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종이 땡땡땡
w.1억
나는 멍하니 주쌤을 바라보고있고, 주쌤은 말 없이 술을 한잔 더 마신다.
내가 여기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마냥 어리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이해를 하기나 할까.
아니 근데..정말 나는 이해가 안 가는 게 하나 있었다.
"그러니까..! 그럼.. 주쌤은 저한테 어장 친 거 아니예요?!"
"……?"
"충분히 저한테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하셨잖아요!!"
"……."
이렇게 속시원하게 물어도, 주쌤은 날 보고 비웃듯 웃으며 다른 곳을 본다.
자존심이 상했다.
제7화
평범한 사람의 특별한 비밀
나도 너무 화가나서 주쌤 옆자리에 앉아서는 주쌤 술잔을 가져가 원샷을 하고선 말했다.
"그래요! 나도 사실은 주쌤이 저 좋아할 거라고 확신 까지는 안 했어요. 근데.. 적어도! 적어도.. 그렇게 오해할 만한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죠.
주쌤의 나이대 사람들은 어떤 썸을 타고, 어떤 연애를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제 나이대 사람들은 그런 행동을 보고 좋아한다고 해요. "
"내가 막쌤한테 어떤 오해 살만한 행동을 했지."
"수업시간에 너무 시끄러워서 조용히 시킨 거...!학생 혼내준 거.. 그리고.. 학교 끝나고 집에 데려다준 거요!.. 특히 어제는..!"
"그건 그냥."
"……."
"귀여워서 그런 건데."
"그러니까요오! 그건 본인만 모르는 어장인 거라구요!!..."
주쌤이 갑자기 일어섰고.. 또 갑자기 내 볼을 꼬집으며 말한다.
"귀여워엉."
"……."
"우유 마시는 병아리같아."
저게 또 무슨 소리람.. 내 볼을 마구 꼬집는 주쌤에 너무 당황스러워서 주쌤을 올려다보면.. 주쌤이 비틀거렸고..
나는 일어서서 주쌤을 부축한다. 아니 키는 진짜 엄청 커서는.. 부축하기가 너무 힘들잖아..!
"아니이.. 진짜 얼마나 마신 거예요...!"
또 귀엽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데.. 이게 맞는 거야? 이게???? 정확해?
간신히 부축을 하고 서있으면.. 뭘 두고갔는지 두리번 거리며 술집에 다시 돌아 온 하쌤이 나와 주쌤을 한참 바라보다가 검지손가락으로 우리를 가리키며 '어!? 둘이!?'한다.
아니이!!
"도와주세요오!!"
결국엔 힘에 못 이겨 주저앉아버리려고 하면, 하쌤에 오케이- 하고서 부축을 해준다.
"야이씨 주지훈이 정신 차려봐."
"……."
진짜 짜증난다. 집에 와서도 계속 혼자 화만 낸 것 같다. 괜히 솔직하게 말했나 싶기도 하고..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아무리 술에 취한 사람이라도 기억을 할 수도 있을 거니까. 괜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면서 한숨만 엄청나게 쉰 것 같다. 내 학교 생활은 끝났어.. 아무리 어제 감정이 격해졌어도.. 그러면 안 됐는데.
그래도.. 어제 나한테 귀엽다며 계속 볼을 꼬집고 머리를 쓰다듬던 주쌤이 생각나서 얼굴이 붉어지다가도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
"아 몰라!!"
택시를 타고 학교에 도착해서 내리자마자 한숨을 푹- 내쉬면 학생들이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그럼 난 거짓말처럼 얼굴 색이 변해서는 '안녕 얘들앗!!^^'한다. 어우 소름...
마침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린 조쌤에 나는 어제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나왔다. 술에 취하면 춤 추는 사람.... 조쌤... 진짜 생긴 거랑 다르게 말이야.
그래도 눈이 마주쳤으니까.. 오늘 하루종일 봐야되니까 인사라도 해야지이... 우리 조쌤..
"안녕하세요. 속은 괜찮으세여??"
"네? 속..이요...?"
"어제 술 되게 많이 마신 것 같으셔서..."
"어제....?"
"어제 막 노래방에서 취하셔서 춤도 추시고.."
"춤도....쳤어요 제가?"
"네."
"……."
"……."
"아."
"…하하.."
"……."
여봐.. 뭔가 대화를 하면 대화가 이어가기 힘들다니까.. 그래서 그냥 인사만 하려고 했었는데.
예의상 속 괜찮냐고 물었던 내 잘못이지.
먼저 교무실로 향하는 조쌤에 나도 조쌤을 따라 교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난... 계속 눈치가 보인다.
주쌤이 아직 안 오기는 했지만.. 눈치보이고 쪽팔려.
자리에 앉자마자 웃으며 내 팔을 팔꿈치로 툭- 건드리는 손쌤에 손쌤을 바라보면.. 손쌤은 우리가 어제 무슨 일이라도 있는 줄 안다.
에휴..아무 일도 없었고.. 심지어 난 차였는 걸요?
