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 마자 느끼는건 허리의 통증, 그리고 어지러움 , 마지막으로 아랫배의 통증이였다. 살짝만 움직여도 허리가 아파서 움직일수가없었고 나는 결국 누워만 있다가 나아지자 일어섰다. 나오자마자 보이는건 저 멀리서 싱긋 웃고있는 전하였다, 나는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 처럼 천방지축 뛰어가고 있었다. 향원정을 돌면서 전하께서는 연꽃 하나를 살짝 꺽으셨다. 그리고 길에 피어있는 작은 들꽃 하나도 꺽으셨다, 나는 이것이 무엇이오냐 묻자 전하께서는 작게 웃으시고는 「 중전은 이전에 보았던 것처럼 아직도 수수하고 이쁩니다. 」 라고 말하셨다. 전하께서 건네주었던 들꽃을 손에 쥐고서는 향을 맡아보았다. 5년 전의 그때 처럼 나와 전하는 지금 이렇게 서있다. 달라진 점은 그저 신체와 조그만한 일일 뿐이지, 잊지는 않고 있었다 그날의 일은. 누구나 소소하지만 마음에 남는 일이 하나쯤은 있다는 듯이 나는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일만은 꼭 기억하겠다며 향원정에 들릴때마다 꽃을 보고, 꺽었다. 그것은 늘 혼자였고, 혼자의 기억이고, 혼자서의 추억을 되돌아 보는 것처럼 흘러가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그 날처럼 둘이서 추억을 되돌아 보고있다. 어쩌면 내가 폐비가 되어서도 들꽃을 보면 잊을수 없는 향기로운 추억일 것이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았던 그런 관계였던 나와 전하는 그렇게 하나 둘씩 작게 맞춰가고 있었다. 한없이 딱딱하고 차가워보였던 전하께서는 세자였을 때 하나하나 조심히하고 정도 많고 밝게 웃는 모습이 제일 좋았던, 그런 그 때로 돌아가고 있었다. 5년 전을 끝으로 아무 느낌 없었던 나도 조그맣게, 아니 미친듯이 가슴이 뛰고. 그리고 설레고 있었다. 그날을 그리며.. 전하와 나의 얼굴에는 작게 미소가 띄어있었다 , 향긋한 꽃 내음이 바람을 타고 그렇게 향원정을 맴돌고 있었다. 차가웠던 겨울이 지나고 어머니처럼 푸근하고 따뜻한 봄이 오고있었다.
" 따뜻합니다 "
" 뭘 말씀하시는겁니까, 중전? "
" 아니옵니다.... "
03 : 入春 ( 입춘 )
written by : 銀月
한없이 차가울 것 같았던 궁궐에 봄이왔다, 따뜻한 봄은 겨울동안 숨죽여오던 꽃봉오리를 아름답게 피워냈다. 그 덕분에 궁궐에 나무는 어여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것을 보니 봄이 왔다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새 생명이 탄생하고, 그리고 지는 봄에 나는 새 생명을 갖게되었다. 아이를 잉태했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치맛춤을 잡으면서 기뻐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은 걱정하고 있었다. 나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인 그들은 내가 애기를 가졌다는 얘기를 들으면 세자 책봉에 대해 들먹일 것이고 애기를 없애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것을 전하께 말씀드려야 할까? 그리 하면 안될까.... 라는 생각을 마음 속에서 몇 번이나 중얼거렸는지 모르겠다. 상궁과 나인들 모두 경하드린다고 하였고, 나는 고맙다고 했지만 지금 상태는 고민으로 머리가 깨져버릴 것 같았다. 한참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 얼마를 반복했을까... 윤 상궁이 내 앞으로 오더니 전하께서 교태전에 오셨다는 얘기를 하였다. 나는 주변 어질러있었던 물건을 치운지 얼마 안되어 전하께서는 저번에 보았던 그 밝고 하얀 미소를 지으시며 내 앞에 앉으셨다, 얘기를 할까말까... 해야할까... 계속 입 안에 맴도는 말을 꾹 참고있는데 전하께서 먼저 말을 거셨다
