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 (설정) 링크입니당~ http://www.instiz.net/name_enter/43311259 +) 지수 나뭇잎!!!!! (괴성) (이성 잃) 진짜 후 독자님들 저 비행기 태우다 로켓 태우다 허블 망원경까지 태워주시고 이럼 제가 단편집 욕심이 납니까 안 납니까 - 존 메이어가 LA 투어에서 친 네온. 기타를 배우려는 이유에 이 이상은 없다고 본다. 고1때 친구가 보여줬던 짧은 영상 하나가 지금 3년째 마음을 뒤흔드는 중이다. 그래서 내 모든 기타 로망의 시작과 끝점도 이 영상이다. 동네 전봇대에 붙어있는 기타 레슨 전단지 오다리를 뜯어와 기분 좋게 카톡을 보냈다. 월 12만원, 일주일 2회. 입시가 끝난 새해 1월의 고3에게 두려울 것은 없다. 나는 완연한 봄을 맞아 다함께 떠난 봄소풍에서 능숙하게 기타를 치는 나를 상상해본다. 그 모습을 본 어느 핸섬가이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너 기타 제법 친다야? 나도 좀 가르쳐줄래? 그렇게 해서 서로가 가까워지고 남이 님이 되고.. 악!!! "선배!!"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막상 질러놓고 나니 혼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무안스러워졌다. 침대에 드러누워 베개를 끌어안고 무슨 기타를 살지 고민하는 중에 답장이 왔다. [일단 실력 좀 보죠 할 줄 아는 곡 아무거나 녹음해서 보내주시겠어요?] 순간 벙쪘다. 할 줄 아는게 없는데. [저 근데 이번이 기타 처음 배우는거라] [아 그럼 집에 기타는 있어요?] [아니요] 잠깐 톡이 끊겼다. 괜히 톡했나.. 잠깐 겸연쩍었다. [초보자용은 콜트나 데임 걸 많이 사요 프로 지향하시는거 아니면 비싸게 살 필요 없어요 소리만 정확하면 돼요 인터넷에 치면 10만원대 후반부터 뜰텐데 그렇다고 너무 싼거 사면 오래 못 가구요 20만원 중반대 추천드려요 취미로 몇년 쓰시기엔 무리 없을거에요] [? 제가 사야 하나요?] 진심으로, 나는 몰라서 물어봤다. 선생님이 2대 들고 오시는거 아닌가? 또 텀이 잠시 길어졌다가 답장이 왔다. [저희집에도 기타는 1대뿐이라서요 ^^] 답장을 받고 나니 내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리를 했는지 감이 잡혀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몰라서요 ㅠㅠㅠ]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톡이 뚝 끊어졌다. 으아아, 진상으로 보면 어떡해. 부끄러운 마음을 안고 기타를 주문했다. 그 낯짝 뜨거워지는 언사도 기타를 배운다는 설렘을 방해하진 못했다. 그리고 대망의 배송날. 나는 실물을 보고서 한번 더 부끄러워졌다. 이 큰걸, 2대나 메고 오라고 시켰단 말이지. 이 내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나는 거진 울상이 되어버렸다. 진상됐겠다. 선생님이 오시면 사과드려야겠단 생각을 하며 포장을 뜯은 기타를 가방에 고이 넣어 내 방 구석에 얌전히 세워두었다. 그래도 세워두니 예뻐 그저 웃음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주말이 흐르고 화요일. 나는 날아다니는 발걸음으로 선생님을 맞았다. 안녕하세요 한다는게 죄송해요 한 것만 빼면 완벽한 첫만남이었다. "죄송해요!" "네?" "예? 에? 저, 아니, 안녕하세요." "아, 큭큭." 여우를 닮은 스물네살은 자기 이름이 홍지수라고 했다. "아니 그, 저는 이렇게 기타가 부담스러운줄 모르고, 그," "괜찮아요. 생초보라면서요." 얼굴이 다시 뜨거워졌다. "그, 나이도 어린데 편하게 말 놓으세요! 뭐 마실거라도," "그럼 그럴까? 