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남편 오세훈 X 여고생 아내 너징
W. 더블에이
2.
"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느라 수고했고 지난주에 나눠준 진로계획서는 내일까지 꼭 제출하도록 이상 "
이상이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마침표가 지어진 직후 도경수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차렷, 경례를 깔끔하게 외치면 학교가 파했다는 설렘속에 어수선했던 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싹 정리되고, 하나같이 머리를 푹 숙였다. 의미없이 교탁을 탁탁 두어번 치며 담임선생님이 출기록부를 겨드랑이에 이고서 앞문으로 퇴장하면, 아이들은 너도나도 할것없이 챙가방을 곧장 챙겨들었다.
하교를 위해 하나, 둘씩 흩어져 있던 아이들이 만나면 엄청난 소음을 만들어낸다. " 야 떡볶이 콜? " 부터 시작한 수다거리는 " 오세훈 런닝맨 나오는거봄? 존잘- " 에 닿는다. 움찔했다. 오세훈이라는 단어는 10M 이상의 거리에서도 내 몸을 먼저 반응시킨다. 덕분에 오세훈의 이름을 제일크게 불러댄 아이와 눈이 마주쳤고 난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 시선을 회피했다. 아, 자연스러웠어야 했는데..
서둘러 어떤 책 하나 들어가지 않아 먼지처럼 가벼운 책가방을 어깨에 매면서도 귀찮게 자꾸 맴도는 진로계획서에 한숨을 푹 쉬었다. 책상 서랍에서 너나 할것 없는 이면지들과 함께 엉켜있던 진로계획서를 꺼내들어 대충 구김을 펼쳐 빤히 노려다보다가 내게 한참 불리한 눈싸움만 될걸 알고 교복 주머니에 대충 집어 넣었다. 어차피 오세훈과 이미 결혼한 마당에 진로는 무슨..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목표를 가져보는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지만서도 공부는 젬병이고 아, 어렵다 어려워
나와 같은 교복들을 입은 사람들이 운동장을 꽉꽉 채워졌다가 모두들 교문을 빠져나가고 어느정도 한산해진 틈을 타 나는 조용히 학교를 빠져나왔다.
사실 나와 오세훈의 신혼집은 학교와 정반대 방향으로 원래 오세훈이 살고 있던 강남 고급 오피스텔이었다. 1시간 가량의 등하교 시간에 어려움이 있다는걸 나보다 그가 더 빨리 눈치챘고, 나와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고급 세단에 운전기사까지 붙혀준다는걸 극구 반대했더니 그렇다면 학교를 가까운 곳으로 옮기자 한다. 고3인데 전학이라니! 괜찮다고 1년만 버티겠다해도 결코 물러서지 않던 그였다. 결국 학교와 걸어서 15분 거리로 강제 이사 되었다. 15분 거리도 멀다며 학교 옆에 새로 건물를 짓는다는 그의 터무니 없는 주장을 말리기가 힘들고 지쳐, 15분 거리에 위치한 빌라가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고 하니 곧 바로 계약을 했버렸다. 돈이 썩어나는지..
아무도 없을 허전한 집안에 들어가는걸 정말 소름돋게 싫어했던 터라 결혼 후 바쁜디 바쁜 스케줄을 내 한가한 일정에 맞추려고 노력하던 그였다. 때문에 하루 24시간도 모자라다는 미니 연속극 드라마 촬영 제의가 들어오면 줄거리가 뭐가 됐던 동료 배우가 누가 됐던 결단코 마다하고 보고 비교적 짧은 촬영기간을 거친 영화에만 집중했다. " 징어 너 혼자 집에 못두겠으니까 그래 " 라며 내 양볼을 꼬집고 했던 그 말을 아직도 기억하지만, 난 그냥 그가 나와 더 같이있고 싶어서 그러는것 같다. 전국에 있는 오세훈 팬들은 제발 로코에 한번만이라도 출연해달라고 각종 방송사에 항의 아닌 항의를 해보지만 뭐 어쩌겠는가 본인이 싫다는데.
" 다녀왔습니다- "
아무도 없는 텅빈 공간의 허공에 인삿말을 건넸다. 어서와- 라는 인삿말을 들을 수는 없어서 수고했어. 어서와- 한마디를 건낼 수 있다는것도 과거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인거지 뭐. 단둘이 살기에는 터무니 없이 넓고 좋은 집에 벌써 몇년째 적응 중이다. 교복을 벗어 던지다가 대충 찔러놓은 진로 계획서를 꺼내들었다. 이거나 쓸까. 편안한 복장으로 바꿔 갈아입고 거실로 나오니 가장 눈에 띄는 대형 액자 1개. 본인의 사진을 대형 액자로 거실에 걸어놓는 연예인들이 제일 꼴불견이라고 하더니 나와 함께 찍은 웨딩 사진은 또 어마무시한 크기로 현상에 걸어두었다. 이럴때 보면 귀엽다 정말.
