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확인만 되면 뭐든지 해결해드립니다. EXO COMPANY 00
w.Thalassemia
미션임파서블.... 유능한 요원 한 명을 추가하라!!!
1. 잘생긴듯 평범한듯 해야 한다
2. 성격이 좋아야 한다
3. 막일에 능해야 한다
4. 다 때려치고 루한만 버틴다면 누구든지 (설혹 외계인이라 할지라도) 상관없이 다이렉트로 채용!!!
벌써 한 달째 5명의 요원이 사표를 던지듯 내고 나가버렸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루한때문이였다. 성격이 화통하고 직설적일 뿐이라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 루한은 남이 보기엔 그저 단순히 성격이 개떡같고 더러운 남자였다. 덕분에 모든 파트너가 3-4일을 못 버텼고 15일을 버틴 방금 전 그 남자는 꽤 선전한 것이였다.
"그래도 저번에 있던 애는 삼 일만에 떨어져 나갔는데 이번에 왔던 애는 15일은 버텼다. 뭘 해도 될 놈이야"
백현이 이죽대며 하는 말에 루한의 심기가 불편해졌으나 할 말이 없었다. 내가 그렇게 심한가? 약 일이초간 생각하는 루한이지만 어차피 인재는 널리고 널렸다. 청년실업자가 넘치고 넘쳐 바다를 만들 지경이라는데 그 중 자기 맘에 드는 파트너 하나쯤이야 생기지 않겠는가? 고로 루한은 자신의 성격을 고쳐먹으려는 일말의 생각도 없었다. 문제는 자기 앞에서 깝죽대며 심기를 건드리는 백현을 어떻게 치워버릴까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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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도 다녀오고 졸업한 지도 꽤 된 것 같은 자식놈을 본 김모 민석씨의 어머니 고은애씨의 속은 썩어 문드러질 지경이었다. 남의 자식들은 삼송이니 엘씨니 에스게이니 다들 대기업에 들어간다는데 자기 자식은 컴퓨터나 쳐다보며 히히덕거리는데 자기 자식이지만 이뻐보일 리 없었다. 그래서 몇 대 때렸기로서니 초등학생 모냥으로 삐쳐서는 슬리퍼 질질 끌고 나가버린 아들놈의 초라한 뒷모습을 보니 너무했나 싶어 속상해졌지만 몇 분 뒤 문자왔쑝~이라는 상쾌한 핸드폰 문자음과 전혀 상쾌하지 않은 문자내용을 보고 다시 분노에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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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새끼 키워봐야 아무짝에도 쓸데없다는 말에 다시 한번 초공감하는 고은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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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석은 아까 엄마에게 맞은 등짝이 시큰거려 눈물이 고일 것 같았지만, 입 안에 녹는 아이스크림에 다시 행복을 느꼈다. 원체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며 살아가는 민석에겐 엄마 잔소리야 들을때면 서럽지만, 또 시간지나면 까먹고 밥 때 되면 사르르 녹아버리는 신기루같은 존재였다. 공원에 가기전 샌드위치니 음료수니 이것저것 사다보니 두손이 무거워져 공원 벤치에 자리잡고 앉아 봉지를 뜯었다. 그래 샌드위치는 뭐니뭐니해도 참치가 최고지. 참치샌드위치를 보니 등짝아픈건 애저녁에 까먹었다. 평일 두시였는데도 의외로 사람들이 있어서 놀래던 참에 멀리서도 눈에 띄는 사람이 보였다.
찬열은 겨우 180이 되는 정도라며 항상 백현을 달랬지만 실제 키는 180을 훌쩍 넘었고 마지막으로 쟀을때가 184인가 185인가 그랬다. 말하자면 대한민국에서 180이상인 남자가 많지 않으므로 180을 훌쩍 넘긴 장신 찬열은 멀리서도 트윙클 눈에 확 띈다는 이야기였다. 게다 얼굴 또한 범상치 않으니 멀리서도 다들 쳐다보았고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다 느낄새도 없이 항상 그런 눈빛들을 하도 받다보니 익숙 해졌다. 그러나 이 이상한 기류는 너무나도 강렬해서 뒤를 돌아볼 수 밖에 없었다. 살짝 땀을 흘리며 뒤를 돌아보니 다람쥐 같기도 햄스터같기도한 조그만한 남자가 샌드위치하나를 들고 자신을 쳐다보고있었다. 그것도 뚫어져라... 남자는 귀여운것이 딱 찬열의 스타일이긴 했으나 이미 자신에게는 백현이라는 토끼같은 마누라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뭔가 백현에게 미안해져서 (아무일도 없었지만) 다시 앞을 보려는 와중 찬열의 큰 두눈이 튀어나올정도로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그남자의 샌드위치 내용물이 약간 떨어져 나갔는데 자신을 뚫어 져라 보면서도 아무렇지않게 다른 한손으로 참치덩어리를 받은 다음 쳐서 입안으로 넣는 신기한 꼴을 보았다. 찬열은 자신의 눈을 믿기가 힘들었다. 이건 듣도보도못한 기술이었지만 쓸데없이 정교했고, 병신같지만 멋있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루한같은 놈도 적어도 15일 이상은 버틸 것 같다는 근거없는 희망이 생겼다. 그리고 민석을 찾아가 명함을 보여주고 민석을 꼬시기 시작했다. 물론 임자가 있다는 쓸데없는 말까지 덧붙였다.
