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백현이가 어디라도 다친게 아닌지, 오늘 사주년인데 어디로 또 샌 건 아닌지 불안감에 연락처의 통화연결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었던 차였다. 여섯번째로 버튼을 누르려고 했던 참에, 시끄럽게 벨소리를 울려대며 전화가 왔었다.난 화면에 뜨는 백현이 번호에 아, 백현이네.하며 안도감에 실실 웃으며 전화를 받아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변백현 진짜! 너 어디있는," 『변백현씨 보호자 맞으시죠?』 "... 네?" 그래,이때까지도 입가엔 아까 고였던 웃음이 남아 있었다. 『"동국대 일산병원 제 2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으니... "』 웃다 바로 경직되어 버린 입꼬리를 내릴 생각을 못 하고, 전화를 끊고 다시 전의 손놀림을 반복하였다. 몇 번의 통화 연결음이 들리고, 『"... 도경수."』 방금 전 사람과는 다른 찬열이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려왔다. "어? 찬열이네." 『"여기 지금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이거든? 아무 소리 말고 얼른 와."』 "뭐야,백현이 전화를 왜 네가 받는건데?"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투였지만, 핸드폰을 쥐어잡은 내 손과 몸은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종대 다치기라도 했냐? 왜 너네 둘이 같이 있어.백현이 우리 집 오기로 했는데." 그래, 순간적으로 몸에 힘이 딱 풀렸다. 덜덜 떨리던 손도 멈추었고, 왼손으로 감싸고 있던 담요도 놓쳐버렸다. 머릿속을 난도질하는 듯 예상되는 광경들에,전화통화 속 찬열이가 하는 다급한 이야기들을 흘려 보냈다. 믿을 수 없는지, 그 어느때보다 나는 평화로웠다. 귀찮다는 것을 핑계로 백현이까지 오게 만들었던 내 몸을 일으켜,느릿느릿 걸어온 병원. 지하 1층에 도착하자 마자, 울음기가 서려있는 얼굴의 찬열이와 종대가 눈에 띄었다. 찬열이와 종대에게 천천히 다가가자, "...경수야." "... ." 모든걸 체념한 듯 한 둘은, 날 보는 두 눈에 안쓰러움이 서려 있었다. "왜 그렇게 봐, 뭐 누구 죽기라도 했어?" "...... ." "백현이 어디 많이 아픈가 봐?" "경수야." "여기 일산에서 제일 큰 병원인데." "...우리도 연락 듣고 왔어.나한테 연락 제일 먼저 왔고." 괜히 자신을 자책하는 듯 한 찬열이가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백현이는 어딨는데?" 덤덤한 표정으로 답문을 했다. 몇 분이 지나도 없는 대답에,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니 이쪽으로 어떤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변백현 환자분 보호자되시나요? " "네,근데 백현이는... ." "... 급돌진하는 트럭차량을 피하지 못하시고 치이시는 바람에... ." "...... ." "트럭에 의해 몇 미터가량 날아가 떨어지셨어요." "... ." "...저희도 애써봤지만 실려오실 때부터 과다출혈이었습니다." 그제서야 크게 다가온 현실이 내 심장을 관통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집에서 자길 기다리는 나보다, 이미 굳어버린 손으로 내게 전화도 못 했던 백현이가. 남자의 목소리에 아무 말 없이 찬열이와 종대를 쳐다보곤, 입을 열었다. "백현이." "... ." "좀 볼 수 있을까요?" 그제서야 목소리가 떨려왔다. 가까스레 오열을 참아내었다. 꽉 막힌 무언가가 터져나오는 기분이었다. - "아,진짜,신호 좀.도경수 기다릴텐데." 백현이 횡단보도 앞으로 한 걸음,발을 내딛었다. [-!] 핸드폰에 향해 있던 백현의 눈이 클락션소리가 들려오는 왼쪽을 향하고, 몸이 들렸다. 핸드폰을 놓치고, 왼손의 케이크와 꽃다발을 놓치고, 바닥에 추락했다. 백현이 머릿속으로 가까스레 경수의 얼굴을 떠올렸다. 움직이지도 않는 입을 겨우내 혀만 움직여 말하였다. '도경수,집에서 기다릴텐데.' 사람들이 모여드는 소리가 귓가에 웅웅댔다. 경수가 보고 싶었다.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오전, 백현이보고 얼른 오라했던 내가. 백현이가 앞뒤안보고 달려올 걸 알면서 칭얼거렸던 내가. 백현이 조용히 잦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