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만약 세봉이에게 그때, 내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어땠을까?
[세븐틴/최승철] 문과+이과= ♥
w. 뿌존뿌존
꼭 오늘 같던 1년 전 입학식.
세봉이는 모든게 처음이었다.
고등학교도 처음이고, 게다가 남녀공학도 처음.
(초등학교는 신경쓰지 말자)
그리고,
"안녕?"
첫 만남부터 말을 걸어오는 '남자' 짝꿍도 처음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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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때가 아니었으면 세봉이와 친해지긴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놀랍게도 나 말곤 세봉이는 친하게 지내는 남자애가 없었고,
세봉이가 말을 거는 내 친구들에게 모두,
"안녕 세봉아? 오늘 날씨가 참 좋지?"
"응. 화창해"
"세봉아 다음 교시 뭔 줄 알아?"
"수학"
처럼 단답으로 쳐내길 바빴던걸 보면,
내가 세봉이와 친해질 수 있었던 건 선생님의 신들린 뽑기 앱 때문이었다.
선생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감사해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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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봉이에 대한 마음을 정확하게 정의내리게 된 것은 1학년 체육대회때였다.
나는 계주였다. 그것도 마지막 주자.
우리 반은 세번째 주자인 석민이가 넘어지는 바람에 반바퀴나 뒤쳐지고 있었고,
마지막 주자인 나는 입술만 연신 핥아대며 온 몸을 달싹 대고 있었다.
내 전전 주자인 원우가 뛰기 시작하고, 내 눈엔
"야.......괜찮아? 피나 어떡해.."
그렇게 철벽치던 석민이의 무릎을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세봉이의 모습이 비쳤다.
세봉이는 석민이의 팔뚝을 꼭 붙잡고 자기가 다친것 마냥 낑낑거리고 있었고,
그 순간 몸이 불에 탄 것 마냥 달아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씨발 존나 뛰어서.
결승점에 1등으로 굴러서 들어가야겠다.
그리고 진짜 존나 뛰어서
구르며 결승점을 통과했다.
1등으로.
사회자의 말은 약 10초간 끊겼고,
내 전 주자이던 지수와 전전 주자인 원우가 뛰어오는것이 보였고,
최승철! 하며 소리지르는 세봉이의 목소리도 들렸다.
온몸이 부서진 것 처럼 아팠는데 자꾸 웃음이 났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세봉이랑 손을 잡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난 존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얘 남친이 되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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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오늘은 너와 내가 사귄지 [십 루트 삼의 제곱] 일이야!"
"제발 평범하게 숫자로 얘기할 수 없어?"
"그럼 세봉이 네가 직접 나한테 얘기해줘!"
"우리가 오늘 서로에게 연정을 품은지 석 삼, 일백 백, 삼백일이 되었구나"
아, 왜 말도 안돼는 이과 부심을 부리냐고?
그야 세봉이가 내가 자기 말을 못 알아들을 줄 알고 툭툭 던져대는 저 진심들이 좋아서지.
미분은 이러나 저러나 개새끼지만,
이과 온 걸 이럴땐 참 만족한다.
누가 그랬다. (사실 윤정한이)
문과와 이과는 N극과 N극 처럼 밀어낸다고.
그렇지만 누구는 또 이렇게 말했다. (사실 최승철이라는 멋진 애가)
N극과 N극은 서로 같은 극이라고.
세봉아, 널 정말 많이 좋아해.
너와 나를 더한 값의 해가,
(x^2+y^2-1)^3-x^2y^3=0 의 모양을 그렸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