" 애기를 잉태했다고 들었습니다 "
" 예......? 그걸 어찌...... "
" 어찌 숨기려했습니까? 이건 나라의 경사입니다 "
" ........... "
왜 숨기려고 했냐며 전하께선 내 손을 꼭 잡으셨다, 그들에 대해 얘기하기엔 전하께서도 잘 아실 것이다 . 무엇보다 그들은 나를 배척하려는 자 이전에 정빈의 아비였고, 이 궁궐의 신하였기 때문에 나는 차마 쉽게 얘기를 꺼내지 못하였다. 「 그동안 마음고생 심했다면 미안합니다. 」 이 외에 몇 마디를 중얼거리고선 고개를 푹 숙이고선 몇 방울의 눈물을 흘리셨고 나는 조금 남아있었던 미운 마음은 씻겨나가듯이 없어졌다. 나는 전하의 어수를 잡고선 씁쓸하게 웃었다. 약간의 마음고생, 어쩌면 있었겠지 어떻게 없으랴. 그래도 힘든일이 있었던 만큼 즐거운 일도 많았고 호위무사 홍정호, 의금부지사 손흥민, 참상관 구자철 그리고 나인들과 상궁. 웃는 모습을 전하를 꼭 빼닮아 귀여우신 원자. 궁궐에서 맺어진 인연은 너무나도 많았다. 전하는 한참을 눈물을 흘리시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전하께서는 내 손을 잡고 밖에는 선선하고 좋으니 다시 한번 향원정을 둘러보는게 어떠냐며. 요즘 일상은 전하를 뵙고, 향원정, 그리고 다시 교태전... 향원정은 벛꽃의 꽃잎이 수를 놓은 듯 길에 떨어져있었다. 향기로운 꽃 내음도 향원정을 돌고있었다. 발에 밟히는 꽃잎을 볼 때 마다 입꼬리는 살며시, 조심스럽게 올라가는 나와 전하를 볼 수 있었다. 가만히 연못을 바라보고 있다가 전하께서는 머리에 떨어진 꽃잎 몇개를 털어주시고선 잠시 어디 다녀오겠다며 먼저 자리를 떠나셨다. 지나가면서 본 호위무사 홍정호의 얼굴은 씁쓸하고 외로워보였다. 나와 눈을 마주치자 고개를 약간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전하와 그 일이 있고 나서 호위무사와 만날 일이 없었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전하께선 나와 호위무사의 접촉을 하지못하게 하셨다. 나와 같이 있는 것을 보면 극도로 나에게 화를 내면서 그러지 말라 하셨고 가끔은 거칠게 대하는 전하는 미웠지만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주시니 나는 할말이 없다
" 중전마마,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
" 아, 정빈이군요... "
누구인가 해서 뒤돌아 보니 정빈이 내 뒤에 서있었다. 정빈은 항상 늘 그랬다, 나와 전하가 있는 자리면 꼭 그 뒤에 나타나 눈길을 살짝 주는게 정빈이 주로하는 일이였다. 그래도 선해보이는 인상 때문에 그러려니 싶었는데 요즘따라 정빈이 너무 무서워보인다. 요즘들어 그 밝고 아름다웠던 눈동자가 마치 여우처럼 날카로운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그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 나는 괜히 주눅들어 내가 고개를 숙이게 된다. 몇 마디를 주고받다가 서로의 침묵이 흐른지 얼마 안되어 다시 인사를 하고 나는 교태전으로 돌아갔다. 따뜻하고 풍경이 좋지만 봄은 나른하고 따분하기 짝이없어 조금 싫어하기도 한다. 할일 없이 눈을 감고 조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나는 어떻게든 뭔가 재밌는 일이 없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근데 전혀 떠오르지 않은지라 나는 눈을 감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조용하고 고요한건 요즘따라 딱 질색이였다. 예전같으면 나 혼자서 조용히 교태전에 있는게 좋았는데 무슨일인지 나 혼자 있으면 외롭고 쓸쓸한 기분이 들고있다 나는 다시 교태전 밖으로 나와서 오랜만에 궁궐을 돌아볼까 싶어서 밖으로 나오자 보이는건 담장 옆에 있는 벛꽃나무였다. 나는 담장 밖을 보았다. 