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때 있잖아. 이유없이 한 번 씩 설레일때"
"......."
"전생에 사랑했던 사람이 가까이 오면 그런거래"
"..........전생?.."
"응. 저번에 할머니한테 들은거야"
"....전생......그런게 있을까...."
이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의 일생.
그런데 말이야 웃기지. 친구가 해 준 그 한마디에 누군가가 문득 생각나버린건,
좋아하지는 않거든 그사람을
[전연
웃고 떠들기 바쁜 사람들. 크리스마스분위기가 물씬 나는 거리. 그리고 거리의 사람들에 섞여서 정처없이 걷고 있는 나
쇼윈도우에 걸린 하늘하늘한 옷들, 그리고 비춰지는 내 모습. 마치 소중한 뭔가를 잃어버린듯 맥없고 힘들어보이기만 하다.
잃어버린건..없는데 도무지 생각해봐도 요새 뭔가 힘든일이 있었던가 싶어.
[어디야. 빨리 와 다 왔어]
어릴 때 부터 그런 소리를 자주들었었다.
-애가 왜그렇게 숫기가 없니
-세상 다 산 늙은이 표정을 하고 있어 왜
-외로워보이네..엄마아빠둘다 직장다니시니?
아니. 난 괜찮은데 잘 웃고 잘 어울리고 힘든 일 하나 없었는데
딸랑_
"미안! 좀 늦었지"
"이게 좀이야!!!!!!!너 땜에 다 기다렸어!"
"진짜 미안..준비하느라..헤.."
"너 진짜 오늘 해윤씨때문에 봐주는 줄알아!"
"...죄송해요. 많이 기다리셨죠!"
"아뇨! 그렇게 많이 기다린 것도 아닌데요 뭘"
지루한 소개팅. 언제나 그렇듯이 형식적인 인삿말과 웃음들
...싫다...
다음에 다시 보자는 말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거란것도 다 알고있다.
"후..추워..."
두근두근_
".....어..."
"00씨! 오랜만이네요!"
"아..네..정호씨 안녕하세요.."
"..추운데 치마....어....혹시....소개팅??"
"헤...네..잘 안됐긴 해도요."
"에~이 이렇게 이쁜데 잘 안됬다고? 거짓말!"
"진짜에요..하하.."
처음부터 내게 스스럼없이 다가왔던 사람이라면 유일하게 한사람이 있다.직장동료도, 대학친구도 아닌,그저 같은 아파트 주민.
정말 어쩌다 우연히 알게되었고 가끔씩 만나면 인사만을 했고 그이하, 그이상의 사이도 아닌 사이.
그런데 지금은 소개팅에 실패한 여자와 그 여자를 달래주는 남자로 앉아있다. 웃기다. 한00..잘 아는 사람도 아닌데 이렇게 다 얘기하고 있어도 돼?
마음속에서는 별로 내켜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내 몸은 벌써 집 앞 포장마차의자에 앉아있으니까. 그것도, 홍정호랑
두근두근
"혹시 그 얘기 알아요?"
"...."
"전생에 사랑했던 사람이 가까이 오면 이유없이 설렌데요...좋은건 아닌데 그냥 두근두근..이렇게"
"...내 친구도 그 말하던데"
"근데 진짜로 설레....막..신기하죠?"
"그걸 어떻게 알아요 정호씨는? 전생에 누구사랑했는지 알아요?"
"..알려줄까요?"
요새따라 다들 이 이야기뿐, 사실 '다들'이라고 해봐야 친구한명과 저 사람밖에는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전생에 누굴사랑했을까 진짜 내가 생각하는 그사람일까? 하지만...별로 알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정말 그게 누군지 알게된다면
약간은 실망할 것도 같아. 그래서 지금은 홍정호가 묻는 말에 선뜻 알려달라고 대답할 자신이 없다. 듣게 된다면 나 역시도 누군지 알고 싶은 궁금증이 생길테니까
'아니요..'
겨울이 춥다 유난히도 . 요번해는 확실히 춥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는 것같다. 얼굴이 시리다 못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으니까
집으로 쓸쓸히 돌아가는 길이 어느때보다 외로웠다. 비록 혼자살긴 해도 이렇게 외롭진 않았는데...오랜만에 엄마에게 전화나 해볼까 싶었다.
못된 딸인가 생각이 들어 누르려던 엄마번호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한달 남짓 바쁘다고 연락을 피하거나 꺼리던 내가 외롭다는 이유로 전화를 걸려고 하다니.
이기적인거야. 많이.내가...많이..?
그렇게 대답한게...
이기적인거야..?
'00씨 또 알아요?'
'뭘요..?'
'진짜 이기적이야..'
'..네?'
'한00씨 진짜 이기적이라고...알아요?'
화가 났다. 솔직히 상황을 놓고 보면 취했을 수도 있는 사람한테 그렇게 까지 화낼 일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화가났다.
친하지 않아서, 깊은 얘기를 나눠보지 않아서, 서로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없어서
그래서, 남이기 때문에, 화난걸까.....아냐...신경안써야지. 어차피 동네에서 조금만 조심해서 다니면 돼.
마주칠 일도 별로 없었잖아
.....답답하다.....
"마마..일어나셔야죠.마마"
"...으..음..."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