" 런닝맨 한다!! "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런닝맨 재방송을 지나쳐가는데 낯익은 뒤통수가 보인다 했더니 남편이다. 학교에서 오세훈 런닝맨 존잘! 오세훈이 못보게 해서 본방은 못봤었는데. 다음주에 개봉하는 영화 주연들과 조연들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자기는 예능은 젬병이라면서 어떡하냐고 징징거리길래 너 답게 하고와! 라고 조언을 해줬더니 아니 예능에 나와서 그것도 런닝맨에 좀 웃고 신나게 달려다니고 뛰어다니고 그러지 너 답게 하고 오라고했다고 진짜 웃지도 않고 말은 무슨 표정도 없다. 휴, 천하의 유재석님도 당황해 하신다.
" 저 바보바보, 스파이 다 티내고 있다. "
유재석님이 " 오세훈씨 혹시..스파이? " 이러니까 눈동자가 지진난것처럼 미친듯이 흔들린다. 어라 말까지 더듬어? 어휴 퍽이나 성공하겠다 했더니 성공한다. 에이 짜고 치는 고스톱 같다. 내 남편이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시청자를 상대로 사기치는것도 아니고 하면서 TV를 꺼버렸다.
탁자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볼펜을 집어들고 구깃한 진로 계획서를 쫙 펼쳤다. 희망대학. 학과 1지망 부터 3지망 까지 작성을 지시하는 3칸의 란위에 뭘 적어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볼펜을 꽉 쥔 손에 힘이 쫙 풀린다. 적을게 없다. 대학은 결혼 전부터 생각도 못하고 아니 안하고 있었고 취업이라고 쓰자니 여전히 하고싶은것도 꿈도 없는데. 뭐가 좋을까. 아, 연예인 코디네이터나 매니저 일을 해서 남편 내조나 확실히 할까...했지만 내 패션 센스로 보나 눈치 제로를 보나 절대 무리. 남편을 워스트 드레서로 만들고 싶진 않다. 그럼 요리사? 내 솜씨로는 턱도 없지 그럼 뭐가 좋을까..아!
1지망 : 현모양처
2지망 : 현모양처
3지망 : 현모양처
이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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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간질, 누군가 내 뺨을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손길에 흠침 놀랐다가 곧장 평온을 되찾았다. 볼을 간지럽히고 내 입술에 아무렇지 않게 입을 맞추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오세훈, 내 남편이니까. 저절로 지어지는 웃음과 하염없이 올라가는 입꼬리에 잠에서 깬걸 들켰지만 여전히 난 눈을 감고 그의 손길을 느끼고 있다.
" 왜 여기서 자고 있어. 안불편해? "
" 불편해- "
" 그럼 방에 들어가서 자자. 응? "
" 잠 다 깼어... "
" 다 깼어? 근데 계속 눈 감고 있을꺼야? 나 안보고 싶었어? "
" 보고싶었...푸흣, 눈이 이게 뭐야! "
자기 좀 봐달라고 앞발을 들어 주인의 허벅지를 긁는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오세훈의 성화에 이쯤에서 얼굴을 봐줄까 해서 눈을 떴더니 코앞에 나와 같은 자세로 탁자에 엎드려있는 그가 보인다. 근데 아이라인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짙다. 내 웃음에 빈정상한 그가 황급히 손가락으로 저의 눈을 뒤늦에 가려본다. 어후 귀여워.
" 메이크업 지우고 오려했는데 늦어서 자기 기다릴까봐 바로 왔지. "
" 흐흣- 다시 봐봐 "
" 아 싫어. 지우고 올래 "
" 아냐 멋져멋져. 아니, 누구 남편인데 이렇게 멋진거야? "
" 그러게 말야. 누구 남편인지 참 "
엄지와 검지로 브이자를 만들어 날렵한 턱선에 대는데 화보잡지에서 툭 하고 튀어나온듯한 효과가 난다. 평소 집에서 보는 그와 조금 다른 느낌에 좀 묘하다. 정말 스타 오세훈 같아서.
" 이런 모습을 왜 런닝맨에서는 안보여줫을까? "
" 아 봤어? 아..왜 봐..보지 말라니까.. "
" 마누라가 당연히 모니터링 해주고 피드백도 해주고 그러는거지. 나 아니면 누가해? "
" 그래..서 어땠어? 나 잘했어? 나 스파이도 성공했는데. "
자세를 고쳐 앉은 오세훈이 나 칭찬해주세요- 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길래 나는 심히 고민하는척 흠...거리다가 이내 솔직하게 말을 하기로 결정했다.
