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딸랑-
" 어서오세요- "
오늘도 그가 있겠지- 싶어 갔던 카페에는 그가아닌 다른 남자가 서서 인사를 했다.
벌써 3일째, 매일매일 찾아왔지만 그 날. 비오던 그날 이후로는 그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찾아왔는데도 그는 볼 수가 없었다.
다음날 역시 찾아갔지만 없었고, 어느덧 일주일이 지난걸까.
참고참고 또 참다가 결국 구자철에게 물어봤고, 구자철은 덤덤하게 " 아- 이청용씨? 그냥 사정상 그만 두겠다고 그러더라. " 라며 말해주었다.
그는 일을 그만 둔것이였고, 여태까지 그만 보면 뛰어오던 가슴은 그냥 지나가는 일이겠거니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냉장고문을 열어 문을 한잔 마시고, 쇼파에 앉아있다가 다리를 쭈욱- 핀채 누워있다가 눈을 감자 아른거리던 이청용의 모습이 보여왔다.
방긋 웃어주던 모습, 수줍게 말하던 모습 그리고 슬픈 얼굴로 눈물을 흘리던 모습까지.
그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지워지지않아 선명하게 남았다.
" 어딨는거야..이청용.. "
아무도 없는 집안, 나 혼자뿐인 집안에서 혼자 주절거렸다.
어디있는 거냐고. 잘 있는거냐고.
한동안은 개학준비로 나역시 카페를 찾지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생각나는 그 덕분에 개학을 한 후에도 일처리를 잘 못해서 부장선생님께든, 교감선생님께든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기 일수였다.
학생들도 모두들 하나같이 " 선생님. 어디 아프세요? 맨날 다크써클도 있으시고.. " 라고하거나 " 쌤 어디 아파요!? " 라며 물어왔다.
아픈거면 아픈거겠지. 가슴앓이겠지.
-
내일 쓸 물건 덕분에 문구점에 들렸다가 나오는데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마치 그날처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가 우는 모습을 본 그 날처럼.
그날처럼 나역시 가방안에서 그날 같이썼던 우산을 펼쳤고, 우연히 입은 코트까지, 그리고 차를 끌고오지않은 그날과 모든게 똑같았다.
괜시리 더 그리워져서 콧잔등이 시큰거리고, 목구멍이 탁- 메여오지만 웃으며 길을 걸어갔다.
그냥 그 비가 맞고싶어서 우산을 접어서 들고 비를 맞으며 걸어갔다.
" 헤에-. 그럼 이걸로 가져갈게. "
익숙한 목소리와 익숙한 웃음소리. 그리고 익숙한 뒷모습까지.
맞는걸까. 그가 맞는걸까. 떨려오는 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고 뒤돌려보자 역시나.
익숙하던. 그리고 아주 그리웠던 그의 얼굴이 눈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의 눈안에도 내 모습이 가득 차버렸다.
" 이..청용.."
" ....기성용..? "
무척이나 수척해진 얼굴. 안그래도 마른녀석이 무척이나 더 아픈사람처럼 말라있었다.
정말 이청용인가 싶어 꿈인가 싶어 주먹쥐고 손톱으로 살짝 손을 찍어보자 아픔이 느껴져왔다.
그날과 똑같았다. 이번엔 내 우산이 아닌. 내 손에 들린 우산이아닌 그의 우산속에 내가 서있었다.
그 역시 나를 보고 놀란건지 땡그래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나의 팔을 탁. 뿌리쳐버리더니 빠른 걸음으로 도망가듯 멀어져가기시작했다.
내가 다시 다가가 그를 잡자 나에게 아직 덜자란 작은 화분을 하나 주더니만 아무말 없이 멀어져갔다.
왜 그때 그를 잡지않았는지는 모르겠다.
그게 마지막이란걸 알았으면 잡았겠지.
-
그후로도 역시 그 꽃집앞으로가든 카페앞으로가든 그를 볼수가 없었고,
그냥 열심히. 그가 마지막으로 준 그 화분만을 키웠다.
처음에는 무엇인지 모르고, 아무리봐도 뭔지 몰랐지만 키우다보니 어느새 점점 형태를 갖추어가던 그 화분이였다.
그리고 거히다 큰것인지 꽃까지 피워진 그 화분을 한손에 꼬옥 쥐고 그날 그와 만난 꽃집으로 들어갔다.
" 어서오세요- "
" 저기..이 화분 꽃말처럼..무슨 이름 있나요? "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만 보다가 화분으로 눈을 돌리더니 이곳저곳을 살펴보기시작했다.
그러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하기시작했다.
" 저기..혹시 기성용씨예요? "
그녀는 내 이름을 알고있었고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울상으로 변해서는 화분을 몇번이고 더 만져보더니만 이어갔다.
" 내가.. 이청용 동생이예요. 친동생. 오빠가.. 나중에 기성용이라는 사람이 올거라고. 오면 꼭 말해달라고했었는데..
안올줄 알았거든요. 근데 처음에 기성용씨인거 몰랐는데.. 이 화분 오빠가 되게 아끼던거였어요.그날 키운다해서 심어줬는데 기성용씨가 가지고계셨구나.. 근데 어떡해요..
우리오빠..그날 화분 준날 후에 몇일 안되서..죽..었거든요. "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죽었다는 그 말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렸다.
나역시 아무말도 못하고 화분만 바라보고있었고, 그의 여동생 역시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어갔다.
" 영원히 그대를 잊지않겠습니다. 영원히..영원히..그댈.. 이거예요 "
-
아직도 내 방 창가에는 그가준 화분이 남아있었고, 얼마전 그의 동생이 나에게 그가 꼭 전해주라했던 그 편지까지 전해주었다.
그날 받고 읽어야지 했지만 괜한 마음에 몇일이지난 지금. 이편지를 열기 시작했다.
편지에는 지금 이글을 볼때쯤이면 자기는 세상을 떠났을거라고, 화분을 다 키웠을 거라고 말을해주었다.
그 안에는 화분의 담긴 뜻 역시 적혀있었고, 왜 나를 피했었는지도 적혀있었다.
사실 자기가 투병중이였다는 얘기까지도,
나를 좋아하는것만 같아서 오래가던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던것이였고, 그날 비오던날 이제 나를 만나지않으려고 마음먹었기에 울었다고 했다.
그리고 많이 좋아했다고. 아니 사랑했다고 적혀있었다.
뒷부분에는 볼펜이 번졌을 정도로 눈물에 젖은듯한 표시가 나있었다.
그리고 윗부분에도 내 눈물이 떨어져 번져버렸다.
아직도 그 편지의 그의 온기가 담겨있는 것만 같아 눈물이 흘렀고, 가슴이 아려왔다.
그가 죽었다. 라는 것보다 이제 다시는 볼수도 들을수도 없다는 생각에 더 슬퍼왔다.
아무렇지 않은척 다른사람앞에선 변장하듯 했지만 이미 내 안은 망가질대로 망가져있었다.
한달가량.아니 두달정도의 해프닝. 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직도 가슴에선 미련하게 그를 못 떠나보내고있었다.
아니. 그 푯말처럼 나역시 그를 영원히 잊지못하는 것일거다.
다름아닌 이청용. 해맑게 웃어주던 그를.
* * * * *
드디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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