물 한 잔만 줄 수 있니?" 물을 한 잔 떠다들고 야심차게 방에 들어가 앉았다. 나는 바로 노래를 배우는줄 알았더니, 기타를 붙잡고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이 쇠막대를 기준으로 나누어진 구획 하나를 프렛이라고 해. 그래서 구간 하나하나를 여기서부터 1프렛, 2프렛, 혹시 지루하니?" "네? 아, 아니오." 턱을 괴고 하품만 하고 있던걸 발견한건지 선생님이 눈을 맞추고 물어봤다. 솔직하게 지루하다고 대답할 수가 없어 적당히 얼버무리고 말았다. "사실 노래부터 배우는게 제일 재밌긴 한데, 그럼 기본기가 없어서 나중에 진도를 못 나가거든. 그래서 정석은 코드부터 배우는 거야." "아, 그건 들어봤어요." "응, 그거 맞아. 기타 코드에는 두 종류가 있어. 하나는 오픈 코드, 하나는 하이 코드. 오픈 코드는 개방현, 그러니까 아무 프렛도 짚지 않은 현이 하나 이상 들어가는 코드고, 하이 코드는 약식 코드, 그러니까 4, 5, 6현만 이용해서 치는 코드를 뜻해." 아, 머리가 돈다. 머리 아플때 멋있게 쉬어보려고 배우기 시작한 기타인데 어째 시작부터 영 삐끗한 것 같다. 하품을 참아보려고 하다가 어째 영 우스운 표정이 나와버렸다. "이게 C, D, E, 크흑, 뭐야. 안 지루하다며." "예? 아, 그게, 조금." "취미로 멋지게 치고 싶으면 코드부터 잘 잡아놔야 돼. 이거 가지고 취미곡들 다 친다, 너. 몰라서 그렇지." 그게.. 그 정도는 저도 아는데. 몸이 안 따라와줘서 그렇지. 자세를 뒤틀며 목을 주무르고 눈을 부릅뜬다. 어찌어찌 코드에 대한 설명을 다 듣고 기타를 처음 잡았는데, 웬걸. 손이 이렇게 아플줄이야. "아흐, 씨.." 손목을 탈탈 털어내자 옆에서 말한다. "기타 손 엄청 아프다, 너. 처음에 고생 좀 할거야. 굳은살 배이고 나면 좀 덜해. 그때까지만 좀 버텨." 그런데 이 확 꺾인 의욕은 어떡하죠, 선생님. 오픈코드고 나발이고 질질 끌며 1달을 개겼다. 선생님은 나중엔 안되겠다 싶으셨던지 아예 날 앉혀놓고 내 연습을 지켜보셨다. 그래도 내가 누구냐! 무적의 친화력으로 어느덧 장난까지 칠 정도로 가까워졌지. 무려 3주만에 이뤄낸 성과다. 그래서 그 다음주, 한 달차에 애교를 부리며 놀자고 꼬드겼다. "새애앰, 취민데에에, 이렇게 빡세게 할 필요 없는데에에," "왜 이래. 부담스럽게." "팩트잖아요.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우리 호떡 하나만 사먹고 옵시다아아." "너 애교 그만 부린다고 하면." "콜." "콜." 샘은 의외로 화통한 성격이었다. 요 근처 대학교를 다닌다며 코스모스 졸업이라고, 1학기가 끝나면 졸업한다고 했다. 일단 우리집이 관악구고, 우리집 근처 대학교라 함은 전국민이 아는 '그' 학교인데도 취업 고민은 똑같구나 싶어 문득 놀라웠다. "샘 그럼 기타는 언제부터 쳤어요?" "좀 됐지? 잘 기억이 안 나네. 근데 갑자기 왜?" "아니 나, 기타 치는 사람한테 로망 있어서. 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겠다, 그러니까 오빠라고 불러도 되죵?" "으이그, 생각하는거 하곤. 맞먹을라 들어, 어디서." 이마에 딱밤을 한 대 얻어맞았다. 남은 호떡을 우물거리며 집에 들어가 다시 코드며 크로매틱을 연습하는데 그걸 물끄러미 보던 샘이 문득, "혁오 위잉위잉 가르쳐줄까?" "에? 네!! 혁오 완전 좋아요. 완전완전." "에휴, 아르페지오도 모르는 애한테 이게 무슨." 고개를 휘젓더니 기타를 붙잡고 간단한 멜로디를 연주한다. 위잉위잉이다! 진짜로! "헐, 우와우와. 저 가르쳐주세요!!" "너 아르페지오 먼저 연습하면." "어떻게 쳐요?" "봐봐. 손으로 네박자씩 치면서, 사이사이마다. 이렇게. 딴, 따다 단, 딴, 따단, 딴, 딴, 따다다. 이거 계속 반복이야. 쳐봐." 리듬이 손에 붙자 오른손은 쉬워졌다. 운지법도 두 종류밖에 없었다. 할만한데! 