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맥아덤즈 너무이쁨)
솔직한 시선으로 찬열의 외모를 평하자면, 정말 보잘 것 없었다.
동물에 비하자면 곰, 다른 무엇을 댈 필요도 없이 위로도 옆으로도 큰 그에겐 딱 곰이 적절했다.
길거리를 걷다보면 하루에 한두명 정도 보이는 거리를 꽉 채우는 부피의 초고도 비만인 사람들, 찬열도 그중 하나였다.
초고도 비만이라고 해도 본인에게 자신이 있다면 상관 없는 일이었지만 찬열은 언제나 지하 십미터는 파고들 것 같은 삽질과 자기비하에 휩싸여 있었다.
분명 대한민국의 대표 명문 대학 이라는 Y대를 나왔지만 결혼할 나이가 가깝다 못해 조금 넘었다고도 할 수 있는 삼십대 중반임에도 그에겐 여자친구라고는 생기지 않았고,
그나마 다니던 회사에서 조차 찬열의 불어나는 체중과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더뎌진 움직임에 구박만 하다가 결국 퇴직의 압박으로 얼마 안 되는 퇴직금을 받고 스스로 회사문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자신감 없고 점점 피폐해져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명예퇴직 이후 그는 가족들과의 연락도 끊은 채,
모아 놓은 돈과 퇴직금으로 필요한 생활물품이든 음식이든 다 인터넷쇼핑을 통해 해결했고 하루 종일 자고 먹고 게임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렇게 한달의 무료한 생활이 흘렀고, 그는 오랜만에 베란다에 기대어 바깥을 바라보며 하늘 구경을 하고있었다.
아침 8시 쯤, 등교와 출근으로 바쁜 사람들을 구경하며 부러워하고 또 자기비하에 휩싸여 베란다 문을 닫으려던 그는 문득 한 사람을 발견했다.
작은 머리에 큰 키라고는 볼 수 없는 사람이었고, 특별히 별나게 잘생겼다거나 별나게 못생겼다거나 눈에 뜨이는 특징은 없었지만,
찬열은 어쩐지 그에게서 빛이 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자도 아니고, 남자보고 내가 왜이러지 싶어 웃어 넘기려고 했지만 그에게 가는 시선은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자기도 모르게 아침 8시만 되면 베란다 문을 열고 그의 출근길을 감상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하루종일 베란다 앞에 붙어 그의 출근길,퇴근길,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을 보며 꾸준히 그를 관찰했다.
그의 35년 인생에 이런 열정과 집착은 처음이었고, 사람을 보며 이렇게 즐거워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이런게 바로 사랑인가 싶었지만 사랑이란 걸 해본적이 없는 그에겐 생소한 감각이었을 뿐 감정의 형태를 가졌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엔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행복했지만 찬열은 점점 그와 접촉하고싶어졌다.
그와 만나고 싶고, 그의 얼굴을 자세히 눈에 새기고 싶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찬열의 몸이 그토록 비대하지만 않았다면 벌써 그의 뒤를 쫓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루에 그를 보는 총 5분정도의 시간외에도 찬열의 삶은 그로 가득찼다.
그의 목소리는 어떨까 그도 티비 속의 연예인들처럼 밝게 웃는 사람일까 그는 무슨 음식을 좋아할까
그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게임은 무슨 종류를 좋아할까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나갔다가 돌아오는데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걸까
친구는 안 만나나 주말엔 보이질 않네......나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끝없이 생각만 하는 하루가 여러번, 깨달아 보니 5개월이 흘렀고 마침내 찬열은 조금 더 가까이서그를 보러 가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