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둡다. 여긴 어딜까. 감겨진 눈두덩이에 까슬한 천의 감촉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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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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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무슨 소릴까. 물방울. 그래, 물방울 소리인 것 같다. 꿈인 것일까. 분명 나는 묶여있음에도 이상하게 편안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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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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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목소리. 한 20대 초중반인 듯하다. 가는 것 같으면서도 가늘지 않은, 미묘하게 중성적인 목소리.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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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놀라네? 무섭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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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협박같은 말투에도 왜 나는 두려움이라곤 조금도 들지 않는지.
갑자기 코끝으로 스치는 익숙한 향기. 뭘까.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길래 나를 이토록 편하게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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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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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인지 물어보고 싶지만 입이 열리지 않는다. 편안함과 침묵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
무섭다. 하지만 무섭지 않다. 감정을 느끼는 나조차도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는 이 이상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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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 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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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나에게 다시 물어온다. 납치를 당한 이러한 상황에서조차 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이 남자의 이름.
문득 머릿속에는 한 남자의 이름이 스쳐 지나간다. 이태민. 그래, 이태민인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입술은 세 글자조차 말할 수 없게 굳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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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봐, 내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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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그의 숨이 퍼진다. 조금은 입술을 움직일 수 있을까. 아니, 나의 입술은 움직일 수 없다.
그가 나의 앞에 있는 것이 느껴진다. 낮게, 그렇다고 너무 낮지도 않은 그 정도로 그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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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춰봐, 내가 누굴까.”
“……”
“Guess W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