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인아...ㅜㅜ
사실 소년 그리고 지금은 제가 제일 공들여서 쓴 글이에요
다른글은 막 찌끄렸다능
그래서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저만 재밌었네요ㅋㅋㅋㅋㅋㅋ
괜찮아요 그래도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이에요
아 그리고 매일 제 글에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해서 뭘 드릴까 하다가
이 글을 드리기로 결정했음요
나중에 메일링 공지 올릴게요
근데 브금 또 안돼..
그 다음날 그 애는 3교시가 넘어가도록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국어선생님은 빈 옆자리를 보며 딴 생각을 하는 나를 보고 시를 한 편 읽게 했다.
나는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났다.
막 제목을 읽으려는 순간 뒷문이 열렸고 그 애가 들어왔다.
짙은 눈매에 큰 멍이 하나 있었고 고운 피부 곳곳에 생채기가 나 있었다.
나는 행여 그 애와 눈이 마주칠까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 애가 터벅터벅 걸어와 자기 자리에 앉았다.
나는 괜히 목을 가다듬었다.
"사랑의 시작. 용혜원. 너를 만난 날부터 그리움이 생겼다..."
그 애는 내가 시를 다 읽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잤다.
나는 그 애의 얼굴에 얼룩덜룩한 상처가 보기 싫었다.
그래서 그 애가 하루종일 잠만 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애를 먼저 깨운 것은 나였다.
나는 양호실에서 연고를 빌려와 점심시간에도 엎드려 잠을 자는 그 애를 흔들어 깨웠다.
억지로 잠에서 깬 그 애는 빛이 낯선지 눈을 찌푸렸다.
"나 봐."
나는 말했고 그 애는 순순히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나는 연고를 짜내어 그 애 얼굴에 난 상처에 발랐다.
그 애는 놀란듯 했다.
그 애의 눈이 오롯이 나를 향해 있었지만 나는 모른척 그 애의 상처만 보며 약을 발랐다.
아예 터져버린 상처들을 건드릴 때마다 그 애는 인상을 썼다.
광대뼈에도, 콧등 위에도, 볼 위에도 발랐다.
그리고 그 애의 도톰한 입술 위에도 얇게 발라냈다.
나는 나를 뚫어져라 보는 그 애의 노골적인 시선을 피하며 손에 묻은 연고를 휴지로 닦아냈다.
"고맙다."
그 애는 나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무슨 대답을 해야 좋은건지 몰랐다.
그래서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그런데 그 애는 뜻밖의 말로 날 붙잡았다.
"너 목소리 예쁘다."
나는 그 애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그 때 변성기 때문에 듣기 안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나의 고민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애는 내 목소리가 예쁘다고 했다.
"그 시, 또 읽어주라."
나는 그 애가 국어 시간에 내가 시를 읊는 것을 들었다고 생각하니 창피해졌다.
그래서 나는 그 애의 부탁을 무시해버리고 교실을 나왔다.
그 애는 교실에 혼자 남았다.
나는 혹시라도 그 애가 따라올까봐 빨리 걸어 양호실로 내려갔다.
누가 다쳤냐고 묻는 양호선생님 물음에도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내가 바보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창피했다.
그래서 그 날은 오후 수업 내내 엎드려 있었다.
딱히 잠이 온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 애 얼굴을 보는 것이 너무 창피했다.
그렇게 수업이 모두 끝나고 아이들은 우르르 교실을 빠져나갔다.
난 그 애가 나가면 나갈 심산이었다.
그런데 그 애가 나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그런데 그 애는 내가 자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 애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 애의 숨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 애는 내 눈을 가린 긴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주었다.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 애의 손이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애는 나에게 다가와 내 입에 입 맞췄다.
그 때 나는 그 애가 나를 좋아한다는걸 알았다.
그 애는 내가 깰까 무서웠는지 금방 입을 떼었다.
그리고 그 애는 교실을 나가버렸다.
나는 그 애가 나가고 나서야 몸을 일으켰다.
나는 괜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애의 입술과 닿았던 내 입술을 더듬었다.
내 입술에는 내가 그 애에게 발라줬던 연고가 묻어있었다.
나는 휴지로 내 입술을 벅벅 닦아냈다.
그래도 연고는 끈적하게 내 입술에 남아있었다.
-
여름방학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있었다. 아니, 일주일도 남지 않았을 때였던 것 같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는 엄마가 자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엄마가 밥 때가 다 되도록 일어나질 않았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엄마를 세게 흔들어 깨웠지만 엄마는 일어나질 않았다.
사실 그 때의 기억은 뚜렷하지 않다.
나는 맨발로 집을 나가 옆집 아줌마를 불렀고 아줌마는 의외로 침착하게 응급차를 불러 엄마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나는 그 때 정신없이 울었다. 그 외에는 기억이 없다.
의사는 엄마가 항암치료를 얼른 시작하지 않으면 당장에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음날 소식을 듣고 급히 내려온 아버지는 엄마와 나를 서울로 데려가겠다고 했다.
나는 그 때 어이없게도 그 애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더 서럽게 울어버렸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곧 학기가 끝나니 전학하기도 딱 좋은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옆집 아줌마에게 엄마를 맡기고 나를 집으로 데려가 짐을 정리하게 했다.
불과 이틀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갑작스런 일에 아버지의 말을 따라야만 했다. 짐을 정리하고 학교에 전학 수속을 밟았다.
그런데 그러는 동안에 그 애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이제 곧 서울로 가야하는데 그 애를 볼 수가 없었다.