"아, 진짜요? 나 뱀술 한 번도 안 마셔봤는데."
"진짜? 나중에 마시자. 아버지 건데. 내가 몰래 빼마셨는데 모르시는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걸 왜 몰래 마셔요."
"원래 몰래 마시는 게 더 맛있는 거야."
"인정 인정."
"ㅋㅋㅋㅋ."
주쌤과 하쌤이 들어왔고.. 나는 하쌤에게 인사를 하고나서 주쌤을 본 척도 안 하고 바로 노트북을 보았다.
그냥. 너무 찌질해 보이고, 이상하게 볼 수 있지만.. 나는 나 싫다는 사람에게 평소처럼 행동 절대 못 한다.
신경을 끄려고 한다. 혼자 소설 쓴 내 모습을 떠올리려니 너무 쪽팔려서. 주쌤을 보기도 싫은 것이다. 주쌤이 싫은 게 아니라 쪽팔려서!
"아니 진짜?? 무슨 개소리야 그게??? 진짜 어장이지 그건!!"
"…어휴. 주쌤 그렇게 안 봤는데.."
같이 상상의 나래를 펼친 쌤들은 이젠 나와 함께 주쌤을 깐다. 어제 얘기를 해주고나니 다들 박수까지 치면서 욕을 해주는데..
속은 시원하긴 하지만.. 뭔가 괜히 나 혼자 생쇼를 한 거니까.. 미안해가지고 가만히 있으면 배쌤이 말한다.
"나이 얘기 한 거 보니까.. 주쌤도 그냥 양심 찔려서 그런 것 같은데."
"…네?"
"나이 차이가 좀 나니까.. 자기보다 어린 친구 만나려니까 미안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고. 난 조금 이해가 가긴 해."
"…아."
쌤들은 점심을 먹고나서 학교 좀 돌다가 교무실에 온다고 했고, 나는 노트북으로 할 게 좀 있어서 교무실에 먼저 도착을 했다.
교무실에 들어왔을 땐 조쌤만 있었고.. 대충 눈짓으로 인사를 하고선 자리에 앉았다.
"……."
자꾸만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서 고갤 들면, 조쌤과 눈이 마주쳤고.. 어색하게 웃으면.. 조쌤이 헛기침을 하며 다른 곳을 본다.
무시하고선 그냥 노트북을 보고 있었을까... 또 조쌤이 나를 바라본다. 힐끔.. 나도 조쌤을 보면.. 조쌤이 말하길.
"그.."
"네?"
"어제."
"네."
그와 동시에 성쌤과 유쌤이 들어오고.. 조쌤이 아닙니다- 하고 고갤 젓는다.
엥??뭐야 싱겁게 진짜...
"아니 무슨 멸치고래밥이 진짜 멸치에다가 과자 고래밥을....... 어우.. 우리 학교지만 급식이 정말..."
"어~ 막쌤~ 맛점 했어?"
"아, 네! ㅎㅎㅎ..."
갑자기 내 앞에 서서는 아재드립 좀 들어보라며 두분이서 아재드립 대결을 하시길래 나는 멍하니 앉아서 구경을 하기 바쁘다.
그리고 또... 이번엔 주쌤과 다른 쌤들이 들어오는데. 나는 주쌤을 보지도 않고 다른 쌤들을 보다가 바로 또 다른 곳을 보았다. 내가 주쌤이랑 인사하면! 등신이다! 등신!!
"막쌤 나 애들이 인기투표해서 1위 먹었어. 대박이지."
"…워.. 진짜? 말도 안 돼."
주쌤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나는 웃는 얼굴로 있다가도 바로 정색을 하고선 바로 눈을 피하고선 노트북 화면을 본다.
다른 쌤들은 수업을 하러 갔고, 주쌤과 조쌤..그리고 나만 남았을까.
물이 마시고싶어서 잠시 교무실에서 나오면 해인쌤이 웃으며 내게 인사를 한다.
"어디 가요?"
"저 물 좀 마시려구요...!"
"교무실 안에 정수기 있잖아요."
"저번주부터 망가졌대요! 그래서 그냥 매점가서 음료수 사먹게용..."
"보건실에 음료수 많은데. 줄게요."
"아, 정말요 ㅎㅎ?"
해인쌤이 웃으며 보건실 문을 열었고.. 들어서면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나에게 건네준다.
"아, 맞다! 과자요! 잘 먹었어요! 그리고 팔찌!!! 꼈어요 ㅎㅎ"
"ㅎㅎ 잘 먹어주고~잘 껴주니까 좋네요."
"하핳ㅎ..네에.."
"아, 맞다. 혹시 그.. 뮤지컬 좋아해요?"
"네!!"
"친구가 표를 줬는데. 주변엔 좋아하는 사람도 없기도 하고 그래서.. 같이 보러 갈래요?"
"어! 좋아요!! 전 진짜 좋아요!!!!"
"그래요. 내일 거라서.. 내일 끝나고 보건실로 와요."
