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마지막으로 소개할 두 타깃이 있지. 한 명은 김종인이라고, 춤 잘추는 1학년이야. 빠른이긴 한데 그냥 다니더라구.
애가 입학 한지 얼마 안 됐으니깐 정식 무대에서 춤 추는 건 못 봤는데, 연습하는 건 많이 본 너징이야.
종인이랑 너징은 집이 가까워서 타는 버스정류장이 같아. 처음 만난 것도 버스 안에서였고, 친해진 것도 버스 안에서 친해졌어.
유난히 버스에 사람이 많은 날이었어. 입학식날이라 그런지 학교에 일찍 가는 사람이 많아. 게다가 전날 내린 눈 때문에 버스에 타는 사람도 훨씬 많아.
너징은 피곤해하면서 버스 기둥을 붙잡지. 잘 가던 버스가 어느순간
'끼익-'
하고 급정거를 해. 넘어질 위험에 처한 너징은 급한대로 뭔가를 잡아. 뭘 잡았게? 종인이의 멱살을, 정확히 말하면 넥타이를 있는 힘껏 쥐고 매달려 있는 너징이야.
'헐.'
'....미안합니다,미안합니다,진짜 죄송합니다,너무 죄송해요, 제가 그대로 물어드릴게요, 어느학교세요,넥타이 없으면 안될텐데...'
'괜찮아요'
당황해서 횡설수설하는 너징을 보며 종인은 피식 웃어. 교복을 보니 자기 학교라는 걸 안 너징은 다행이다 싶어서 얼른 학교로 데려가.
'여기 잠깐만 서 있어요'
종인이를 교문 근처에 세워두고 급히 선도부실로 달려가. 선도부실에 교복 몇벌 있는거 알지? 거기서 넥타이를 하나 꽁쳐와.
숨 가쁘게 교문으로 되돌아와서 종인이 목에 넥타이를 걸어주는 너징이야.
'첫 날 넥타이 안 매면...삼년 내내 힘들어요. 이 학교 학주쌤 넥타이성애자거든요.'
'원래 이렇게 아무한테나 넥타이 매줘요?'
'?'
예상치 못한 멘트에 당황한 너징이야. 사실 좀 사심을 가지고 직접 매준 거긴 해.
'선배, 번호 좀 줘요. 넥타이 돌려드릴게.'
'응? 아 네....'
뭔가 땡 잡았다 싶은 너징은 냉큼 번호를 찍어 주고 선도부 활동을 하러 학주쌤 옆에 가서 서.
이렇게 존댓말 꼬박꼬박 쓰던 종인이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지금 종인이는 너징을 아예 동갑 취급해.
자기가 원래는 같은 학년에 들어가야 하니까 반말 해도 된다면서. 이름도 막 부르고 반말도 틱틱해.
심지어는 오빠라고 불러달라고 할 때까지 있어. 스킬 좋은 너징도 종인이는 가끔 어려운 상대일 정도야.
이에 반해 말 잘 듣고 귀여운 후배가 하나 있는데, 오세훈이라고.
세훈이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에서 만났어. 멘토멘티 프로가 뭐냐면, 너징의 학교에 있는 특별동아리인데,
2학년에서 공부 좀 하는 애들을 멘토를 시켜주고 1학년 에서 성적이 하위권인 애들을 한명씩 붙여줘서 동아리 시간에 동아리 대신 공부를 하는거지.
멘토멘티가 얼마나 쎄냐면, 자기들이 오늘은 운동장 한복판에서 공부를 해야겠다, 싶으면 축구부 연습을 금지시키고 넓은 운동장에서 공부할 수도 있어.
멘토멘티로 대학도 잘 가고 학교 이미지도 좋아져서 학교에서 많이 밀어주는 편이야. 세훈이는 소위 말해 일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너징의 멘티로 잡히면서 개과천선의 길을 걷는 중이야.
멘토멘티를 하는 첫날,세훈이와 너징은 독서실 테이블에서 만나기로 했어.(독서실과 도서관은 달라유! 경수 있는 곳은 도서관!)
어떤 아이일까, 세훈이면 남자일텐데, 잘생겼나, 성격 이상하면 어떡하지, 멘티를 기다리고 있는 너징이야.
독서실 문을 거칠게 열어제끼며 누군가가 들어와, 슬리퍼를 찍찍 끌며 한숨을 내쉬는 소리에 설마 저 소리가 내 멘티인가 걱정하는 너징이야.
