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억…뭐야 그 꿈」
3교시까지 낮잠을 실컷 자던 윤기가 점심 시간이 되자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떴다. 괜찮아? 식은땀 흘러 너. 안경을 치켜올리며 얘기하는 호석의 모습따위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대체 왜 꿈에서, 이 놈이 내 품에 안기고 내 옆에서 팔짱을 낀거지.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
도시락을 꺼내던 윤기가 호석에게 퉁명스레 물었다. 너, 그 선배라는 새끼 좋냐? 그 말에 호석의 얼굴이 아닌 듯 그러한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만 삐죽였다. 그 사람, 나한테 관심도 없나봐. 호석의 안경 너머로 슬픈 눈동자가 보였다.
"있지, 내 행운의 아이템은 립스틱이래"
「엉? 립스틱?」
"응, 그래서 산건데 어때, 예뻐?"
「뭐, 예쁘긴 예쁘네」
윤기의 퉁명스런 대답에도 호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이었다. 내가 얘기해줘서 좋은거야 아님 그 새끼도 좋아할 것 같아서 그러는거야. 무미건조한 질문에도 호석은 뭐가 좋은지 그저 싱글벙글이다.
─
"나, 선배한테 마음 접었어"
행운의 아이템인 헬멧을 쓰고 바이크를 타려던 윤기가 호석의 말에 멈칫했다. 왜, 대체 왜? 윤기의 질문에 호석은 입을 꼭 다문 채 그저 웃을 뿐이었다. 사실, 석진에게 고백할만큼 호석의 마음이 강한 것도 아니었지만 이미 석진의 쪽에서 좋은 형 동생으로 남고싶다는 카카오톡을 받았기에, 여기서 더 나가면 틀어질 것 같은 느낌에 결국 접어버린 것이다.
"나도, 바이크 태워줘, 응?"
「뭐? 위험해 이건」
"아아 그래두우, 태워주라- 응?」
호석이 윤기의 어깨를 잡고 흔들자 윤기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윤기의 헬멧이 옆으로 뒹굴었고 호석의 안경이 날아갔고, 넘어지면서 둘의 입술이 맞닿았다. 눈을 꼬옥 감은 호석, 그리고 금방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일어나지 않은 채 입술이 닿은 채로 계속 있는 윤기. 1분이 지난 후에야 겨우 일어나면서 둘 다 얼굴이 붉어진 채 고개만 숙였다.
벚꽃 하나가 호석의 손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서로를 빤히 바라보던 호석과 윤기, 그리고 윤기의 입이 떨어졌다.
「그딴 선배 잊을거면, 다른 놈이나 좋아해주던가」
"다른 놈? 아 그나저나 점심에 내가 준 초콜렛은 어땠어?"
「…네 입술이 더 달더라 초콜렛보다」
호석을 뒤에 태운 채 바이크를 운전하는 윤기, 그리고 호석이 떨어트린 종이 하나. 거기엔 이렇게 써있었다
[오늘의 행운의 아이템은 립스틱. 당신이 찾던 사랑이 아닌, 진짜 당신의 운명을 만날거에요. good luck]
끄아아 망했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