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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왜  

너 얼굴에 김 묻은 듯.  

무슨 김? 김 안 먹었는데.  

뻥치시네. 여기 얼굴에 잔뜩 묻었는데? 못생김? 

아, 진짜 죽고 싶지?  

  

늘 그런 것처럼 개구지게 웃으며 복도 끝을 향해 도망가던 네 뒷모습이 얄밉다가도 곧 내 입가에 웃음을 피실거리게 만들었다.  

  

*  

  

아, 어쩌지. 나 걔한테 고백 못 하겠어.  

왜? 걔도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아니, 걔가 문제가 아니야.  

그럼 뭐가 문제야?  

그러니까, 아, 나 걔 이제 안 좋아해.  

뭔 소리야. 좋아 죽을 거 같더니.  

나 너 좋아하는 거 같아.  

  

기범의 마지막 말이 크고 무거운 돌이 되어 내 머리를 강타하는 것 같았다. 왜? 네가 날? 그날도 늘상 그렇듯 장난을 치는 것 같아 난 애써 굳은 표정을 지우며 기범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살짝 쳤다.  

  

너 또 나 놀리려 그러지?  

  

평소 같은 내 장난에도 아무 말 없이 날 올곧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눈동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때는 읽어내기 힘들었다. 흔들림 없는 동그란 눈동자에 내 모습을 담던 기범은 곧 시선을 내게서 돌렸다.  

  

믿기 싫음 말든가.  

  

전혀 장난기 없어 보이는 모습에 나는 혼자 속으로 정말 얘가 나를 좋아하는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이 되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양쪽 볼에 열이 오르는 것 같고 간질거리기도 하는 것이 내겐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곧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연기 많이 늘었다? 하는 어줍잖은 농담을 던지며 애써 그 자리를 도망치듯 피했다.  

  

*  

  

...그래서 걔가 진심일까?  

  

어리고 철이 없었던 중학생의 나는 연애 상담이라는 명목 하에 내 주변 친구들에게 떠벌리 듯 기범의 고백에 대해 이야기 하고 다녔다. 그때는 연애 경험도 없었으니 내 딴에는 정말 순수하게 주변에 조언을 구하려는 의도로 이야기를 한 것이었지만 곧 이 이야기는 빠르게 소문으로 퍼져 나갔다. 같은 학교였던 만큼 기범도 금세 그 소문을 전해 들었고 그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짓궂은 장난을 걸어오며 기범을 조롱하는 듯 보였다. 나는 그런 기범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용기가 없었다. 바보 같이 내 마음 하나 알아차리지 못 했고 심지어 그 소중한 마음을 전교생의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다. 그 이후로는 내가 일부러 기범의 주변에서 최대한 떨어져서 숨어다니며 기범을 피해다녔다. 그리고 마침 공교롭게도 나는 집안 사정으로 인해 전학을 가게 되었다. 기범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나는 전학 가는 당일까지도 기범에게 비밀로 하며 여전히 피해다니다 조용히 떠났다.  

  

*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 없이 지내고 학교 생활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내 기억 속에서 기범은 그저 철 없던 어린 날의 추억이나 뒤늦게 알아차린 풋내나는 첫사랑 같은 진부한 존재가 되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전 학교의 친구들과는 종종 연락을 하면서도 선뜻 기범의 근황을 묻기 힘들었다. 아직도 기범의 이름을 그리면 가슴이 먹먹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범에 대한 마음이 아직 정리 되지 않았다는 것을 머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기범의 근황을 내가 묻지 않고도 몇 번 들을 기회도 있었지만 내가 먼저 피하면서 애써 기범에 대한 마음을 꼬깃꼬깃 접어 구석지로 몰아넣었다.  

  

*  

  

시간은 더 흘러 어느덧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지루한 입학식이 끝나고 찾아간 교실에는 낯익은 뒤통수가 보였다. 설마, 아니겠지. 식은 땀이 배어 나오고 몸은 잔뜩 긴장 상태가 되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최대한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아서도 눈은 계속 그 낯익은 뒤통수를 향했다. 곧 선생님이 들어오고 출석을 불렀다.  

  

6번 김기범  

  

김기범? 정면을 바라보던 눈을 다시 그 낯익은 뒷태로 향하니 뒤를 바라보던 그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했다.  

  

12번 000  

  

곧 호명되는 내 이름에 내가 먼저 눈을 피했다. 여전히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에 옆통수가 간질거렦지만 나는 의연한 척하며 절대 정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6번과 12번이던 우리 둘은 짝꿍이 되어버렸다. 식은 땀이 가득한 손바닥을 치맛자락에 연신 닦아냈다. 나는 쭈볏거리며 기범의 옆자리에 앉았다. 서로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주변은 이미 소란스러웠다. 곧 내 왼편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잘 지냈냐?  

..어. 너는?  

못 지냈어.  