"네!!ㅎㅎㅎ아싸... 아싸아아아 뮤지컬 안 본지 오래 됐는데!!! 아싸!"
"ㅎㅎㅎ."
"잘 마실게요!!"
"네!"
음료수를 한모금 마시고선 보건실에서 나오면, 괜히 또 기분이 좋아진다. 어제 일은 생각도 안 하고 말이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웃으면서 교무실 들어가려고 했는데.
교무실 문을 열고 나오는 주지훈과 마주친 것이다.
"……."
진짜 핵 정색을 하고서 지나치려는데 주쌤이 내게 말한다.
"막쌤."
"왜요."
나도 모르게 왜요라고 대답을 해버렸다. 나 진짜 바본가.
내 대답에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아니 그 혹시 뭐 나한테 화난 거 있어요?"
"아니요?"
"……."
정적이 흘렀고, 곧 보건실 문이 열리고..해인쌤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서 말한다.
"생각해보니까 내일은 제가 급하게 어디 갈데가 있어서 오후에 학교에 없거든요. 교무실에서 기다리세요."
"아, 네에!! ㅎㅎ."
웃으며 다시 보건실로 들어간 해인쌤에 다시 정색을 하고서 주쌤을 보면, 주쌤이 헛웃음을 친다.
"…아니 되게 나한테 화난 것 같아서."
"아닌데요..진짜."
"…확실해?"
"네."
어제 일을 기억 못 하는 게 분명하다. 확실하냐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있는 쌤에 나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쌤을 바라본다.
근데 막상 둘이서 이렇게 마주보고 얘기 하자니 너무 잘생기고, 좋아하는 감정이 다시 막 타올라서 현타가 오는 것이다.
"내일 뭐 어디 가요?"
"아, 네."
"어디."
"해인쌤이랑 뮤지컬 보러 가요."
"둘이서?"
"네."
"둘이 친해졌나보네."
"네."
"언제 그렇게 친해졌대."
"들어가도 되죠..?"
"아, 예."
그래도 마음 접으려고 주쌤을 뒤로하고 교무실로 들어섰는데. 괜히 심장이 막 쿵쾅쿵쾅 거리는 게.
내가 왜 그랬지 싶고.. 막.. 그런 거 있지.
학교가 끝날 때까지 혼자 시무룩해져 있는데. 주쌤이 내게 다가와 말한다.
"가요."
"어딜요..?"
"집 가야죠."
그 말에 모든 선생님들이 주쌤과 나를 번갈아보았다.
"……."
손쌤이 막 웃음을 참지 못 하고 고갤 숙이다가도 내 팔을 툭- 건드린다.나는 고갤 저으며 주쌤에게 말한다.
"아니요!..괜찮습니다..! 약속도 있고..해서!"
내 말에 모두가 이번엔 완전 완전 완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거절을 하니 놀랄 '만두' 하지....
"…아, 그럴래요?"
쌤들이 다 가고 괜히 또 마음이 이상해서 한숨을 내쉬었다가도.. 주쌤에게 미안해졌다.
그냥 알겠다고 할 걸 그랬나.. 손쌤이랑 배쌤은 잘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걸려..... 내일 할 수업준비를 다 마치고서 퇴근하려고 노트북을 가방에 넣었을까....
교무실에 유일하게 퇴근 안 하고 남아있던 조쌤이 내게 말한다.
"그.... 이주하 선생님."
"ㄴ...ㅔ...에?"
"약속.. 있으시다고 했잖아요? 태워드릴게요."
"에???????????????????"
"네?"
"아..닙니다!그러지..않으셔..도..되는..데..."
"아.."
"……."
"그렇군요.. 좀 부담스럽겠죠."
"……."
"아.. 그 이주하 선생님."
"네..............?"
"…아닙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왜 저러시는 거야 도대체.. 평소에 저런 분이 아닌 걸 알기에 긴장 돼서 한참 조쌤을 바라보다가 짐을 챙겨 교무실에서 나가려고 하면...
"그... 저기."
"네...!?!?!?!!"
"어제.."
"……."
"어제.......노래방에서."
"네?"
"제가 혹시 어떤..행동을 했는지.."
"…노래 부르시면서 춤을 췄어요..."
"…그.."
"네?"
자꾸만 말을 하려다가 마는 조쌤에 나는 그래도 조쌤이 말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무슨 할 말이 있길래...? 가만히 서로 바라만 보고 있으면 서로 침 삼키는 소리 마저도 크게 들려온다.
드디어 조쌤이 입을 연다.
"…손쌤도 봤나요?"
"네??"
"제가..춤 추는 거.. 손쌤도 봤어요?"
에? 나는 한참 조쌤을 보다가 작게 웃음이 나왔다.
잠깐만.. 설마..
"조쌤....손쌤 좋아하세요...............?"
"네? 아, 네..뭐 대충.."
"……."
"그래서... 어떻게.."
"아!.. 손쌤 못 보셨어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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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조쌤은 손쌤을 좋아한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