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 소년에게 축복을 02
- 박꼬댁
소년에게 ; 경계 |
[지호야 오늘 성화호텔 장미룸으로 올래? -엄마♥-]
[성화 호텔? 거긴 왜요?]
[아저씨께 저녁 초대를 받았단다 학교 끝나고 야자하지 말고 바로오렴 -엄마♥-]
[네 알겠어요 금방 갈께요]
지호가 등교하기 전에 엄마와 한 문자 내용을 훑어보면서 하교를 하는 중이었다. 아저씨께 저녁 초대를 받았다는 건 공식적으로 아저씨를 지호에게 소개한다는 소리와 같았다. 그런 곳에 이런 후진 교복을 입고 가도 되나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집에 교복보다 좋은 옷이 있던 것도 아니니 교복차림으로 성화호텔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지호는 MP3에 이어폰을 꼽고 평화로운 기분으로 눈을 감았다. 지호는 버스를 타면서 음악을 듣는 걸 유난히 좋아했다. 바쁜 대한민국에서 혼자 슬로우 모션으로 흘러가고 있는 기분이었기 때문이이다. 난 이만큼 여유를 부려도 다른 사람 못지 않게 잘 살 수 있다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새겨넣는 거와 같았다. 그렇게 몇 십 분쯤 흘렀을까 성화호텔이라는 안내문구가 뜨자 지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만원버스 사람들 사이를 겨우 빠져나왔다. 길치는 아닌터라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성화호텔 앞에 도착했다. 높게 뻗은 호텔에 지호의 기가 절로 죽었다. 이리 큰 건물 근처에는 올 일이 없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지호가 한 숨을 푹 쉬고는 옷 매무새를 한 번 다듬곤 호텔 안으로 들어가다. 프론트에서 안내를 받고 안내해주는 직원 뒤를 졸졸 쫓아갔다.
여깁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직원은 몸을 숙이고 사라졌다. 겉만 봐도 으리으리한 장미룸에 지호가 눈을 감고 숨을 한 번 크게 내쉬었다. 긴장하지말자 우지호, 넌 굽힐거 없어. 지호가 포커페이스를 유지한체 장미룸에 들어섰다.
"지호 왔구나!"
"안녕하세요"
"어서와, 여기 지훈이 옆에 앉아라"
"네"
지호가 들어오자 마자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 지호를 반겼다. 남자의 입에서 나온 지훈이란 말에 지호가 제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를 쳐다봤다. 딱 봐도 아저씨의 아들이었다. 지호는 나름 밝게 웃으며 지호의 옆에 앉았다. 지훈은 슬쩍 고개를 돌려 지호를 쳐다봤다. 한 손에 들려있는 낡은 MP3 인상을 찡그렸다.
구질구질해
지훈이 아무도 안들리게끔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바로 옆에 있던 지호는 그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지호가 지훈을 째진 눈으로 한 번 훑어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노오랗게 염색한 머리에 귀엔 뻥뻥 뚫려있는 피어싱, 옅게 나는 담배 냄새까지 딱봐도 노는 아이인게 당연했다.
꼴통자식
지호의 말에 지훈이 인상을 구기며 지호를 쳐다봤다. 아저씨가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지호의 멱살을 잡고 패대기를 칠 기세였다.
"지호야 이 쪽은 아저씨 아들 지훈이고, 지훈아 이 쪽은 지호. 너보다 한 살 많아"
"둘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구나"
"염려마세요"
지호의 말에 지훈이 미간이 더 구겨졌다. 누가 너같이 구질거리는 애랑 사이좋게 지낸데? 지훈이 속으로 지호를 질겅질겅 씹었다. 지호는 지훈의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른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지훈이 그런 지호의 행동에 어이가 없다는 듯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지호가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 곧 요리가 나왔다. 코스요리로 한 두개씩 요리가 나왔고 지훈은 여전히 별 말 없이 음식이 나오는 대로 가만히 받아먹기만 했다. 지호는 상업용 웃음을 지으며 어른들과 시시껄렁한 대화를 했고 지훈은 그런 지호가 가식적이고 역겹게만 느껴졌다. 역겨운 새끼, 더럽고 구질구질한 잡종년. 지훈의 시선에서 경멸을 느낀 지호가 지훈과 눈을 맞췄다가 피식 웃으며 시선을 도로 거뒀다.
"지호야, 지훈아"
"네 아저씨" "어 아빠"
"나랑 주현씨 결혼하려고 하는데..."
"뭐?! 아빠 미쳤어?"
"지훈이 넌 가만히 있거라, 지호 넌 어떠니"
"엄마가 좋다면 저도 좋아요"
"그렇지? 지호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네, 전 찬성이예요"
지훈이 제 입술을씹었다. 지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연스럽게 스테이크를 썰며 입 안으로 넣었다. 지훈은 식탁 밑에 있던 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내 재산, 내 권리, 내 자유. 모든 걸 지호에게 뺏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호의 반응에 아저씨는 기쁜 듯 자신과 엄마에 대한 계획을 줄곧 늘여놨다. 지호는 그걸 가만히 듣고 있다가 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결혼식은 안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어? 그러니?"
"두 분 나이도 있고, 아저씨 사회적 위치도 있으시잖아요. 식까지 올리시면 시선 안좋을꺼구요"
"역시 그렇겠지?"
"간단히 웨딩촬영 정도만 해요. 그게 좋을 것 같아요"
"하하! 그래 지호 니 말이 맞다"
지훈은 지호가 반대하는 기색없이 제 아빠에게 말을 해대는 것에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제게는 잘 하지도 않은 칭찬을 지호에게는 잘도해대니 질투심도 올라오는 듯했다. 지호가 잠시 화장실을 간다며 자리를 비우자 지훈도 지호의 뒤를 따라갔다. 화장실로 들어서니 이미 볼 일을 끝냈는지 지호는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있었다. 지호가 물기 가득한 손을 탈탈 털으며 화장실에서 나갈려고 하자 지훈이 지호의 앞을 가로막았다. 제 앞을 지훈이 가로막자 인상을 쓰며 지훈을 쳐다봤다.
"안비켜?"
"너 아주 좋아 죽더라?"
"뭐라는거야? 비켜라"
"내가 모를 줄 알아? 너가 니 애미 시켜서 우리 아빠 꼬셨잖아!"
"헛소리 하지마, 두 분 교제하시는거 나도 어제 알았어"
"뭐? 야, 우지호!"
"표지훈, 너 어린거 티내지마 짜증나니까"
지호가 지훈의 어깨를 손으로 치고 화장실을 빠져나가자 지훈이 허, 하고 실소를 터트리고는 화장실 벽에 등을 기댔다. 생각 할 수록 알 수 없는 분노감에 지훈은 화장실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손으로 제 머리칼을 마구 헝크렀다. |
* 댓글달아주신 한 분!!!!!! 정말 감사드려요 ^*^ ♥
** 드디어 지훈이가 등장했네요, 둘이 무슨 배틀 뜰지 저도 기대^*^!
*** 내일은 아마 저녁 9시 넘어서 3편이 올라 올 것 같아요 ㅠㅠ
**** 암호닉은 언제나 받아요...해주면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