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자기 생각으로는 굉장히 무뚝뚝한 쌤이랑 있었던 일 (부제:전 남자친구)
IU - 나의 옛날 이야기
안녕 또 본다!
오늘 얘기는 조금 우울할지도 모르겠네
오늘은 민석쌤이 안나와ㅠㅠㅠㅠ
이 이야기는 써도 될 얘기인지 많이 고민했어
민석쌤한테도 한참이나 고민하고 한 얘기야
민석쌤이 믿음직스럽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 이야기도 아닌 걸 떠벌리고 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
그런데 내가 이 얘기를 여기서 하는건...글쎄다
내 전 남자친구가 내 머릿속에서 잊혀지는걸 바라지 않거든
민석쌤이랑 행복하게 지내다보니까 이 아이를 내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미안하게도
내가 교육봉사를 다닌다고 했잖아? 그것 말고도 고아원 봉사를 다녀.
중학교 1학년 2학기때였나? 그때부터 시작했거든
첫날에 고아원에 딱 갔는데 같은 반 남자애가 있더라
얘기는 많이 안해봤고, 소위 문제아인 아이라서 별로 친하지 않았는데
고아원에서 봉사를 하나보다- 착하다! 하는 생각으로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었어
"안녕?"
인사를 하자마자 남자애가 흠칫하는게 느껴졌어
봉사활동하는게 쑥스러워서 그러나 싶어서 나도 계속 보고 있었는데
걔가 갑자기 나한테 큰소리로 얘기하는거야
"너도 소문 확인하러 왔냐?"
"무슨 소문?"
난 저때 정말 어이가 없어서 바로 반문했어
그랬더니 남자애가 기도 안차다는 듯이
"그래 나 고아다"
"내 입으로 확인하고 싶었나봐?"
첫 만남이 이러니까 봉사하러 갈때마다 계속 시비를 걸더라고
성질같아서는 멱살 잡고도 남았는데
첫날에 고아원 원장님께서 내 손을 잡고 얘기하셨거든
많이 아픈 애라고...이해해주라고....
사람마다 단점 하나 있을 수 있고
아픔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수 있잖아
나도 그거에 대해서는 이해를 했어
진짜 이해가 안가는건 봉사를 한지 한 6개월이 되가니까
계속 욕을 해대면서 나를 도와주는거야 사실 도움도 안됬고
도와줄거면 욕은 대체 왜하는 건지 이해도 안갔지만 도와주려고 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고맙기도 하고,
그렇게 점점 친해졌지. 가끔 우리 집에 불러서 우리 가족이랑 밥도 먹었어
내가 외동딸이라서 아들 하나 더 생긴 것 같다고
엄마 아빠도 좋아하시더라
그렇다고 행동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았어
난 정말 얘의 별꼴을 다 봤다고 자부할 수 있어
한밤중에도 고아원에 안 들어와서 원장님이랑 찾으러 다니고
술에 꼴아서 이불빨래 도와준답시고 표백제를 때려넣질 않나...
믿을 건 얼굴밖에 없는 애였지
사람 변하는게 제일 어렵다했는데,
얘가 점점 변해가더라
멍때리고 말 걸어도 대답도 안하던 애가 자기 얘기도 해주고...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게 됬어
툭하면 허리띠로 때리는 새아버지에
알콜 중독자인 어머니 밑에서 첫째로 태어났는데
여동생이 정말 예뻤다고 했어
어머니는 술에 쩔어서 신경도 쓰지 않았으니
유일한 혈육이었던 셈이잖아
객관적인 눈으로 봐도 예뻤고
주관적인 눈으로 보면 더 예뻤대.
그런데 새아버지의 폭력이 점점 심해지고
자기가 버틸수 없을 정도가 되니까 이제 여동생도 건드리기 시작한거지
그때 처음으로 새아버지한테 반항을 했대
새아버지는 그거에 또 미쳐서 야구방망이를 찾았대
그때 딱 직감을 한거지
'아, 이대로 있다가는 맞아 죽겠구나'
그래서 신발도 못 신고 도망을 쳤대
마을 사람 집에 숨어 있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
새아버지는 눈에 핏발이 서서는 자기를 찾아대고.
선생님한테 사정사정해서
전학수속을 마치고 고아원으로 들어온거야
아직도 동생 소식을 못들었다고
자기는 동생을 버린 쓰레기라고...
나한테 얘기하면서 펑펑 우는데 나도 따라 울었어
그리고 우리 둘이 약속을 했지
방학 때 집으로 찾아가 보기러...
