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persona 11
W. 나날
11.명수's story 中
데뷔작으로 출연한 드라마와 그 다음 후속작으로 출연한 드라마가 대박이났다. 그 덕에 조연이었던 나도 각광받아 꽤나 이름을 떨쳤다. 그 때부터 점점 나를 찾는 전화는 늘어났다. cf, 화보, 영화, 드라마, 게다가 예능까지. 데뷔 2년 만에 난 '국민배우' 라는 타이틀을 단 성공적인 배우가 되었고, 아직까진 신인 축에 끼이는 데뷔 2년 차인데도 불구하고 연예계의 보이지 않는 권력도 꽤 세졌다. 내 말 한마디에 감독들이 쩔쩔맸고 인터넷이 들썩거렸다. TV를 틀면 어느 채널에서든 내 얼굴이 나왔다. 광고에서든 드라마에서든. 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길거리에 나가면 움직이기 힘들정도로 몰려왔다. 난 이 힘을 잃지 않기위해 이를 악 물고 노력했고 미친듯이 일을 찾았다. 이제 난, 김성규를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
*
동우형의 말에 와인바로 갔다가 성규형을 발견했을 땐 정말 놀랐다. 가면을 쓰고는 있었지만 분명 성규형이었다. 이런 데서 노래를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오랜만에 듣는 성규형의 목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형도 날 발견한건지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날 보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떨만큼 내가 성규형을 망가뜨려놨구나. 그만큼 큰 상처를 줬구나. 형이 내려오자 난 형의 앞으로 가 대화를 시도했다. 다행히 형은 날 아직 잊지 못하고 좋아하고 있었다. 며칠 뒤 다시 시작해보자는 나의 말에 성규형이 긍정의 답을 해왔고 성규형은 우리 회사 연습생으로 들어왔다. 처음엔 정말 꿈만 같았다. 드디어 성규형을 되찾았다는 사실에 기뻤다. 하지만 날이 갈 수록 형이 예전과 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바라보고 나와 있을 땐 대화에 집중하던 옛날의 김성규가 아니었다. 나와 둘이 얘기하는데 눈에는 내가 없었다. 성규형은 모르겠지만 얼굴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게 다 보였다. 배우 생활을 하다보니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게 되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다 성규형의 며칠 쉬게 됬다는 문자를 받았고 연락을 하지 말아달라는 말에 뭔가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성규형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를 여러 번 했지만 계속 받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스케쥴이 끝나고 형의 집 앞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성규형이 다른 남자와 둘이서 벤치에 앉아있는 걸 보았다. 형은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안 된다던 밝은 노래를 그 남자 앞에서는 완벽히 해내고 있었다. 그대로 뒤돌아 형의 집 앞으로 가 성규형을 기다렸다. 조금 지나자 형이 오는게 보였다.
"명수..?"
"형."
왜 놀라는 거야?
"여긴 어쩐일.."
왜, 내가 못 올 데라도 왔어?
"전화 왜 안 받았어?"
"어? 아.. 미안. 무음으로 해놨었어."
"어디있었어?"
"놀다왔어.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뭐가 복잡하게 만들었는데? 내가? 아님 그 남자가?
"그래서, 재밌었어?"
"뭐?"
"다른 새끼랑 놀아나니 재밌었냐고."
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난 멈출 수가 없었다.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다른 새끼라니. 우현이는.."
"우현이? 그 새끼 이름이야?"
다정하게 그 남자의 이름을 부르는 형이 싫었다.
"그 새끼라고 하지마!"
"김성규!"
"너 왜 그래? 솔직히 나 너 이러는 거 이해 안 가."
"뭐?"
"2년 만에 와서 갑자기 예전에 그건 어쩔 수 없었다, 거짓말이었다, 다시 시작하자, 이러는 거 뭔 지 모르겠고 이해 안 갔는데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알겠다고 했어. 그리고 난 지금 니가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지 이해가 안 가. 우현이랑 만나서 나갔다온게 뭐 어떻다고 그래?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내가 어떻게 지냈을 지 생각은 해봤니? 내가 바 무대에 올라서 그 가면을 쓰고 어떤 기분으로 노래를 했을지 니가 생각해봤어?"
"김성규."