  

단호하게 부정하는 목소리에 더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기범이 못 지낸 이유는 아마 저 때문인 것을 충분히 직감할 수 있었기에, 더 커지는 미안함에 더 눈을 마주볼 수가 없었다.   

*  

  

나란히 앉아서 어색하기만 하던 우리 둘은 일주일 정도 시간이 흐르자 어느정도 사소한 농담은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흐른 시간만큼 변한 기범의 모습에 적응하기 힘들기도 했지만 아직도 개구쟁이 김기범의 모습은 그대로 보이는 듯 했다. 오늘도 평소처럼 정규수업과 야간 자율학습까지 모두 마무리 하고 가방을 챙겨 교문을 통과했다. 하교하는 방향이 같은 우리는 입학식 날부터 같이 하교를 하게 되었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어느정도 편해진 기범은 밤길에 든든한 존재가 돼주었다.  

  

교문에서 얼마나 멀어졌을까, 서로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하는데 기범이 갑작스레 걸음을 멈춘다.  

  

갑자기 왜?  

...야.  

어?  

내가 너 좋아한다고 했던 거 기억해?  

  

그 얘기는 우연의 장난 같은 재회 이후로 우리 서로 언급하지 않던 주제인데 잘 지내는 거 같더니 뜬근없이 물어오는 기범에 나는 잔뜩 당황했다.  

  

아, 그거 아직도 미안해. 정말. 그땐 내가 너무 어렸,  

너는 나 좋아했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졌다. 나는 너를 좋아했을까? 다시 심장이 쿵쿵 달리고 입술이 바짝 말라온다. 자연스레 멈춘 발걸음에 고개만 푹 숙이게 된다.  

  

...아니다. 야, 됐어. 얼른 가,  

좋아해.  

  

그 짧은 순간, 지난 시간을 다시 되새겼다. 그때, 어린 내가 자각하지 못 한 그 감정은 아마 기범의 그것과 비슷했을 것이다. 네가 제 맘을 짓궂은 장난을 통해 표현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가슴 한 쪽이 간질거리며 무언가 피어오르는 느낌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다시 만난 지금도 네 옆에 있으면 간지러운 느낌은 아마,  

  

좋아해, 많이. 그때도, 지금도.  

  

그대로 기범의 품에 안겼다. 좋아해, 나도 좋아해, 기범아. 가만 안겨있다 팔을 뻗어 기범의 허리를 꽉 붙잡으며 토해내듯 고백했다. 우리 둘 다 너무 돌아왔지만 늦진 않아서 다행이야.  

  

  

달이 밝다. 달빛이 내려앉은 네 얼굴도 밝다.  

  

  

  

  

  

  

  

  

  

  

아 너무 오랜만이에여 여러분.... 제가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요ㅜㅜ 이거 독자분께서 신청해주신 소잰데 제가 너무 오래 끌어서ㅜㅜㅜㅜㅜㅜ아 진짜 너무 면목이 없ㅇㅓ요..... 소중한 추억 저한테 소재로 주셨는데 이따구로 써온 주제에 늦기나 하고ㅜㅜㅜㅜㅜㅜㅜㅜㅜ저를 매우 치세요ㅡㅜㅜㅜㅜㅜㅜㅜㅜㅜ으으 정말 죄송한 마음 뿐임다ㅜㅜㅜㅜ그래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해요ㅜㅜㅜ 독자님 잊으시진 않았겠죠?ㅜㅜㅜㅜㅜ아 암튼 넘 죄송하고 감사하고..... 할 말이 없슴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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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안겼을때 짱설ㄹ렜네요 와..기범아....나랑사겨.....와....잘못했어......짱짱이다...
9년 전
독자2
헐 ㄷㄷ ㄷㄷㄷ ㄷㄷㄷㄷ!!!!!!!!!!!!!!!!!!!
헐... 저기 제가 그 신청한 주제인데요... ㄷㄷ..
헐 머야... 헐 .... 진짜 아무생각없이 음.....? 이러면서 읽고 있었는데 헐!!! 이거 기억하고 써주시다니 진짜 감사해요ㅠㅜ 작가님 알라븅ㅜㅜ

9년 전
독자3
...아니다. 야, 됐어. 얼른 가, 

아 대박 이거 완전 걔 말투 ㄷㄷㄷㄷㄷ 음성 지원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표정 지원 ㄷㄷㄷㄷㄷㄷ 아 진짜 저 우럭우럭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어서 오세요 ㅠㅠㅠㅠ 제 댓글 보세여ㅠㅠㅠㅠㅠ

9년 전
안 생겨요
헉 독자님 이거 보셨구나ㅜㅜㅜ엉엉 너무 늦게 올려 드려서 죄송해여ㅜㅜㅜ 세륜 수능...☆ 말투 음성 표정 지원 다 됐나여? 으엉ㅇ 다행이다ㅜㅠㅜ 으으 재밌게 읽으셨었으면 좋겠어요! 소즁한 얘기 주셔서 감사해용...♡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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