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바라봐
-허경영-
(1950 ~ 현재)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게 언제부터였더라,
그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은행잎이 하나 둘씩 떨어지는 가로수 아래에 선 나,
유난히 다른 잎들보다 빨리 떨어지는 잎 하나에 시선을 둔 채 내 고개가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윽고 내 구두 발끝에 잎이 놓이기까지 3초,
내 구두 앞의 검은 눈망울을 눈치채기까지 2초.
아..
" 넌, 이름이 뭐니? "
" 곱등곱등. "
" 같이 걸을까? "
" 곱등곱등. "
그렇게 우리의 곱연은 시작되었다.
낙엽은 지고 있었지만 우리 둘은 막 피어나기 시작했다.
추워지는 날씨와는 다르게,
내 심장의 RPM이 올라가고 있다는 걸 난 예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