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뷔슙민] 사랑은 충동적 2 말도 없이 떠난 윤기가 즐거운 쇼핑(을 빙자한 사재끼기)을 끝낸 후 술자리로 돌아왔다. 실연당한 태형은 잔뜩 독이 올라 꽤 많이 마신 술에도 멀쩡했다. 태형의 추억 팔이에 유독 저에게 싸가지 없던 정국이 떠올라 약빨이 오른 지민 역시 많이 마신 술에도 불구하고 꽤나 멀쩡했다. 윤기는 지민의 술잔이 비워질 때마다 똥줄이 탔다. 지민과 외간 남자의 키스를 핑계로 평소보다 더욱 화끈한 밤을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술로 그 기회를 날릴 수는 없었다. 이게 어떻게 잡은 기횐데! 윤기의 울부짖음을 듣기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방광에 물 빼러 가는 것인지 지민이 잠시 화장실에 가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지민이 자리를 비우자 테이블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어색함을 참지 못 한 태형이 멍청한 중어마냥 입을 뻐끔거리다 윤기에게 농담을 건냈다. "형, 지민이 대신 나는 어때요." "미쳤냐?" "농담이죠. 뭐 그렇게 죽일 듯 쳐다봐요. 무서워서 지릴 뻔 했네." "그냥 지려, 새끼야." 이 형이 확실히 박지민한테는 아주 딱이구만. 몇 년이나 봐온 윤기를 새삼 평가한 태형은 급작스런 자괴감에 빠졌다. 윤기에 비해 정국은 정말이지 최악의 남자였다. 지민을 보듬어주는 윤기와는 다르게 자신이 보듬어줘야했던 정국을 떠올리니 혈압이 상승하는 듯 뒷골이 살짝 당겨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박지민보다는 나은 것 같은데! 급작스레 지민에게 열등감을 살짝 느꼈지만 어쨌든 친구로써의 도리를 다 하기 위해 태형은 오글거리는 드라마 혹은 만화에서나 겨우 보던 불알친구 남자친구에게 불알친구 신신당부하기 따위의 기술을 윤기에게 시전했다. 윤기와 지민은 1년 조금 넘게 사귀다가 헤어진 본인과 정국과는 다르게 2년 째 잘 사귀고 있는데 말이다. "형, 내가 오늘 차인 사람으로써 말해주는데, 형도 지민이랑 헤어질 수 있어요." "알아." "그러니까 지민이한테 잘해줘요." "전정국보다는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응, 맞아요. 사실 정국이보다는 형이 훨씬 더 잘해주는거 나도 알아요." "갑자기 청승이냐." "헤어졌잖아요. 술도 마셨고. 어쨌든 헤어져도 좋은 기억 남겨줘요. 전정국처럼 이 지랄 나게하지말고." "그래, 한 잔 해라." 꽤 진지하게 말하는 태형을 보던 윤기가 하얀 손으로 옆에 있던 소주 병을 들어 태형의 잔에 따랐다. 곧 윤기의 잔에도 소주가 담겨져 잔이 부딪히고 목구멍을 타고 위로 흘러내려갔다. 고작 소주일 뿐인데 중국의 백주(白酒)라도 마신 것 처럼 속이 뜨거워지는 것 같은 느낌에 태형이 눈을 감고 몸을 살짝 떨었다. 어딘가 위태로웠다. 넘어간 술과는 다르게 올라오는 알코올 특유의 단 냄새가 원래부터 그닥 잘나지도 않은 태형을 더 찌질하게 만들었다. 코를 훌쩍거리며 소주 병을 쳐다보다 결국 병을 들어 그대로 병나발을 부는 태형에 윤기가 기겁했다. 병나발을 부는 것도 추해서 기겁 할 만하지만 병나발을 불면서도 안주 대신 훌쩍거리며 콧물을 마시는 태형이 더러워서 기겁했다. 윤기는 태형이 앉은 자리의 반대 편으로 슬금슬금 달아났다. 때 마침 구원투수처럼 나타난 지민에 미소를 찾은 윤기는 지민을 보고는 의자를 팡팡 두드리며 앉으라고 손짓했다. 허나 행복도 잠시, 똥을 싸고 온 건지 지민의 온 몸에는 똥냄새가 풀풀 풍겼다. 윤기는 또 고난에 빠졌다. 콧물 먹는 태형을 피해 지민에게 가까이 갔더니 똥냄새가 났다. 하나는 콧물을 먹지를않나, 하나는 몸에 짙은 똥냄새를 풍기지를않나. 인생이 더러움에 얼룩지는 기분이 든 윤기는 착잡했다. "둘이 무슨 이야기 했어요?" "찌민아..." "얘가 왜 이래, 돌았냐?" "나랑 전정국 욕하자." "그럼 내가 여태까지 한 말은 다 전정국 칭찬이였니? 귓구멍이 막혔구나 너." "전정국이 나한테 존나 욕하고 갔어." "넌 그런 새끼를 왜 좋아했냐?" "그러는 너는 윤기 형이랑 왜 사귀냐? 내 눈에는 노인과 봉사자같거든?" "맞춰줬더니 지랄이야." "그랬어? 미안." "됐어. 이미 기분 상했어." 야, 나 한 번만 안아줘. 태형이 두 손을 지민을 향해 뻗으며 칭얼거렸다. 마음에 안들기는 하지만 어쨌든 꽤나 불쌍한 친구의 모습을 냉정하게 쳐 낼 수 없었던 이 시대의 의리남이자 호구인 지민은 태형을 꼭 안아주며 힘내라고, 전정국은 썅놈이니 잊으라고 마녀의 저주처럼 태형의 귓가에 속삭였다. 