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광경을 보고있었다.
믿기지 않는,믿고싶지 않지만 너무 극명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었다.
청명한 하늘, 이른 봄치고는 따스한 햇살, 답지않게 만개한채로 눈처럼 휘날리는 벚꽃과
마비된 도로, 사진을 찍는 소리, 몰려있는 인파,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도시락, 널부러져있는 푸른 목도리
그리고 검은땅위로 흐르는 붉은 강.
그 모든것의 중심에 있는
내 연인
피투성이가 되어 나에게 손을 뻗고있는
....내 연인
".......리야"
충격을 먹으면 굳어진다는게 이런느낌일까.
다리에 뿌리가 내린것처럼 움직일수 없는.
눈은 앞을 보고있는데도 인식할수 없는
그런느낌일까
".........파"
그의 입이 힘겹게 열린다.
한단어 내뱉기도 힘들어보이는 그 모습으로
그는 나에게 호소했다.
"........아...파....형......."
나는
얼어붙은듯 떨어지지 않는 발을 힘겹게 들어올리며
박차듯 그에게 달려갔다
"승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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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지금 당장 지원 부탁드립니다!!!"
"상황은 어때?!"
"맥박도 낮고 호흡상태도 좋지 않아요.2차충격으로 늑골이 부러진 영향같습니다!!"
실감이 잘 나질 않았다.
여긴 어디지? 내가 왜 여깄지?
아,그래.난 승리와 벚꽃놀이를 가기로 했었지.
난 분명히 벚꽃놀이를 한번도 가본적 없다는 승리를 위해 그와 벚꽃놀이를 가기로 했었다.
도시락은 그가,난 밤에 할 불꽃놀이 준비와 카메라장비를.
그리고 함께 만개한 벚꽃 아래서 웃으며 놀기로 약속했었다.
그런데 여긴 어디지?
내가 앉아있는 이 딱딱하고도 불편한 의자는 돗자리가 깔려있는 거친 땅바닥이 아니고
주위에서 들리는 이 고함소리는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아니고
게다가 내 손에 들려있는 이 피묻은 목도리는 승리가 하고 있어야 할 것이었다.
뭔가가,크게 잘못되고 있었다.
".....아"
어쩌다 이렇게 됬을까?
누구때문에 이렇게 된거지?
길을 건너고 있던 그를 치어버린 철없는 고등학생?
아니면 도움은 청하지도 않고 사진만 찍던 사람들?
".....현아"
아니면, 건너편에 있던 그에게 빨리오라고 재촉하던 나?
"승현아!!!!!최승현!!!!!정신차려!!!!"
뺨의 얼얼한 감각과 함께 온몸의 감각들이 경련하듯 일깨워졌다.
간신히 초점을 찾은 내 눈앞에는, 나의 형이자 그의 대학 선배인 최동욱이 서있었다.
"승리는?!승리는 어떻게 됬어!?아직도 수술중이야?!"
맞다.그는 수술중이다.
실제로 그는 나와 함께 구급차로 이송되어 병원으로 왔고
응급환자라는 119의 말과 함께 강제로 떼어져 수술실로 들어갔으며
피가 부족하다는 말에 피를 주고 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증거로 지금 내 팔에는 알코올 솜도 제대로 붙히지 못해 부어있는 바늘자국이 있었다.
"야 최승현 이새끼야!!!정신차리란 말이야!!!!"
승리는 어땠을까?
많이 아팠겠지?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아파하고 있는 자신에게 오지도 못하는 병신같은 나를 원망하며
눈을 감았겠지?
"형..."
"왜?!"
"승리 수술하는데...."
"그건 나도 알아 새끼야!!!!"
"의사가 나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래"
"..........."
"씨발 드라마에서나 줄창 듣던 그말을 지금 내가 들었다고"
"........씨발"
"나 어떻해...형?승리 죽으면....나 어떻해?"
"재수없게 뭘 죽는단 얘기를 해!!!!정말로 승리가 위험한 상황이라도 넌 그런말 하면 안돼!!!"
"무섭다고 씨발!!!!!!!!"
"너만 무섭냐?!듣고 달려온 나도 지금 다리가 후들거려 일어날 수가 없을지경이야!!!!"
".........승리야!!!!승리야!!!!!!"
빨갛게 불이 들어온 수술실 문을 열려 하자 간호사와 형이 앞과 뒤를 가로막으며 말렸다.
간절하게 그의 얼굴이 보고싶었다.
피투성이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던 그 모습이 아니라
항상 피곤한듯한 웃음을 짓는 모습이 보고싶었다.
그리고, 머리 한구석에서는 더이상 그의 모습을 볼수 없을거라는 불길한 생각에
나는 더더욱 문을 제끼며 들어가려고 했다.
"이거 놔!!!승리야!!!!내말 들려?!!!"
"이새끼가 진짜!!!!!"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느낌이 들었으나 계속해서 문을 두들겼다.
마치 이 소리가 승리에게 닿을거라는듯이.
"승리야!!!!우리 벚꽃놀이 가야지!!!!우리 늦었어!!!! 이러다가...........!!!!!"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천천히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떼지어 나왔다.
나는 재빨리 그들의 표정을 살폈으나, 굳지도 펴지지도 않은 저 오묘한 표정은 읽기 힘들었다.
나와 형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물었다.
"....살았나요?"
맨 앞에 있던 의사가 마스크를 벗으며 한숨을 쉬었다.
"일단 목숨은 건졌습니다만..........'
"...다만?"
동욱이 형이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환자분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절망적인 말씀입니다만, 현재 상태를 봐서는
코마나 식물인간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은 중환자실로 옮겨 상태를 지켜본 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승리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다행이다"
이렇게 너를 다시 볼 수가 있어서.
아까의 그런 모습 말고, 이렇게 잠들어 있는 모습을 하고있는 너라도.
살아있으니까
다행이야
다행이야 승리야.
침대에 놓여있는 그의 손을 부여잡으며 간호사들이 침대를 옮기는 곳으로 따라갔다.
곧 그는 중환자실 한곳으로 이동되었고.
그는 계속 잠들어 있었다.
"승리야...우리 일어나면 꼭 같이 벚꽃놀이 가자
가서 네가 가장 좋아하는 초밥도 사먹고
밤에 불꽃놀이도 하자....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 승리야.."
그리고 그렇게 그는
2개월 후에도 깨어나지 않았으며
6개월이 되었을 즈음에는 뇌사판정을 받았으며
판정이 내려진 3주뒤에는 장기기증 서약에 따라 장기가 이식되어진 채 화장되어
그렇게 끝내 눈을 뜨지 못하고
한줌의 가루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약 1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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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나란녀자 탑뇽소설이 없다고 탑뇽소설을 써버린 이 대책없는녀자
ㅋㅋㅋㅋㅋ
이 소설 솔직히 옛-날에 제가 동아리 들어갈때 입부용으로 쓴 소설인데
쓸대는 물론 여주이름만 살짝 바꿨지만
이곳은 익명성이 보장되므로 제 욕망 그대로였던 원본 올렸습니다 ㅋㅋㅋㅋ
탑뇽소설인데 아직 수가 나오지도 않은건 유머
이 소설 기억해서 쓰려고 했다가 노트가 안나와서 갈아엎은건 안유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