손가락이 아파 떠나려고 했던 기타에 대한 정이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확실히 노래를 알자 기타를 계속 치고 싶었다. 연습량이 늘자 코드가 서서히 손에 붙었다. 바렛을 익히는 중, 힘들지 말라고 매주 간단한 노래 한 곡씩을 배웠다. 손에 굳은살이 배자 연습량은 더 늘었다. 코드 2개짜리 매직 카펫 라이드에서 4개짜리로, 8개짜리 너의 의미로. 진도가 빨라졌다. 어느날, 여느때처럼 연습하고 있는 내 곁에서 낯선 멜로디를 연주하는 모습에 넋을 빼앗겼다. "와, 뭐에요 그거?" "있어. 어려운 노래. 너 F 이제 잘 잡아?" "저도 가르쳐주세요!! 배울래요." "쓰읍. 바렛 잘 잡으면. 바렛 많아. 잘 쳐?" "아, 아뇨.." "빨리 연습해." 오픈 코드와 달리 한 프렛 6개 현을 검지로 통째 다 짚는 바렛은 연습하기가 벅찼다. 소리가 탁해지기 일쑤라 F코드와 B코드에서 포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슬슬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 생경한 멜로디를 잊을 수가 없어 그 곡 하나 배우겠다는 자세로 1주를 기타를 붙들고 살았다. 2월 말, 동백이 슬슬 피기 시작했다. 초인종이 울렸다. "연습 많이 했어?" "샘 저 이제 바렛, 어? 웬 수트?" 깔끔하게 다린 와이셔츠에 수트차림은 처음이라 순간 당황했다. "면접 갔다 바로 왔어. 바렛은?" "아, 저 이제 잘 쳐요. 소리 잘 남." "그래? 자신 있나보다? 어디 한번 들어보자." 자신만만하게 기타를 들고 앉아 F코드를 짚었다. 소리 났다고. 요령 안다니까, 이제. 틱. 틱틱. 아무리 쳐도 아까의 그 맑은 느낌이 아니었다. 이상하다. 방금전까지만도 소리 맑게 잘 났는데. 시무룩해있자 보란듯 혀를 찬다. "못 치네." "아니거든요! 방금 전까지만도 소리 잘 났어요, 진짜." "근데 지금은 왜 못해." "아 진짜, 쳤는데." 그리곤 사람 놀리기라도 하는지 앞에서 그 멜로디를 다시 친다. "아 그럼 제목이라도 가르쳐줘요!" "왜, 알아서 뭐하게." "찾아서라도 칠거야. 진짜." "에이, 바렛도 못 짚으면서 무슨." "칠거야, 진짜로! 가르쳐줘요." "알겠어, 알겠어. 그럼 처음 8개." 복잡한 아르페지오가 후루룩 지나간다. 패닉에 걸려서 연습하고 있는데, 벽에 기대어 물을 마시던 샘이 눈으로 웃는다. "야, 넌 기타 두 달씩이나 배웠다는 애가 기타 잡는게 그게 뭐냐?" "네? 왜요?" "누가 기타 그렇게 기울여서 안으래." 그리고 내 뒤에 와서 앉아 팔을 감싸고 어깨를 맞춰 내린다. "이렇게. 수평으로." "아, 감사ㅎ," 고개를 돌리다 눈이 마주쳤다. 순간 얼굴이 새빨개졌다. "고맙습니다." 딱딱하게 인사를 던지고 기타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 생각이 없었던지 허리를 젖혀 바닥에 팔을 기대고 목을 울려 웃는다. "왜 당황하냐." "아니, 그, 이상하잖아요." "뭐가." "그, 아, 아이씨, 하여튼." 어쩐지 잘 잡히는 바렛도 선생님 오고서부터 계속 안 잡힌다 했어. 그 여우같은 눈이 계속 어른거린다. "왜, 뭐가 이상한데." "아, 어색해서 그래요. 이렇게 잡아주는거 처음이잖아요." "아닌데? 나 애들 이렇게 교정 많이 해주는데?" 그러고 다시 팔을 감싸안는다. 으으, 왜 이러냐고. "귀는 왜 빨개지냐?" "아니 어색하다니까요? 오빠가 자꾸, 안 하던 짓을," 까지 말하고서야 말실수 했다는걸 깨달았다. 입을 헙 닫으며 눈치를 보는데 말투가 그새 가라앉았다. "뭐? 오빠?" "아, 그게," "야, 친근하게 대해준다고 아주 만만한가보다?" "아니 그," "다시 말해봐. 뭐?" 해명하려고 고개를 다시 돌렸는데, 말투와는 정반대의 능글거리는 미소가 보였다. 고개를 다시 돌리자니 오른손으로 뺨을 고정시킨다. 아니, 그, 아씨. 잘 숨겼는데. 왜 이럴때 결정적이게 딱 들켜서. 좀 모른 척 넘어가주면 어디가 덧나나. 