태형은 지민의 좁은 어깨에 힘겹게 안겨 지민의 등을 아등바등 움켜쥐었다. 지민과 태형은 이게 아주 아름다운 모습일거라고 예상했겠지만 실제로는 마치 매미가 고목나무에 붙어있는 걸 보고 막연히 매미가 부러워진 돈 있는 집 골든 레트리버가 향나무에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한 마디로 흉했다. 그 모습을 보고있던 윤기는 조용히 인상을 찌뿌리며 소주를 한 병 더 시켰다. 더 착잡했다. 분명히 술을 더 시킨 건 윤기인데, 거하게 취해버린 태형과 지민은 오만진상을 다 부리며 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썼다. 카운터 앞에서는 벙어리 마냥 입을 닫고 윤기를 쳐다보는 것부터 어깨동무를 하고 돌아다니며 길거리의 쓰레기를 보고는 저거 길바닥에 누워서 자는 것 좀 보라며 찌질이라고 깔깔 거리는 것까지 아주 환상의 짝꿍이 따로 없었다. 노래방에 가자며 찡얼거리는 지민과 태형을 보며 주먹을 부르르 떤 윤기는 한창 연애 할 때의 견우와 직녀처럼 붙어있는 둘을 보다못해 가차없이 갈라버렸다. 태형과 같이 놀고싶다며 미취학 아동처럼 바닥에 누워 떼를 쓸 기세인 지민을 거들떠도 보지않은 윤기는 태형만 챙겨 발걸음을 옮겼다. 말 많고 불만많은 어린이는 자급자족시키면 되는 일이였다. "혀, 형아!" "뭐. 힘드니까 말 시키지마." "나 안챙기고 쟤만 챙기는거예요?" "말하는 거 보니까 걱정 안해도 되겠네. 잘 따라와라." "흐엉, 아이고... 애인은 거들떠도 안보고 외간 남자랑 어디를 그렇게 가는 지이... 원통해라!" "넌 니 친구가 외간 남자냐?" "아이고오! 서러워 죽겠네!" 지민은 사랑에 눈이 멀어 우정까지 팔아먹으며 윤기를 잡았지만 어쨌든 윤기는 태형만 챙겨 태형의 집으로 떠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뭘 바라냐 싶어 바닥에서 엉덩이를 뗀 지민은 곧 윤기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형아! 같이 가요! 확실히 지민은 윤기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 사실 제가 일주일에 6시간만 자고 집을 나가야하는 불우한 덕후라서 쓰는 텀이 엄청 길어요. 너무 미안해요. 저번 편 다들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이번 편은 내용도 없이 그래서 정말 미안하고요ㅠㅠ 그래서 사실 선물 준비했는데 짧게 준비한거라 너무 기대는 말고 그냥 즐겨줘요. 고마워요, 다들♡ 슙민 제목미정 (앞으로도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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슙민 노인 몇 명과 지민만 있던 시골 동네에 왠 하얀 남자가 이사를 왔다. 워낙 한적하고 외부인의 왕래가 없던 동네라 하얀 남자의 존재는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남자의 이름도, 나이도 심지어 어디에서 왔는지 그 누구도 몰랐지만 남자는 사람들의 구설수에 올랐다. "아가, 집에 있는가?" "어? 할머니가 왠 일이세요?" "저기 빈 집에 사람 들어온 거 들었다야?" "네, 들었어요." "뭐하는 총각인지는 모르겠다만, 사람을 죽였다나봐. 너도 조심혀." "설마요, 사람을 죽였으면 어떻게 여기에 왔겠어요." "어허, 일단 조심혀. 알았는가?" "네, 조심할게요. 할머니도 조심하세요." 김씨 할머니의 걱정에 지민이 예쁜 미소를 띄고 대답했다.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은 할머니는 곧 밭에서 따오셨다며 바가지에 가득 담은 상추를 건네곤 집으로 돌아갔다. 지민은 곧 씽크대로 상추를 가져가 한 장씩 씻으며 그 하얀 남자를 생각했다. 어떤 사람일까? 사람을 죽였다면 어떻게 여기로 와 있는걸까? 생각은 꼬리를 물고 물어 이어졌다. 조심하라는 김씨 할머니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 하지만 하얀 남자가 궁금했다. 여름은 해가 기니 저녁을 먹고 산책 겸 그 남자의 집 주변에 가봐야겠다 생각했다. "쿠키, 밥 먹자." 밥이라는 말에 쪼르르 달려온 쿠키가 혀를 헐떡이며 지민을 재촉했다. 사료포대에서 쿠키의 사료를 꺼낸 후 물통에 물도 부어 쿠키 밑에 내려놓았다. 기다렸다는 듯 허겁지겁 먹는 쿠키에 코를 찡긋거린 지민이 곧 밥상을 차렸다. 된장찌개와 상추는 꽤나 맛있었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지민이 쿠키의 목에 빨간 목줄을 달았다. 새하얀 쿠키와 빨간 목줄은 잘 어울렸다. 