마지막 날 평소 말도 잘 섞지 않았던 반 친구들이 편지를 써 나에게 주었다.
나는 그 때까지도 학교에 나오지 않던 그 애를 원망했다.
어린 아이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는 선생님에게 그 애의 집 주소를 알아냈다.
그 애의 짝꿍이었던 내게 선생님은 약도까지 그려주며 위치를 설명해주었다.
나는 가방에 편지를 한가득 넣고 집이 아닌 그 애의 집으로 향했다.
그 애의 집은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 구석에 있는 곳이었다.
나는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 그 애의 집에 다다랐다. 허름한 집이었다.
작았던 내 키보다 더 작은 돌담만이 집을 보호하고 있었다.
나는 초인종도 없이 작은 종만 달려있는 문에 주춤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종을 울리려 할 때였다.
집 문이 열리고 마당으로 그 애가 나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집 밖으로 쓰러지며 튕겨져 나왔다.
나는 너무 놀라 담 밑으로 숨어버렸다. 안에서는 상스러운 욕이 들렸다.
나는 슬쩍 몸을 일으켜 담 너머를 엿봤다.
그 애가 쓰러져서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 옆에는 배가 불룩 나온 아저씨가 서있었다.
그 아저씨는 그 애에게 개만도 못한 새끼라고 했다. 그리고 마른 그 애의 몸 여기저기를 걷어찼다.
그 애는 이를 악물고 고통스러워 했다.
나는 그것을 더이상 볼 수가 없었다. 그대로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 왔다.
무서웠다.
온몸이 덜덜 떨렸고 눈물이 났다. 그래서 걸음을 빨리 했다.
넘어지기를 몇번이나 반복했지만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니까 나는 조금 덜 불쌍한 아이였고 그 애는 조금 더 불쌍한 아이였다.
-
큰 짐은 이삿짐 센터에 맡기고 작은 짐들과 중요한 물건만 차에 싣기 시작했다.
옆집 아줌마는 정이 많이 들었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그 때도 그 애 생각이 났다.
짐이 많지 않아 금방 일을 끝냈다. 아버지와 나는 배웅나온 몇몇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차에 올라탔다.
나는 차라리 빨리 서울로 올라가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빨리 시동을 걸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누군가가 창문을 급히 두드렸다.
고개를 돌려본 곳에는 그 애가 있었다.
여기저기 상처가 더 심해져 있었다.
나는 급히 아버지께 말하고 차에서 내렸다.
그 애는 내 손목을 잡아 마을 구석진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 때까지 아무 말 없던 그 애는 나에게 연고를 건네며 말했다.
"발라줘."
나는 어이가 없어서 눈물이 나려 했다.
그 애가 미웠다.
그래서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싫어."
그 애는 내 말에 또 아무런 반박도 없이 연고를 다시 제 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그 애가 차라리 나에게 화라도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 전학 가."
"알아."
"이제 너 안 볼거야."
그 애는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시선을 내리깐 채 죄인마냥 서있었다.
나는 그 애가 너무 미웠다.
얄밉게 행동하는 나에게 화도 내지 못하는 그 애의 멍청함이 미웠다.
그래서 나는 그 애를 지나쳐 돌아가려고 했다.
"경수야."
그 애는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그 애의 입에서 나온 내 이름에 몸이 굳어버렸다.
그 애는 얼어있는 나에게 다가와 내 손에 뭔가를 쥐어주었다.
꼬깃꼬깃한 종이였다.
"미안했다."
그 애는 그렇게 가버렸다.
뭐가 미안한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애의 뒷모습에 달려들어 안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꼬깃한 종이를 손에 꽉 쥐고 다시 차로 돌아왔다.
뭘 하고 왔고 묻는 아버지의 말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 종이를 한참이나 열어보지 못했다. 나는 그 종이 그대로 내 책상 서랍에 처박아두었다.
그렇게 십년의 세월이 지났다.
어머니는 결국 돌아가셨고 그 후 나는 명문대에 합격해 높은 학점으로 졸업한 후 군대를 다녀와 취업을 준비했다.
낡은 책상을 오랜만에 정리했다. 졸업 앨범과 필기공책 같은 것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그러다가 서랍 구석에 있던 종이를 발견했다.
십년의 세월동안 누렇게 바래져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 종이를 열어보기 조금 무서웠다. 그래서 한참이나 고민을 했다.
결국 나는 괜찮을 것이라 나를 달래고 조심스레 종이를 열어보았다.
종이 안에는 얇게 코팅된 벚꽃이 들어있었다.
나는 왈칵 눈물을 쏟아버렸다.
그 아이를 아직도 추억하고 있는 것인지 눈물이 계속 흘렀다.
나는 눈물을 훔쳐내며 종이에 쓰여진 글자를 읽어내려 갔다.
경수야.
나는 네가 너무 예뻤다.
너무 예뻐서 괜한 심술에 너를 매일 괴롭혔다.
미안해.
이 벚꽃은 평생 안 없어질거다.
그러니까 울지마.
사랑한다.
사랑의 시작 사랑의 시작 / 용혜원
너를 만난 날부터
그리움이 생겼다
외로움뿐이던 삶에
사랑이란 이름이
따뜻한 시선이
찾아 들어와
마음에 둥지를 틀었다
나의 눈동자가
너를 향하여
초점을 잡았다
혼자만으론
어이할 수 없었던
고독의 시간들이
사랑을 나누는 시간들이 되었다
너의 내 마음의
유리창을 두드렸다
나는 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