슬며시 위를 올려다보는 너징의 눈 앞에 머리가 노랗고 키는 큼직한 데다가 반반하게 생겨갖고 양아치 스멜을 풍기는 남자애가 하나 서 있어.
'니가 세훈이야?'
눈매가 무섭게 생긴 애가 갑자기 너징을 보더니 가만히 서서 멍을 때려.
'세후나....? 어디 아파?'
'오징어 선배?'
'응 내가 오징어인데;;'
'오징어라 그래서 존나 못생긴 줄 알았잔아여
이쁜 선배인 줄 알았으면 겁나 빨리 왔을 텐데.'
ㅎㅎ기분이 좀 좋아진 너징은 얼른 공부 시작하자며 세훈이를 앉혀. 노란 머리일 때부터 알아는 봤지만 담배냄새도 나.
세훈이는 입학 첫날 부터 대놓고 염색을 한 그대로 나타나서 선생님들을 경악시켰어.
협박도, 회유도 안 먹히는 세훈이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해서 결국 선생님들은 구제불능 세훈이를 멘토멘티의 너징에게 떠맡겨버린 셈이지.
'선배 힘들어여-
선배 제가 아이스크림 사올까여?
선배 뭐 좋아해여? 저는 버블티.'
선배선배 하면서 조잘대는 세훈이가 귀여워.
'선배 말구 누나라고 불러.'
한밤 중에 클럽에서 만난 불여우처럼 손으로 턱을 괴고 눈을 살포시 접어 웃는 너징이야.
세훈이는 학교라는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기에 흠칫 놀라.
'네, 누나'
말도 놓으라고 할까 싶었지만 이내 그만 두는 너징이야. 환상 하나 남겨 두고 싶어서. 왜 여자들의 그런 환상 있잖아.
조곤조곤 존댓말 쓰던 연하 남친이 어느 순간 남자가 되는? 그런 류의.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났고 여기저기서 여자친구들이 너징에게 같이 놀러가자고 해. 너징도 승낙을 하지.
점심시간에 너징은 찬열이도 끼워서 데리고 가려고 밖에 나가려는 찬열이를 붙잡아.
'찬열아 놀러 갈래?'
'백현이랑 셋이?'
'니니. 너랑만.'
찬열이는 이게 무슨 소린가 싶기도 하고 얘가 무슨 마음이 있나 싶어서 은근히 기대가 돼. 단둘이 놀러간다고 착각을 단단히 했어.
'그래!'
한껏 신이나서 비글 모드가 풀로 충전돼서 펄쩍거리며 축구하러 운동장으로 달려나가는 찬열이야.
사실 찬열이에게 같이 놀자고 한 이유는 놀다보면 시끄러워지고 남자들이 치근대는 것도 귀찮아져서 찬열이를 데리고 둘만 빠져나로기 위해서였어.
아이보리 색의 얇은 니트에 핑크색 플라워프린트 프릴스커트, 네이비 니트양말, 노란 단화.
정확하게 여친st을 완성하고 평소에 잘 하지 않던 화장도 옅게 한 너징이야.
약속장소로 나가려고 문을 딱 열었는데,
'오징어~'
집 앞에 미리 찾아와 너징을 기다리고 있는 찬열이야. 너징이랑 논다고 같잖게 멋지게 하구 나왔어. 설레게--
'야 너 진짜 내가 언제 나올 줄 알구 계속 기다리고 있던 건데!'
'아 뭐야 데리러와서 좋으면 좋다고 말을 해~'
'조, 좋아.....'
찬열이에게 수줍은 척 기쁨을 애써 참는 척 원하던 반응을 보여줘.
'아 데이트하는 거 같다.'
너징의 어깨를 감싸더니 감격스럽다는 듯이 말하는 찬열이야.
우르르 모여서 놀다가 슬슬 지겨워지는 너징이야. 한숨도 좀 쉬고 머리도 좀 헝클여.
'재미 없어? 그만 갈래?'
찬열이가 눈치를 채고 너징을 데리고 나가. 친구들이 사귀냐 뭐냐 말이 많지만 적당히 무시하고 자리를 떠.
노래방을 나와서 시내를 걷는데 한 남자 무리에 익숙한 얼굴이 보여.
'어? 니네 둘이 뭐하냐?'
백현이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