3학년 겨울방학식을 하는 날이었어
되게 불안해보이더라
같이 고속버스터미널에 서 있는데
걔 손이 벌벌 떨리고 있더라고
사실 나도 좀 떨렸어
그래서 손을 마주잡았더니 걔가 중얼거리더라
"이 일만 끝나면...할 말이 있어 잘 들어줘야 돼?"
감이 오잖아 사귀자는 거겠지. 그래서 나도 웃으면서 끄덕였어
사실 오랜 시간 함께해서그런가 거의 사귄다고 보면 될 사이였어
얘도 우리 부모님한테 장인어른, 장모님이라고 불렀고
항상 농담조로 우리 사귀게 되면 혼수부터 준비해놓자면서
집은 북유럽풍으로 꾸미자고 얘기했었지
부모님도 별 반대는 안하시는 듯 보였어
버스에서 내려서 한참을 걸었어 풍경이 점점 휑해지더라고
이때부터 얘가 손톱을 뜯기 시작했어
그래서 하지 말라는 표시로 손목을 툭 치니까
미안하다는 듯이 씩 웃고는 걸음을 멈췄어
다 왔구나 싶어서 어디냐고 물으려는데
여기 있으라고 하고는 자기 혼자 발길을 돌리는거야
싫다고, 나도 같이 가기러 한거 아니었냐고 고집부리는데
내 머리 쓰다듬으면서 하는 말이
내 가족인데 내가 먼저 보고 너도 보게 해줄게...그러더라
그래서 수긍의 의미로 손 흔들어 줬어
이십분정도 지났나? 나무 밑에 있던 돌에 앉아 있는데
얘가 얼굴을 감싸고 빨리 걸어오는거야
내 손목을 세게 잡더니 진짜 빠르게 걷더라
언뜻 뒤에를 바라보니까
짧은 새빨간 원피스를 입은 앳된 여자를 본것 같아
길이랑 노출된 정도가 여자인 내가 봐도 아슬하더라
얼핏 봤는데도 아직 애기티를 못 벗은 것 같았는데...
그건 그렇고 얘의 뒷모습도 아슬해보였어
내가 뒤에서 껴안으려니까
"만지지 마"
그러는거야 처음 봤을때랑 말투가 같아서 놀랐어
그 뒷말이 더 슬프더라
"나 같은 더러운 놈 만지지 마"
라더라. 내가 다시 등에 손 얹으니까
동생도 못 지킨 더러운 새끼 만지지 말라면서
소리에 소리를 지르는거야
손마디가 보일 정도로 주먹을 세게 움켜쥐고는
울고 있더라고, 우는 모습 한번도 보여주지 않던
그 아이가 내 앞에서 울었어. 펑펑.
빨간 원피스 입은 그 아가씨가
눈부시게 예뻤던 동생이었을까.
돈때문에 해서는 안될 선택을 했던 걸까?
생각은 많았는데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어
내가 안아주니까 걔도 나를 껴안고는
미안하다고 수없이 되뇌이더라고
그건 동생을 향한 미안함이었을까
나를 향한 미안함이었을까...
그 후로는 나도 잡아줄 수 없을 만큼 망가져가더라
나도 많은 후회를 했어
괜히 가시 세우며 살아가는 애 무뎌지게 해놓고
더 큰 상처를 준 걸까 아직도 자책해.
그때 동생을 보러 가지만 않았어도
나와 그 아이의 인생은 달라졌을까
마지막 희망은 그저 희망으로 남겨둬야 했던걸까?
이기적이지.
하루에 두갑씩 담배를 피우고
술을 붓더니
결국에는 자취를 감췄어
그 뒤로 나한테 딱 한번 전화가 왔었거든
발신자 표시제한이었는데
아무 말도 안하다가
"미안"
한마디 하고는 또 아무말도 안하는거야
나만 전화기에 대고 계속 얘기했어
나도 미안하다고, 다 나 때문이라고...
그러니까 진짜 조그마한 목소리로
"너때문이 아니야..."
하더니 전화를 끊었어
그 후로는 목소리를 들은 적도
행방을 아는 누군가를 본 적도
남아있는 편지를 본 적도 없어
부모님은 아마 하늘나라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하시는 것 같아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해
걔, 그렇게 나약한 애 아니거든...
응, 어딘가에 나 보란듯이 잘 살고 있을거라고 난 생각해
고아원에 봉사 갈때마다 원장님이랑 아직도 그 아이 얘기를 하거든
분명히 그 특유의 웃음 지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거라고.
그러니까 우리는 궂이 찾지 말자고, 언젠가 웃으면서 찾아오면
우리도 웃으면서 맞이해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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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갑자기 삘받아서 글쓰고 갑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자주 못올것같아서
폭탄으로 투척하는듯....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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