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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백도] 이등병의 편지 4 | 인스티즈

[EXO/백도] 이등병의 편지 4 | 인스티즈

 

그날 밤은 변백현 막사에서 잠을 청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몸은 눕혀지고 변백현의 흐름대로 나도 그렇게 흘러갔다. 좆 같게도 여자, 여자하던 내가 다시 남자한테 반응 했다는게 일어나서야 어릴적 흑역사라도 발견한듯 발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허리가 아팠다. 씨발, 변백현. 군복을 다시 여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변백현이 허리를 꽉 붙잡곤 놓아주지 않자 난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 

 

 

"볼 일 있으십니까" 

 

 

"화생방 하지마" 

 

 

"제 막사로 돌아가겠습니다" 

 

 

"네 남자 구실 못하게 간밤에 힘 좀 더 쓸 걸 그랬나?" 

 

 

 

내 팔꿈치가 진짜 자동적으로 변백현 복부를 과격했다. 진짜 고의는 아니었다. 진짜로. 

 

 

 

"미친 새끼야. 욕정 풀려면 휴가 때 안마시술소나 가. 더러워서. 추억 팔이 개나 줘" 

 

 

 

그렇게 난 허리를 부여잡고 내 막사로 갔다. 선임들이 어디 갔었냐는 물음에 변백현 조교한테 존나 깨지고 왔습니다라고 말하자 말없이 자살은 안된다며 처음으로 동정어린 시선을 받아봤다. 오전 공팔시 우린 일제히 진지를 정리하고 화생방 훈련을 위해 걸음을 옮겼다. 변백현의 우렁찬 소리에 한발짝씩 패기 넘치는 걸음을 걸었다. 

 

 

 

"허리 부여잡고 가는 꼴 존나 웃겨 도경수 이병. 변백현 조교가 비누라도 줍게 했나봐?" 

 

 

 

순간 찔렸다. 

 

 

 

"아, 아니지말입니다. 그냥 포복이랑 엎드려 뻗쳐랑 PT 대학등록금만큼 했지말입니다" 

 

 

 

"짜식. 농담에 당황하긴. 허리 간수가 생명이야. 휴가 때 여친 있는 애들은 주거든, 그거" 

 

 

 

"예...?" 

 

 

 

선임은 낄낄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거? 그거 씨발... 여친이 없다고 여친이. 나는 걸으면서 다시금 백일 휴가 디데이를 가슴 속에 새겼다. 나가서 김종대랑 술도 마시고 피씨방도 가고 클럽도 가고, 아 근데 왜 다 김종대야 씨발. 

 

 

 

"도경수 이병. 정신을 어디다 두고 훈련합니까. 밤새 기합에 정신 아직 못 차린겁니까?" 

 

 

 

아, 잊을만 하면 개가 짖네. 미친개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딴 정신력으로 남자 구실 좆도 못합니다" 

 

 

 

전우들이 킥킥대고 난 변백현 뒤를 죽어라 째려봤다. 제대하면 뒤졌어 새끼야. 계급장 떼고 너 죽고 나 사는 거야. 

 

 

 

어제 그 쓰레기강은 자취를 감추고 일반강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어제 지옥이 다시 생각나는 것만 같아서 모두 코를 부여잡고 강을 건넜다. 그리고 화생방 훈련장에 도착할 무렵 변백현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다른 조교가 우릴 반겼다. 너는 미친 개만큼은 아니여라 제발. 

 

 

 

 

예상은 적중했다. 미친개는 아니었다. 다만 그냥 개새끼였을뿐. 

 

 

 

 

"지급되는 방독면 잘 착용하도록. 지금 지급되는 장비는 너희들 아버지도 사용하셨을 수도 있는 우리 부대 전통을 이어온 것들이다. 그만큼 장비점검 잘해야 보다 나은 화생방 훈련이 될 수 있을테니까 살아남을려면 꽉 동여매도록. 알겠나." 

 

 

예, 알겠는데 씨발 이거 공기 다 들어오잖아. 전통이고 나발이고 장비가제 구실을 못하는데 어쩌라는거야. 그리고 이게 숨 쉬는거야 마는거야 어떤 새끼가 내 코 붙잡고 있는 건데.  

 

 

 

그렇게 수만번 훈련 제외 해달라고 부탁해볼까 망설였지만 전우들 얘기하는 거 들으니 또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고 순번이 다가오고 전우들이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얼굴에 뚫려있는 모든 구멍에서 체액이 흘러내리는 걸 보니 내 손은 흡사 금단증상처럼 덜덜덜 떨려 오고 이도 아드득 아드득 갈렸다. 

 

 

 

"다음 순번 대기한다." 

 

 

 

신이시여. 김종대 이 형님 화생방 한다. 혜연아 내가 더 남자 돼서 돌아갈게. 부모님 사랑합니다.  

 

 

두 손 꼭 모으고 간만에 기도를 올렸다. 무교인 내가 천지에 있는 모든 신의 팬이 될 줄이야. 화생방 문이 열렸다. 씨발, 이건 또 무슨 물난린가 싶었는데 호기심이란 경험이 최고의 해법인 법. 