"내가 니 말만 듣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받아주니까 그저 좋은 줄만 알아?"
형이 내뱉는 말에 멍해졌다. 그리고 화가 났다.
"야, 김성규!"
"그만해! 나 너랑 별로 싸우고 싶지 않아. 그냥 가."
"..."
"그리고 김명수, 우리 잠시만 시간을 좀 갖자."
"뭐?"
"가."
그대로 형이 날 지나쳐 갔다. 시간을 갖자는 말에 정신을 차릴 수 엇었다. 성규형이 변했다. 그리고 성규형을 변하게 만든 건 바로 나였다. 형을 망가뜨린 것도, 변하게 한 것도 모두 내가 한 짓이었다. 예전처럼 돌아가기엔 내가 너무 많은 짓을 저질러버린 후였다.
# 명수's story 下
이틀동안 스케줄에 집중할 수 없어 감독님께 혼이 났다. 동우형도 왜 그러냐며 타박을 줬다. 하지만 아무것도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방에 가 있으라는 동우형의 말에 방으로 가 침대에 누워 한 팔로 눈을 가렸다. 그러고 보니 어이가 없었다. 자기가 2년 전에 성규형에게 어떤 짓을 한 줄 생각도 안 하고 내 감정에 치우쳐 형에게 화만 냈다. 난 형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었다. 요즘 형이 보이던 행동들도 이제 알 것 같았다. 성규형은 더 이상 날 좋아하지 않는다. 헛웃음이 나왔다. 지금 당장 성규형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
예나 지금이나 역시 형의 노래실력은 대단했다. 레슨선생님이 레슨실을 나오시다 날 발견하시고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지나갔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처럼 보이던 형이 곧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표정을 해보였다. 난 아무말없이 웃었다. 왠지 웃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형과 함께 형의 방으로 와 침대에 나란히 앉았다. 나도, 형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명수야."
"형."
"..너 먼저 말해."
"아냐, 형부터 말해."
"..."
"..."
"저기, 명수야..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
"내가.. 잘못생각하고 있었나봐."
"..."
"미안해. 명수야. 너무 그리웠었나봐.. 내가 너무 외로워서..그래서..아직도 널.."
형이 무슨 말을 할 지 예상이 갔다. 그래서 굳이 듣고 싶지 않았다.
"형, 알겠다."
"어..?"
"형이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지 알 것 같아. 말 안해도 되."
"..."
"그..우현이라는 사람이지?"
"어, 어? 아..아니, 그러니까.."
"형, 동우형한테 말해놨어. 갔다와, 보고싶잖아."
"명수야.."
"1시간인데..시간 다 되겠다."
"미안해 정말..흐으-"
형이 결국 눈물을 흘렸다. 형이 또 나 때문에 울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형을 달래주는 것 뿐이었다. 울고 있는 형을 더 이상 보고 있기가 힘들어 시간핑계를 대며 형을 보냈다. 형이 처음으로 내게 등을 보였다. 이제껏 항상 등을 보인 건 나였는데. 형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난 한 번 이지만 형은 지나 시간동안 항상 내 뒷모습을 보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다 설명하려했는데, 그래서 정말 제대로 한 번 잘 해보자고 말하려고 했는데."
형이 없자 참고 있던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얼굴을 두 손에 묻어 가리고 울음소리를 억지로 삼켰다, 왠지 못난 모습을 형이 다 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형, 동우형한테 말해놨어. 갔다와, 보고싶잖아.'
아니, 가지마. 다시 한 번 생각해 줘.
'1시간인데..시간 다 되겠다.'
1시간이고 2시간이고, 그 사람말고 내 옆에 있어 줘.
'괜찮아, 형. 2년 전에 형 힘들게 한 벌이라고 생각할게. 형을 너무 오랫동안 혼자 뒀었나보다.'
하나도 괜찮지않아. 형이 없는데 어떻게 괜찮겠어.
좀 더 일찍이 형을 찾지 못 했다는 게 서러웠다. 모든 게 다 내가 자초한 일이었다. 내가 형을 지킬 만한 힘은 생겼지만, 지킬 이유는 사라졌다. 더 이상 내 곁에 김성규는 없다.
아이코코코 오랜만이예요 허허허
암호닉은 다음편에 정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