목소리는 여전히 가라앉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그 결이 다르다. 화난게 아니라 이건, "다시 말해보라고." ".. 죄송해요." "다시 말해보라니까? 왜 자꾸 딴소리야." "아니 뭘," "나 다시 불러보라고."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오금이 저렸다. 그, 내가 여중 여고 테크를 타서 그럴거야. 그러니까 남자애들이랑 접촉을 잘 안 해봤으니까. "선생님..?" "말고. 너 아까 나 그렇게 안 불렀잖아." 고개가 느리게 돌아간다. 눈이 웃고 있다. 아니 그, 넘어가주지, 좀.. 티 안 내고 잘 버티고 있었는데 왜 그걸 굳이 이렇게. "아까처럼 불러보라고." "..." "안 해?" 눈썹이 찡긋한다. 고개를 얹은 왼쪽 어깨가 달아오른다. 그러니까 이게, 거리가 너무 가깝다고 생각 안 하시냐고요, "... 오빠?" 망했다. 목소리가 삑사리 나 쇳소리처럼 들렸다. 울고 싶었다. 하 씨, 왜 그러게 그걸 물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네 맞아요. 제가 샘 좋아하는데 뭐요. 처음부터 좋았는데요, 왜요. 스물 네살인 것도 좋고 수트 입은 것도 좋고 기타 잘 치는 건 더 좋고 그런데요. 그런데 이렇게 사람 놀릴래요, 진짜. 나 속상하게, 씨. 떨리게, 씨. 설레게, 씨. ".. 하. 꼬리치는 거 봐." "..." "티 좀 안 나게 잘하시던가요, 아가씨." 진짜 속상했다. 오른손을 쳐내고 고개를 푹 숙였다. 다 알고 있었으면서.. 씨. 진짜 나 갖고 논거야? 우물우물 눈이 뜨거웠다. "누가 울래." "..." "누가 울어도 된댔어." "... 알고 있었으면, 이렇다 저렇다 말이라도 하던가, 사람 기대란 기대는 다 시켜놓고 뭐에요, 이게.." "..." "진짜 내가 얼마나 티가 났으면, 네? 근데 그거 얘기도 안 해주고, 진짜.." 호떡 먹으면서 학교니 뭐니 물어볼때, 사람 눈은 처음 보는 아기의 눈빛을 하고 자기를 쳐다볼때, 버들잎을 띄워주는 심정으로 집에서 제일 예쁜 컵에 물을 담아 가져다주면서 생색낼때, 그걸 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열받았다. 알면서 말도 안 해주고, 사람 바보 만들고. "..." "..." "나 아직 아무 말 안했는데? 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울고 난리냐." ".. 네?" "나 아직 나도 너 괜찮다고 말도 못했다고." 이게 무슨 소리람. 놀라 고개를 다시 돌렸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모양과 턱을 감싸쥐는 손을 느꼈다. "... 어," "... 어, 뭐." "어, 그, 샘 방금, 그거." "그거 뭐, 왜." "..." "난 좋으면 좋다고 말도 못하냐." 뒤늦게 입술을 가렸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에 뭔가, 뭔가 적혀 있는데. 머리로 들어오는데, 그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눈을 가늘게 뜨고 시선을 맞추려 하자 또 피식 웃는다. "입 왜 막아." "아니 그, 샘이 방금." "너 아까도 나 샘이라고 했니?" "그, 샘 맞잖아요." "아닌데. 내 기억으론 너한테 나, 쭈욱 '샘' 아니었는데." "맞는데ㅇ," 반박하려고 입을 가린 손을 내렸는데 다시 턱이 잡히고, 네가 웃고, 눈이 초승달처럼 휘며 애굣살이 접혀들어가고, 그걸 본 내가 따라 웃고, 얼굴이 기울어지며 네 콧대가 뺨을 스치는 순간, 나는 그를 더 이상 '샘' 이라고 부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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