궁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에 차마 담장을 넘지는 못하고 담장에 있는 기와만 손으로 쓸었다, 따분함을 없애려고 나왔더니 오히려 생각만 더 하게되었다. 둘째 오라버니가 풀려나시고, 아이도 잉태했것만 내가 얻은건 배로 늘어난 한숨과 걱정이였다. 둘째 오라버니께서 풀려나셔도 그들은 다시 둘째오라버니를 제거할 수 있고, 셋째 오라버니를 노릴 수 있는 노릇이였다. 그리고 아이까지 잉태하여 그들은 더욱 초조해졌기 때문에 하루빨리 나를 내쫒을 방법만 생각하고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했다. 괜히 양반으로 태어나서 이런 고생만 하고, 천민으로 태어났으면 하는 생각도 해봤다
'' 김 상궁이 궁궐에 들어온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
" 오래되었습니다만...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 중전마마. "
'' 집이 많이 그립겠군요.. "
" ........ 예 "
잠시 옷소매로 눈가를 닦는 김 상궁의 모습은 매우 안쓰러워보였다. 대충 생각시에서 상궁이 될 때까지 오랜기간이 지나야한다. 잡아보면 30년. 이들은 나보다 더 오랫동안 궁에 머무르고 있었기에 누구보다 집이 그리울 것이다. 내가 괜히 상궁들의 아픈 곳을 찌른 것 같아 미안했다. 나는 강녕전에 할 얘기가 있어서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강녕전 앞에 가자 내관은 전하께선 강녕전에 계시지 않는다 하였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돌아서자마자 누군가 내 어깨를 잡는 느낌에 나는 고개를 뒤돌아보았다, 호위무사 홍정호였다. 이게 무슨 짓이냐며 손을 떨어트리려고 아무리 힘을 써봐도 그는 예전에 봤던 그 무표정. 내가 끔찍히도 싫어하는 표정이였다. 나는 그가 무표정으로 내 손을 놓아주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워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김 상궁과 내관은 어떻게 할지 모르고 있을 때, 호위무사 홍정호는 얼굴을 내 가까히 들이밀더니 덜덜 떠는 나를 보고서는 피식, 웃었고 나는 다시 한번 힘을 주어 손을 빼려고 했으나 더욱 세게 손을 휘어 잡았고 나는 작게 비명을 질렀다. 뭐라 말을 하려고 했는지 조용히 입만 뻥긋뻥긋 거리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당황한 눈치였다. 나는 고개를 돌리자마자 매우 화난 표정으로 나와 호위무사를 쳐다보고 계셨었다. 호위무사는 휘어잡고 있던 내 손을 놓았고, 나는 고통에 찡그려하고 있었을 때. 전하께선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계셨다.
" 방금 둘이서 뭘 하신겁니까? "
" 그게 아니라 전하... "
" 네가 위와 아래를 구분을 못하는 것이냐 홍정호, 감히 중전을... "
" ......... "
03편 마침 -
와 내 생에 최고의 망작이네 |
은월이 시험 끝났어요ㅎㅎㅎㅎㅎ댓글망상 참여하고 밀린 학원 숙제하느라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새 글을 쓰려니 머리가 막히네요.... 아 진짜 죄송해요 독자님들 오랜만에 만나는거라 더 멋진 작품으로 찾아오고 싶었는데 이런 말도 안되는 똥 작품을 가져오다니... 돌 가지고 와서 때리셔도 됩니다ㅇㅇ 진짜 나쁜 작가는 좀 맞아야 되요 그니까 요악하자면 봄이 왔음, 애기 임신함, 향원정 둘러봄, 정빈이랑 만남, 궁 밖을 그리워 하다가 할말이 있어서 강녕전으로 감, 호위무사가 화나서 얘기할게 있어서 손을 잡았는데 전하에게 걸림 4화는 진짜 재밌고 열심히 글 쓰는 연습해서 올게요ㅠㅠㅠㅠㅠㅠ 와 진짜 똥글 이거 어떻게 하죠.... 부끄러워서 정말.... 아.....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 그리고 내 독자분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