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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OUND : [ 종인의 찌질한 복수혈전 ]
다음 날 학교에서 종인은 하루 종일 저기압이었다. 일 년에 하루 있을까 말까 할 정도의 짙은 어둠의 아우라가 종인에게서 품겨져 나오자 찬열도 선뜻 말을 걸지 못했다. 어제 밤 문자를 그렇게도 보냈는데도 연락이 없자 전화를 걸어봤지만, 휴대폰까지 꺼져 있던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건지 눈 밑도 퀭하고, 지금 종인의 모습은 마치 삶의 이유를 잃은 아이 같았다. 결국 종인의 기분이 좋지 않아보인다는 이유로 세훈도 학교에서 하루 종일 종인을 피해 다녀야 했다. 쉬는 시간이 되면 마렵지도 않은 오줌을 핑계로 화장실로 들락나락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종인은 세훈을 찾지 않았다.
학교가 파하자 마자 종인은 찬열이 쫓아 올 새라 먼저 가방을 걸쳐 매곤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혼자 남겨진 찬열은 그런 종인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배신자 새끼…!
종인은 어젯 밤부터 계속 크리스의 그 능글거리는 표정을 생각하면 한 숨도 잘 수 없었다. 학교에서도 내내 눈 앞에 콜라를 먹는 경수의 입술이 떠올라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빠른 걸음으로(거의 뛰었지만) 집으로 향한 종인은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표정을 썩힐 수밖에 없었다. 쇼파에 나란히 앉아 다정하게 경수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던 희수였다. 경수는 종인이 들어온 것조차 몰랐는지 여전히 희수에게 시선을 굳힌 채 하하호호 떠들고 있었다.
종인은 그런 경수가 얄미워 가방을 바닥에 내팽겨쳐 버렸다. 그제야 경수는 종인을 보며 '어, 왔어?' 하고 시큰둥하게 말했을 뿐이었다. 점점 더 열이 뻗는 종인은 하루종일 머릿 속으로 그려왔던 말을 드디어 꺼냈다.
"저랑 써든 한 판 떠요."
그러자 신나게 웃고 떠들고 있던 희수의 표정이 잘게 굳었다. 그 짧은 순간, 희수의 표정을 포착한 종인이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설마 남잔데, 총게임도 못해요? 기집애처럼."
종인의 마지막 공격에 희수는 당장에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감히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당황한 경수는 그런 희수를 말리려 소매를 붙잡고 끌어댔지만, 희수는 이미 굳은 결심을 한 듯 외투를 집어들었다. 경수는 순식간에 진행되려는 제 2차 신경전을 말리려 일어섰지만 둘은 경수가 쫓아올 새라 급하게 집을 나가버렸다. 진짜 저것들이 왜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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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연기가 자욱한 pc방으로 들어서자 카운터를 보고 있던 알바생이 종인에게 아는 체를 해왔다.
"어, 종인! 오랜만이다!"
종인의 단골 피씨방 알바생인 민석이었다. 모 대학에 휴학 중인 민석은 가끔 종인에게 몰래 1시간을 서비스로 더 주곤 하며 친해지게 되었다. 종인을 뒤따라 들어오는 희수를 본 민석이 궁금한 듯한 표정으로 희수와 종인을 번갈아 봤지만 지금 잔뜩 긴장한 종인이었기에 민석에게 이것 저것을 설명할 여유가 없었다.
곧장 빈 자리를 찾아 앉은 종인의 반대 편에 희수가 앉았다. 종인이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키고 자신의 아이디를 입력하는 동안, 희수는 캐나다에서만 지냈기 때문에 처음 와보는 pc방에 어쩔 줄을 몰라 주변 사람들의 눈치만 살살 살피고 있었다.
대체 전원을 키는 본체가 어딨는거지…. 종인에게 물어보자니 그건 절대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희수는 자신의 옆 자리에서 후루룩짭짭 큰 소리를 내며 컵라면을 먹고 있는 한 아이를 발견했다.
"저, 얘야."
"네?"
전형적인 한국의 초등학생처럼 생긴 아이가 먹던 컵라면을 내려 놓은 채 희수를 바라봤다.
"어, 이거 본체가 어디있니?"
희수가 컴퓨터 화면을 가르키며 조심스럽게 묻자, 아이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혀를 차는 소리를 냈다.
"쯧쯧,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초등 학생한테 컴퓨터 키는 법을 물어봐요?"
건방진 초등학생의 대답에 크리스는 자동적으로 주먹이 꽉 쥐어졌다. 아, 안 돼. 내 앞에 있는 건 초, 초등학생이잖아. 초등학생…. 희수는 자신을 타일르며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래도 알려드릴게요. 불쌍하니까…."
아이가 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희수의 컴퓨터 모니터 뒤 본체에 있는 전원 버튼을 눌렀다. 희수는 그 사이에 아이의 자리에 있는 컴퓨터 화면을 쳐다 보았다. 아이가 하고 있던 게임은 메이플 스토리였다. 한 때 자신도 크림슨 발록을 잡겠다며 엘리니아에서 오르비스 가는 배에서 깝쳤던 기억이 새록 새록 떠올랐다. 추억에 젖은 희수가 캐시로 무장되어 있는 아이의 캐릭터를 쳐다봤다. 닉네임이… 초두. 초두…? 초두가 뭐지…. 희수가 아이의 모니터를 염탐하는 동안 어느 새 제 컴퓨터가 켜졌다.
"자, 됐죠? 즐겜하세여."
