셔서 그런가.. 눈이 슬슬 감겨오기에 졸고있으니 도환님이 날 보고 말한다.
"졸리면 자."
"…에? 아."
"자자."
"…좀 졸리네여. 맥주 마셔서 그런가봐."
"티비 끌게."
"…응."
티비를 끄기에 나는 먼저 누워서 천장을 보았다.
티비를 끄고선 리모컨을 책상 위에 올려둔 도환님이 내 옆에 눕는다. 도환님이 옆으로 몸을 틀어 나를 보았고..
나도 부끄러운 걸 잊고 몸을 돌려 도환님을 바라본다.
"……."
그러다 서로 이유없이 빵터지면, 역시 내가 먼저 묻는다. 왜 웃어요!
"그냥, 네 얼굴이 웃겨서."
"아씨."
"넌 왜 웃는데."
"그냥요. 그 때가 생각나서요. 술 취해서 잤던 거요."
"내 28년 인생중에 제일 큰 사고였지. 나도 나 나름대로 엄청 힘들었는데."
"우쮸쮸 그래쩌욤. 우리 도환님도 힘들고 그래요? 고생해쪄."
"ㅋㅋㅋ뭐야."
"되게 그런 생각조차 안 할 것 같이 생긴 사람이 이런 말 해주니까 좋아서 그렇지. 완전 싸가지 없게 생겼잖아."
"아, 나 싸가지없게 생겼어?? ㅋㅋㅋ."
"아니이 그런 게 아니라아. 말이 그렇다는 거죠."
"얼른 자."
"…네에."
"……"
"왜 자꾸 자라고 해요. 나 자면 가버리려구요?"
"아니."
"자는 척 하네.. 참나."
"아니야."
"거짓말. 역시 나쁜남자였어!!!!! 내가 도환님 처음 보고 나쁜남자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진짜였어! 나 두고 가려고!!"
"아니라니까..."
"어어? 도환님 지금 애교부린 거예요? 세상에. 한 번만 더 해주시면 안 돼요? 동영상 좀 찍게."
"…싫어."
"아, 왜요오."
"자."
"왜요오 해줘요."
"자야겠다."
"아아."
"……."
"억.."
"얼른 자."
"…알겠어요. 오빠도 자요."
"오빠라고 부르면 어떻게 자."
"왜...요? 헐 설마 오빠 소리 듣고 섰..."
"……??"
"설..마..?"
"그런 걸.. 서슴없이 물어보고 그러냐 넌."
"헤..헤헤..."
도환님이 내게 입을 맞추고, 나는 입을 맞추다 말고 손을 뻗어 도환님의 옷 안으로 손을 넣어 허리를 매만진다.
아, 맞다. 12시 지났으니까 크리스마스네. 도환님이랑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다니. 그것도 우리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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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릐클싀마싀
아 마자여 뭔가 도환님 글도 해인님 글 마냥 단편일 것 같아요 '것'같아요 ^^....
'것'... 헤헤헤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