민석은 찬열을 따라가면서도 미심쩍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사탕준다고 유인하면 따라가면 안된다고는 말했지만 직업준다고 말했을때 따라가지말라고 말하지 않았으니(따라가란말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뭐 따라가도 괜찮겠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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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한을 보고도 아무렇지않아요?"
찬열은 놀람과 동시에 올레를 외쳤다. 파트너 될 사람이라며 루한을 보여줬는데 민석의 반응이 썩 아니 굉장히 베리베리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지 잘난 맛에 사는 똥폼잡는 루한을 보고도 아무렇지않아하는 보기드문 사람이 나타났으니 자신의 감이 틀리지 않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루한의 자존심에 스크래치준 것에 기분이 통쾌해졌다. 그동안 얼마나 저 사슴같은 놈에게 쿠사리먹고 서러웠던가...
"우와 신기하네요. 루한보면 다들 잘생겼다고 난리들인데..."
"잘생긴거 같긴 한데 얼굴은 솔직히 그쪽 키큰 청년이 더 잘생긴편 아니에요?"
찬열은 민석이 아주아주 맘에 들었다. 자기가 더 잘생겼다고 말해서가 아니라 (분명히 그것이 이유다..) 민석에게는 보는 눈마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찬열이 몹시 좋아해 날뛰는 꼴을 보고 백현은 잠시 잠깐 위기감에 민석을 내쫓을까 했지만 민석이 임자있는 몸은 안건드리니 걱정마시라고 말을 덧붙임과 동시에 이사람이 적임자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루한의 속은 타들어 갔다. 저것들이 내 앞에서 저렇게 정정당당히 욕을 한단 말이야? 게다 내 욕하는게 뭐가 좋다고 아주 다들 신나서 우쭈쭈하는지.... 하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저 세 사람은 루한같은건 아주 무시했다.
"우리는 보다시피 입금확인만 되면 뭐든지 해결해드리는 EXO COMPANY입니다. 우리는 입금자로부터 돈을 입금받고 일을 수행하는 일을 합니다. 그일이 크든 작든 입금만 확실히 하면 살인빼곤 다합니다."
"보통 의뢰인이라고 하지않나?"
민석이 들릴듯 말듯 중얼거렸다. 백현은 개같이.. 아니 대형견같이 생겨서 정말 강아지처럼 후각도 청각도 발달했다. 루한은 더욱더 민석이 맘에 둘지 않았다. 조그만게 따박따박 말대꾸야? 그러나 백현은 민석이 더욱더 맘에들었다. 루한알기를 개똥으로 아는데다가 민석이 관찰력있고 호기심많은 청년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아주 기쁜마음으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렇죠. 보통은 의뢰인이라 하겠지만 우리는 입금확인만 되면 뭐든 합니다. 우리에게 중요한건 입금사실이지 의뢰가 아니므로 우리는 더욱더 일에 정진하기위해 의뢰인을 입금자라 명합니다."
민석의 팔랑귀가 보기좋게 흔들렸다. 생각해보니 의뢰인이라고 하면 짜증나는 의뢰나 맡기는 사람같은데 입금자라 하면 돈입금해주는 사람이니까 더 정감가고 기분좋게 들리는것 같았다. 그리고 입금확인 후에 일을 한다는것은 돈 걱정은 없어도 된다는것 아닌가? 루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찬열의 얼굴값과 백현의 감언이설 그리고 아주아주 중요한 민석은 엄마로부터 등짝을 사수해야 했기에 민석은 입금확인만 되면 뭐든지 해결해드립니다. EXO COMPANY에 정식 채용이 되었고, EXO COMPANY 최초로 루한 파트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벌써 3달을 버틴 최우수요원이 되었다.
미션임파서블? 미션 파서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