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백현 22세, 대학 입학 후 지난 3 년동안 만난 여자는 꽤 많았다. 아마 스물 몇 명 쯤 이려나. 뭐, 하지만 항상 똑같은 레퍼토리에 별 신선할 것도없었다.여자들은 꼭 그랬다. 맞은성격을 다 알면서도 만나자고 해놓곤, 얼마 안 가서서운한 척이란 서운한 척은 제가 다 하며 차버리는 거다. 게다가 헤어지고 나면 꼭 혼자만힘든 것마냥 울어제끼고 술 퍼먹고,백현을 나쁜놈으로 만들어 버리는 가식적인여자들의 모습을 보는 일에, 백현은 이제 질리다 못해 몸서리쳐지는 경지에 이르렀다.
뭐, 이번 여자는 다르다면 다른 점이 있긴 했다. 드라마를 밥 먹듯 본다는 한국 여자들 덕에 카페에서 물은 수 차례 맞아 봤던 백현이었지만,한낱 패스트푸드점에서의 끈적이게 녹아내린초콜릿아이스크림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아, 내 머리. 아, 아끼는 옷인데. 백현이 애써 욕을 삼켰다.
백현은 한참을 그 자리에 못 박힌듯 앉아 있었다. 실연의 아픔 같은 되도 않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곱씹어보니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말 실망이다, 변백현. 여자의 마지막 목소리가 왕왕거렸다. 이번 여자는 귀찮았던 저번 여자처럼 바락바락 악을 쓰진 않았지만, 맥도날드에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잡기로 다른 방향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걸 성공해냈다. 조곤조곤백현을 멍멍이로 만들어버리는 여자의 스킬이 놀랍기만 했다. 아니, 애초에 내가기대하게 한 적도 없을 텐데?!
건물 밖은 비가 오는지 솨아- 하는 소리가 자꾸만 울렸다. 가뜩이나 끈적거려서 짜증나는데, 우산도 없이 집은 어떻게 가나,깊게 한숨을 내쉰 백현이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푹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제서야 제 테이블을 닦고 있던 종업원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좀 더들어올리니 보이는 건 어색한 미소가 만연한 남자 종업원이었다.
"닦, 닦아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