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국/김태형X전정국] 이럴거면 그러지 말지 스무번째 벌벌 떨리는 손가락으로 메세지를 친 정국이 눈을 질끈 감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물어볼 수도 있는거지, 뭐. 애써 쿵쾅대는 심장을 누르며 합리화를 하던 정국의 노력이 무색하게 보낸 지 얼마 안 되어 진동을 울리며 답이 왔음을 알리는 핸드폰에 정국은 잽싸게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고심하고 또 고심한 끝에 어제, 왜 그런거냐고 보낸 카톡에 온 답은, '그냥 ^ㅁ^' 그냥이란다, 그냥. 김태형은 그 말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지 알고 보낸 걸까, 정말 별 생각없이 보낸 걸까. 내가 어떤 의미로 이해했으면 하고 보낸 걸까. 정국은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집 앞에서, 사랑스럽다는 듯이 저를 빤히 쳐다보던 태형을. 제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아니, 그건 단지 귀여운 후배를 보던 눈이 아니었다. 그리고나서, 갑자기, 정국아. 하고 부른 태형이 저가 채 대답을 내뱉기 전에 양 볼을 잡아당겨서 입을 맞췄다는 거다. 다시 떠오르는 장면에 본능적으로 슬금슬금 얼굴에 열이 오르는 걸 느낀 정국이 빠르게 손부채질을 했다. 어제는, 진심이었으려나? "아, 진짜, ... 어?" 지잉. 울리는 핸드폰에 정국이 곧바로 고개를 들어 핸드폰 액정을 쳐다봤다. 태형 선배.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함과 동시에 핸드폰을 집어든 정국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별 거 아니야. 신경쓰지 마' '후배 귀여워 해준거야~' '뭐, 오해... 한 건 아니지 국아?' 역시나. 정국은 몸에 힘이 쑥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사람 마음이란 건 제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또 알게 모르게 기대를 한 건지, 마음 속 가득 허한 기운이 찼다. 그래도, 뽀뽀는, ... 그건 진심인 줄 알았지. 마음도 없는데 그런 행동을 할 리가 만무했다. 마음은 있는데, 항상 이런 식이었다, 김태형은. 온갖 행동으로 설레게 만들어놓고, 정작 넘어오면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렇게 될 걸 뻔히 알면서도 계속해서 휘둘리는 제가 미웠다. 기대하게, 하질 말던가. 이럴거면 그러질 말지. 언제인지도 기억이 안 날 만큼,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제가 태형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저는 김태형을 마음 놓고 싫어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그를 밀어내지도 못 했다. 차라리 진작부터 밀어내지. 좋아하지나 말지. 좋아하게 만들지나 말지. 저를 쿡쿡 찌르지만 않았어도 제가 같은 남자를 좋아할 일은 없었다. 그것도 김태형을. 절대 저를 좋아할 리 없는 김태형을. 걷잡을 수도 없이 번져버린 마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애매한 관계 속에서 지쳐가는 건 저뿐이었다. 접을 수 있었으면 진작에, 접었겠지. 하지만 그럴 만한 용기도 없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말로 할 수 없는 착잡함에 사로잡힌 정국이 긴 한숨을 뱉으며 그대로 상 위로 엎드렸다. 갖기엔 별로고 주긴 영 아까워요? 태형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 백아연님의 이럴거면 그러지 말지, 저 혼자 끙끙대다가 짧은 조각으로나마 써 봤는데 보시는 분들 잘 읽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짧아서 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T_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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