" 흠..아니 예능에서는 표정도 풀고 더 웃고! 말도 많이하고 그래야지 "
" 하, 나는 예능이랑 안맞아. 다음부터 예능 안할래. "
이럴줄 알았다. 이럴줄. 칭찬이 나올줄 알았던 내 입에서 아니- 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눈썹이 한없이 쳐저 내려가더니 입술이 삐죽 나오기까지한다. 대체 나이를 어디로 먹을걸까.
" 삐지지말고- 근데 진짜 멋있더라. 마지막에 종국오빠 이름표 뜯을때! "
" 진짜? "
" 진짜! "
하, 누가 이 모습을 보고 그 '오세훈' 이라고 생각할까. 하염없이 귀여운 모습에 빤히 그의 얼굴을 쳐다보게 됐다. 나에 지지 않게 나와 마주하며 뚫어지게 나와 눈을 맞추는 그. 결국 먼저 눈을 돌려버린건 역시 나였다. 자신과 눈을 멀리하는걸 싫어하는 그였기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내리깔며 화제를 변경해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었다.
" 오늘 촬영은 어땠.. "
" 또 피하네. 남편 섭섭하게 "
" 피한거아냐.. "
" 뽀뽀 "
" ... ... "
" 촬영 잘 하고 오면 뽀뽀해준다며- "
고개를 내리깔면 저도 내리깔아 나와 시선을 맞추고 왼쪽으로 돌리면 함께 딸아오는 그의 시선에 심장이 두근한다. 또 날 피하는거냐며 핀잔 아닌 핀잔과 투정에 애써 아무렇지 않은척 아니라고 하지만 그의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나있다. 뽀뽀- 라며 입술을 쭉 내미는 그를 살짝 노려보듯 쳐다봤다. 저런 애교에 안넘어가는 여자는 없을꺼야. 소리나게 쪽- 하고 떼려는데 나의 허리를 감아오는 덕분에 타이밍을 놓쳤고, 그는 타이밍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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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기서 자고 있었어? 이게 뭐야? "
" 어? 아 아무것도 아냐- "
" 수상해 뭔데- "
" 아니라니까.. 아 배고프다. 밥 먹었어? "
" 배고파? 뭐 먹고 싶어? "
" 음- 오세훈표 볶음밥? "
" 접수완료- 씻고올게 기다려! "
안타깝게도 우리 집에서 요리를 하는쪽은 아내가 아닌 남편이다. 돈벌어오는것도 남편, 밥을 하는것도 남편. 턱도 없이 말이 안됀다는건 잘알고 있지만서도 요리를 하는건 정말로 무리다. 언제였던가 내가 김치찌개를 했던 때였을거다 아마. 파를 송송 썰어 넣으려다가 내 손가락을 송송 썰어 넣을뻔 했을때. 손가락에서 피를 본 나는 정작 아무렇지 않았건만 남편은 정말 뒤로 넘어갈듯 충격에 휩싸여서 그때부턴 날 주방에 들이지도 않으려 한다.
배고프단 나 때문인걸까. 빛의 속도로 씻고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그가 어느새 부엌에 서있다. 궂이 내가 앉아있는 식탁으로 도마를 가져와 당근을 썬다. 한번 썰고 나보고, 두번썰고 나보고. 그래서 언제 볶음밥을 먹을 수 있을까?
" 자꾸 나 보면 방에 들어가있는다? "
" ...안돼! 나 지금 엄청 빨리 한다. 봐봐! 빠르지...아! "
" 다쳤어? 피나잖아! "
" 하나도 안아파! 아이 창피하게 "
" 봐봐 어디..속상하게 "
장난치더니 쌤통이다 싶다가도 주룩 흐르는 피를 보니 마음이 아프다. 의식보다 무의식이 앞서 손을 가져다가 입에 넣어 피를 빠는데 생각보다 상처가 깊지않아서 불행중 다행이다. 걱정스럽게 상처를 살피는 내 귓가에 피식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뭐가 웃긴건지.
" 왜 웃어? "
" 자기가 걱정해주는게 좋아서. "
" ... ... .. "
" 평생 내 옆에서 이렇게 나 걱정해줘 "
" ... ... .. "
" 아무대도 가지말고. "
" 응. 아무대도 안갈게. 평~생 오세훈 옆에 있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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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용- ㅎㅎㅎㅎㅎ
늦어서 너무너무 죄송해요 ㅠㅠㅠ 어려분 사정이 있어서 이렇게 늦었답니다..ㅠㅠㅠ
앞으로 빨리빨리는 못올려드릴지도 모르겠어요 ㅠㅠ
나름 공부를 하는 학생인지라..ㅠ 대학가서도 공부를 해야할줄을 몰랐네여 핫ㅎㅎㅎㅎ
아무튼 오래 기다려주신 여러분들게 너무너무 죄송해요 ~
3편 빨리 써서 올릴ㄱ게용 즐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