오랜만의 산책에 신이 난 듯 쿠키가 뛰기시작했다. 쿠키를 따라 한참을 뛰던 지민이 숨이 부치는 걸 느끼며 쿠키의 목줄을 살짝 당겼다. 목이 말랐다. "후으, 쿠키, 쉬었다 가자." 지민의 목소리를 들은 쿠키가 지민의 발 옆에 서서 지민이 괜찮아지길 기다렸다. 잠시 주저앉아 쿠키의 등을 쓰다듬던 지민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얀 남자의 집 주변이였다. 어차피 이 주변에 오려고 온 산책이였고 너무 뛰었더니 물도 마시고싶었다. 지민이 몸을 일으켜 쿠키와 살살 걷기 시작했다. 곧 보이는 불 켜진 집이 눈에 들어왔다. 지민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쿠키, 저 집까지 달려." 말을 알아들은건지 쿠키가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 새 대문 앞에 도착한 지민이 앞머리를 살짝 털고는 대문을 두들겼다. 안에는 사람이 있는 듯 했다.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 문득 하얀 남자는 좋은 사람 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누구세요." "아, 저... 안녕하세요." 문을 두드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남자가 나왔다. 하얀 남자라더니 정말 하얀 피부였다. 곱게 생긴 남자였다. 하지만 어딘가 강인해보였고 피곤해보였다. 쿠키가 남자의 다리에 달라붙어 손길을 요구했다. 급작스런 쿠키의 행동에 당황스러워진 지민이 쿠키를 안아들었다. "아, 죄송해요. 아직 쿠키가 어려서요..." "괜찮습니다. 근데 무슨 일이세요?" "그게... 쿠키랑 산책하다가 쿠키가 너무 뛰어서 목이 좀 말라서요. 물 좀 얻어마실 수 있을까요?" "물? 아,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 의외로 쉽게 집으로 들여준 남자에 지민은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쿠키는 놓아달라는 듯 낑낑 거리다가 지민에 의해 밖에 묶여졌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들어선 남자의 집은 의외로 깨끗했다. 커다란 벽걸이 티비와 하얀 가죽 소파, 원목마루와 산세베리아는 남자와 아주 잘 어울렸다. 지민의 얇은 발목에 신겨진 하얀 양말이 원목마루에 내딛어졌다. 꽤 넓은 집이였다. "거기 소파에 앉아요." "아, 네." "물 시원한거 마실거죠?" "네. 완전 시원한거요." "밖에 강아지는 계속 묶어놔도 되는거예요?" "한시간정도는 상관없어요." "똑똑한 강아지네요." 물컵을 들고오는 남자의 손이 투박했다. 물을 건네는 남자의 손과 지민의 손이 스쳤다. 스친 부분이 뜨겁게 달아올라 지민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벌컥벌컥 물을 다 마신 지민이 컵을 두 손으로 꼭 쥐고 남자를 쳐다봤다.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는 남자의 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저는 박지민이예요. 그 쪽은 이름이 뭐예요?" "큼... 민윤기. 민윤기라고 합니다." "아, 윤기. 민윤기...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93년생, 23살이요." "전 95년생인데, 형이라고 불러도 되요?" "마음대로 하세요." "형, 말 놓으셔도 상관없어요." "그건 좀 더 친해지면 놓도록하죠." "네, 뭐..." 시계를 들여다 본 지민이 늦은 시간임을 확인하고 집에 가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민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훝었다. 작은 키지만 살이 없어 비율도 괜찮았고, 반바지를 입어 보이는 허벅지도 꽤 탄탄해보였다. 무엇보다 작은 얼굴에 잔뜩 지어진 귀여운 미소가 윤기는 마음에 들었다. 음... 괜찮네. "다음에 또 와요. 쿠키랑 같이." "네? 에이, 형이 우리 집 와요. 나 된장찌개 잘 끓이는데. 대접해줄게요." "알았어요. 다음에 또 봐요." "네, 안녕히 계세요!" 허리 숙여 윤기에게 인사를 한 지민이 쿠키를 묶은 줄을 풀었다. 혀를 쭉 빼고는 지민을 향해 안겨든 쿠키가 지민의 얼굴을 핥았다. 그 모습을 보던 윤기가 얼굴에 미소를 띄었다. 따분할 것만 같던 생활이 재밌어질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