 

 

문이 잠기고 캡슐이 고열이 철판 위에 올려지고 탁탁하는 소리와 함께 매캐한 연기가 방 안을 감쌌다. 어? 별 거 아니네 이게 뭐야 하는 느낌에 웃었는데 아 미친 씨발 이게 무슨 일이야로 바뀌고 점차 이성을 잃었다. 

강렬한 펩사이신 성분이 내 몸에 달라붙는듯 했고 숨을 쉴 때마다 짬뽕 국물을 코에 들이붓는듯 했다. 이건 라면 먹다 사례 걸린 거보다 수천배는 고통스러웠다. 진짜 모든 안면 내 구멍에서 체액이 붐비됐다. 

그렇다. 처음 왔을 때 바닥에 고여있던 물은 물이라고 하기도 그런 이전순번 전우들의 체액이었다. 하지만 더럽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마치 새벽의 저주에 좀비들처럼, 워킹 데드의 좀비들처럼 화생방 문을 긁어댔다. 그리고 그 난리통에 조교 세명이 들어왔다. 모자 사이로 비춰지는 변백현 얼굴이 보였다. 변백현이랑 눈이 마주치고 변백현에게서 너 여기 왜 들어왔어라는 무언의 화를 보았다. 

 

 

"힘듭니까? 나가고 싶습니까? 지금 느끼는 고통은 이제껏 부모님들이 여러분을 길러주시느라 겪은 고통에 비해 새발의 피일뿐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위해 노래 제창합니다.실시" 

 

 

 

눈을 감고 할 수 없이 노래는 부르는데 한글자, 한글자 부를 때마다 짬뽕 국물 1L가 내 코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한명이 명령 불복종과 함께 문으로 달려갔다. 이성 상실의 결정판이었다. 그리고 조교의 각목이 그 전우의 몸을 구타했다. 나도 나가고 싶다. 이게 죽는 거구나 느끼고 내 이성의 끈이 톡하고 끊어질때쯤 변백현이 안았다. 

 

 

 

 

"조금만 버텨" 

 

 

 

매운 기체와 공기중의 가루 때문에 울면서 몸을 비틀었다. 갈 거라고, 놔라 이 새끼야. 어? 

 

 

 

"경수야" 

 

 

 

 

더욱 끌어안았다. 전우고 조교고 우릴 신경 쓴 겨를도 없었다. 미쳐 날 뛰는 전임들이 처음으로 고마웠다. 화생방 훈련 5분 남겨 놓고 다시 진정된 분위기 속 마지막 화생방 훈련 코스가 진행됐다. 

 

 

 

"지금 부모님, 혹은 소중한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큰 소리로 우렁차게 소리친다. 실시" 

 

 

 

변백현이랑 눈이 마주쳤다. 그 와중에도 눈물,콧물은 흐르고 난 그냥 무의식적으로 미안해가 튀어나왔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그리고 문이 열렸다. 두 팔을 뻗고 나가라는 명령에 문 사이로 들어오는 진짜 황홀한 햇빛을 향해 모두 뛰었다. 이게 천국이구나, 천국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훈련이 끝나고 우린 풀밭에 앉아 쉬고 있었다. 

 

 

 

 

"김조교 존나 깨지고 있는데?" 

 

 

"이유가 뭐지 말입니까?" 

 

 

 

"몰라. 변백현 조교 또 빡 돌았어" 

 

 

 

주위를 두리번거려 변백현을 찾았다. 인상 구기며 뭐라 말하는데 내용은 들리지 않는다. 

 

 

 

"내가 도경수이병 천식 기록 있다고 제외 시키랬지. 뭔 일 났으면 니가 핸디캡 받냐? 어? 혹시나 개거품 물고 애 실신했으면 누구 책임이야. 씨발. 자대 돌아가서 엎드려 뻗쳐하고 대기하고 있어" 

 

 

 

그리고 변백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근처 계곡으로 우릴 데리고 갔다. 매운 가루들을 씻겨 내고 싶은데 땀 때문에 잘 씻기지도 않았다. 변백현이 내 옆에 앉았다. 

 

 

 

 

"유격 세번 남았어. 복무 연장할 건데 나랑 마지막 유격 땐 그 멘트 좀 바꾸지" 

 

 

 

난 변백현을 멀뚱히 쳐다봤다. 

 

 

 

 

"사랑한다는 말이 더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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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ㅍㅍㅍ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백현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당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2
헐 ㅠㅠㅠㅠㅠ경수야ㅠㅠㅠ백도행쇼ㅠㅠㅠ
11년 전
독자3
우오아야!!!!!!!!!!!!!백현찡ㅠㅠㅠㅜㅜㅜㅜ마짐막에 진짜 설레요...
11년 전
독자4
드디어나와다ㅠㅠㅠㅠ백도행쇼ㅜㅜ
11년 전
독자5
배또행료 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6
헐 백도행쇼ㅠㅠㅠㅠ너무 좋아용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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