희수는 아이에게 멋쩍은 웃음을 날리며 아까 카운터에서 가져 온 카드의 번호를 입력했다. 그리고 종인과 약속한 게임의 사이트로 접속했다. 게임을 잘하고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만 가끔 심심할 때면 경수와 게임을 했었기 때문에 희수는 종인에게 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론 희수는 종인이 pc방에서 거의 하루 종일을 보낸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맞은 편의 종인은 어느 새 게임에 접속했는지 먼저 게임 한 판을 치루고 있는 듯 했다. 희수는 살짝 뒤를 돌아 종인의 실력을 염탐했다. 계속 종인의 화면에 피가 튀기는 것을 보아하니 그렇게나 자신만만해 하던 종인도 그리 잘하는 것은 아닌 듯 했다. 희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제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래, 내가 한 번에 발라버려 줄게.
그 시각 혼자 집에 남아있던 경수는 결국 컴퓨터를 켰다. 나이는 먹었어도 아직까지 유치한 희수 형…. 고등 학생이랑 게임 대결을 하러 pc방에 가다니….
항상 제 앞에선 철든 척. 멋진 척만 하던 희수였기에 경수는 사실 그런 희수의 모습이 낯설었다. 설령 희수가 그 게임 대결에서 이긴다 해도 종인이 순순히 희수에게 굴복할 것 같지도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경수는 오랜만에 제 마음의 고향인 지식인간에 접속했다. 이 유치한 남정네들의 기싸움의 중간에 끼인 경수는 저가 먼저 말라 죽을 것만 같았다.
속상한 마음을 가득 담은 경수의 손 끝에서 한 글자 한 글자가 쓰였다.
'남자들이 화해하는 방법 뭐가 제일 좋을까요...'
화해랄 것도 없는 사소한 신경전이지 소심한 경수는 그마저도 너무 불편했다. 특히 어제 그 일로 종인이 많이 속상해하는 것 같았기에….
"아, 씨발!"
pc방 안에 온갖 욕설들이 오가는 가운데 종인의 욕 소리가 크게 pc방을 울렸다. 종인이 게임을 이렇게 필사적으로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자꾸만 요리 조리 건물들에 숨어대는 희수에 종인은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중령인 자신의 계급이 쪽팔려지는 순간이었다. 고작 병장인 희수를 죽이지 못해 쩔쩔 매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학교에서도 '원.샷.원.킬' 의 대가인 종인이 몇 번이나 희수를 빗나가게 쏜 것은 종인에겐 말 그대로 수치였다.
맞은 편의 희수도 마찬가지로 딱 죽을 맛이었다. 공격을 하기는 커녕 도망만 다니느라 손가락엔 불이 날 것 같았다. 분명 경수와 게임을 했을 때는 한 대만 쏴도 경수가 나가 떨어지곤 했었는데, 종인은 달랐다. 아까 제가 봤던 피가 터지는 모습들은 일부러 종인이 연출했던 모습들 같았다. 희수가 손가락이 조금씩 아려오기 시작해 키보드에서 살짝 손을 떼고 손을 푸는 순간이었다.
'헤드 샷-!'
순식간에 희수의 머리가 저격당했다. 당황한 희수가 피가 잔뜩 튀긴 제 화면을 바라보고 급하게 뒤를 돌아 종인을 쳐다봤다. 종인이 고래를 돌려 그런 희수를 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아, 순식간에 죽어버린 제 캐릭터가 너무나도 비참해보였다. 왠지 종인에게 휘말린 듯했다. 병장인 저와 중령인 종인. 사실 계급장에서부터 온갖 값비싼 무기들까지. 희수가 이길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희수가 처연하게 고개를 떨궜다.
결국 그 이후로도 세 판이나 종인에게 참혹한 죽음을 당한 희수는 쪽팔렸는지 먼저 pc방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반면에 승자가 된 종인은 벌써부터 경수에게 자랑할 생각에 얼굴 만면에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그 때, 천천히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던 종인의 옆구리를 누군가 쿡쿡 찔렀다.
"형아, 형아."
왠 초등학생이 저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아까 희수의 옆에 앉아 있던 초등학생인 것 같았다.
"형 내 옆에 앉은 아저씨랑 게임한 거 맞죠?"
"어, 응. 그런데…."
"쿡."
종인이 대답하자 갑자기 그 아이가 실소를 흘렸다. 뭐지, 이 기분은…? 종인은 기분 나쁜 아이의 웃음에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형 아까 벽 뚫고 들어가는 거 내가 다 봤어요."
아이의 비열한 웃음 섞인 말에 종인의 얼굴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내, 내가 언제! 종인이 다급하게 아이의 말을 부정하자 그 아이는 어깨를 으쓱 하더니 도로 제자리로 돌아가며 말했다.
"형 완전 찌질해요. 어른 상대로 버그나 쓰고…."
2 라운드, 김종인의 찌질한(?) 승리로 승부는 다시 1:1 원점!
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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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로션입니다!.. 뒤늦게 돌아온 저를 어여뻐해 주시는 독자분들 모두 감사드려요ㅠ^ㅠ!!!!!!!!!!!!!!! 정말 감동했어요........
네, 저 초등학생의 정체는 바로 종대입니다....... 허허.......발칙한 초등학생이죠..........?......... 그리고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종인이는 버그를 썼던 겁니다........나쁜 종인이.......그렇게라도 이기고 싶었던 걸까요........ 희수도 은근히 종인이 경계해요.....ㅋ..ㅋ.......귀여운 녀석들........
마지막 라운드, 다음 편 기대해주세요!!!!!!!!!!!! 아마 곧 카디들이 썸을 탈듯여...........^__________________^
독자분들 항상 감사합니다!!!!!!!러브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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