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w.라온제나
톡, 톡, 톡. 하늘에서 물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금세 비가 올 것만 같다. 아침에 일기 예보 좀 보고 올 걸 그랬나 보다. 늘 챙겨 보다 하필 오늘 하루 안 챙겨 보고 나왔더니 비가 올 줄이야. 우산을 안 챙겨와서 어쩌나 싶다. 비가 오는 풍경을 바라보는 건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직접 비에 젖는 건 싫어하는 내 모습이 조금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지만 어쨌건 중요한 건 비를 피하는 거니 그 문제는 잠시 미뤄두기로 하고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럭키. 마침 편의점이 보이기에 서둘러 달려가서 비닐우산을 하나 사와 막 폈더니 본격적으로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다. 조금만 늦었어도 어제 새로 산 새 옷이 다 젖을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대충 비는 피한 것 같고, 얘는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맨날 늦어, 진짜.”
그래도 연애 초기에는 약속을 잡으면 제가 먼저 와서 기다려주곤 했는데 이제 슬슬 100일도 넘었다고 요즘 들어 계속 약속한 시각에 늦는 녀석이 꽤나 얄밉다. 게다가 오늘은 자칫 잘못 했다간 어제 새로 산 옷이 비에 다 젖을 뻔했으니 그 녀석에 대한 빈정 상함 지수는 배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제까지는 괜히 싸우기 싫어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면 오늘은 제법 쏘아붙여 줘야겠다.
“비는 도대체 언제 그칠려나.”
처음엔 조금씩 내리던 비가 이젠 하늘이 뚫린 것처럼 쏟아지니 괜히 마음도 심란해져서 우울한 표정으로 발장난을 치고 있을 때였다.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화악 하고 내 몸을 감싸는 또 다른 몸이 느껴졌다. 그 녀석이 드디어 왔나보다. 잘 됬다 싶어서 한 마디 해주기 위해 고개를 들고 몸을 돌리려는 찰나 그 녀석이 강제로 내 몸을 돌리더니 잔소리를 잔뜩 머금은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덮어버렸다. 갑작스레 당한 키스에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반항을 해 보지만 그럴수록 키스는 더욱더 진해져 가고, 내 몸을 감싸는 그 녀석의 몸은 나의 몸과 더욱더 밀착되어진다. 꽤 오랜만에 하는 키스인데 어떠랴 싶어서 결국 반항을 포기하고 순순히 녀석의 품에 안기자 그제야 키스가 조금 더 부드러워진다. 비록 해가 쨍쨍하진 않지만 밝은 대낮인데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서 키스를 하고 있으니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모이는건 당연한 거고, 그저 갑작스런 키스에 놓쳐버린 비닐 우산 때문에 결국 새 옷이 젖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뒤늦게 눈치채고 떨어진 우산을 주어서 비닐우산으로나마 가려주려는 녀석의 손에 결국 미소를 지으며 적극적으로 키스에 응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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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거의 2년만에 쓰는 팬픽이네요. 비록 팬픽이라고 하기엔 심히 짧지만...
오랜만에 쓰는거라 그런지 영 제 생각 대로 안 되고 어색하네요.
다른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혹시라도 오글거린다면 그냥 그렇구나하고 넘어가 주세요^^;;
그냥 한 번 쓰고 싶다는 생각에 급하게 생각한 글이니까요.
커플링명은 일부러 기재하지 않았어요.
그러므로 어떤 커플링을 상상하시던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그리고 딱히 동성 커플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게 노력했으니 동성 커플이 싫으신 분들은 이성 커플로 상상하셔도 무관합니다.^▽^
여튼, 부족한 제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