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자연스럽게 떠진 눈을 비비며 시간을 확인하니 아침 10시 15분.
평소라면 열두시가 가까울 때까지 늦잠을 잤겠지만, 머리에 자꾸 떠오르는 너무 많은 생각들 때문에 오늘은 잠에서 금방 깼다.
생각이 많아서 잠든 것도 늦게 잠들었는데 이상하게도 몸이 적게 잔 것 만큼 피곤하지 않다.
어제 밤.
김한빈은 그렇게 예고도 없이 내게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내게 닿곤 아무런 말 없이 날 한참이나 내려다 보았다.
나 역시 아무런 말 없이 한빈이를 바라보다가 마주친 시선을 내가 먼저 피해 시선을 돌렸다.
한빈이는 입을 꾹 다문 채로 먼저 집으로 들어갔고 한빈이가 들어가자 마자 나는 쓰러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너무 놀랐다.
놀랍고, 당황스러웠고, 한빈이가 너무나도 낯설었다.
하지만 그런 여러가지 혼란스러운 감정들 보다도 가장 내게 각인되는 감정은 김한빈이 내 입술을 터치하는 그 순간, 김지원과 있을 때 보다 심장이 더 미친 듯이 뛴다는 것이었다.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렇게 뛰다가 멈춰버릴까봐 겁이 날 정도로 아주 쿵쿵.
사람의 모습을 한 김한빈을 마주칠 용기가 도무지 나질 않아서 일부러 김한빈이 늑대인 아침에 일어난 것도 없진 않다.
늘 밤중에 몰래 내 방에 침입해 내 품에 파고들었던 김한빈인데, 어제 밤은 오지 않았다.
있다가 없어지면 그 빈자리가 큰 거라더니 있을 땐 그렇게 오지 말라고 하다가도 막상 없으니 옆자리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방 밖으로 나가 거실을 살피는데 거실에 여느 때 처럼의 김한빈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 자나? 조심스레 한빈이 방 앞으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왠지 평소랑은 다른 느낌. 이유 모를 열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침대 위를 바라보니 몸을 웅크린 채로 잠든 한빈이의 등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습이 보인다. 조금 거칠게 숨을 쉬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데, 아니나 다를까 숨소리가 조금 거칠고… 뭔가 이상했다.
" 한빈아? "
걱정되는 마음에 한빈이에게 다가가려는데 눈을 뜬 한빈이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내게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모습으로 날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 채로 으르렁 거리는데, 정말 조금만 더 다가가면 한빈이에게 물릴 것만 같았다. 마주친 눈이 일렁였고 순간적으로 무서운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대로 침대에서 내려온 한빈이는 내게로 점점 다가왔다. 여전히 그르렁거리면서.
" …너 왜 그래…. "
떨리는 목소리로 한빈이를 조심스레 불렀는데, 그 순간 일렁이던 한빈이의 눈이 멈췄다.
으르렁 거리는 것도, 내게 날카로운 제 이를 내 보이는 것도 멈춘 한빈이가 내게로 천천히 다가와 제 몸으로 내 다리를 밀었다.
나가라는 걸까. 문쪽으로 미는 한빈이의 행동이 꼭 나가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문 밖으로 순순히 나왔다.
한빈이에 의해 문이 닫히고, 나는 멍하니 방문만 바라봤다.
" 아픈 건가. "
아픈 것 치곤 뭔가 이상했는데.
걱정되는 마음에 한빈이가 사람이 될 때 까지 기다릴 생각으로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거실 쇼파에 앉았다.
지금 다시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봐도 될테지만 한빈이가 제발 나가달란 눈을 하고 있기도 했고, 지금의 김한빈은 너무나 무서웠다.
조금 있다 문 다시 두드려 봐야겠어…. 쿠션을 꼭 끌어 안고 멍하니 꺼져있는 TV만 바라보는데 한빈이의 무서운 그 눈이 떠올랐다.
왠지 울적한 마음에 쿠션에 고개를 푹.
12시가 지났고 조심스럽게 한빈이의 방 문을 두드렸다.
'한빈아.' 하고 부르자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 방 안에서 '어.' 하는 짧은 대답이 들려온다.
'들어가도 돼?' 하고 물으니 답이 없다. 안 된대도 들어갈 생각으로 문을 조심스레 열곤 안으로 들어가는데, 침대에 한빈이가 걸터앉아 있다. 고개는 힘없이 떨군 채로.
" 너 왜 이래. 아파? "
내 질문에 한빈이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본다. 아까 늑대일 때와 같이 사람이 된 지금의 한빈이도 눈빛이 일렁인다.
그 시선을 받으며 한빈이를 바라보는데 어제 일이 머리에 떠오르며 자꾸 나도 모르게 한빈이의 입술로 시선이 머물었다.
한빈이의 입술을 봤다가, 한빈이의 눈을 봤다가.
그렇게 다시 눈이 마주치는데 한빈이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갑작스레 한빈이의 손에 쥐어진 내 손목.
그리고 어제 밤과 같이 벽으로 날 밀친 김한빈.
벽에 등을 대고 선 채로 김한빈을 올려다 보는 나.
전날 밤, 그리고 이렇게 마주보고 섰던 여태까지의 날들과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엔 잠깐의 짧은 틈도 없이 김한빈이 내 양쪽 어깨를 꽉 쥐고 내 입술에 제 입술을 붙여왔다는 것.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놀라서 몸이 굳어버렸다.
김한빈을 밀어낼 수가 없었다.
김한빈에 의해 내 입술이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그 입술 사이로 김한빈의 숨이 느껴졌다.
김한빈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내게 닿았고 금방 내게서 떨어졌다.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못 하고 손으로 입을 가린 채로 김한빈만 바라보았다.
일렁이던 눈이 멈췄고, 한빈이는 조금 전과는 다르게, 정말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 처럼,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내 어깨를 세게 쥐고 있던 김한빈의 손에서 힘이 스르륵 풀리는 것이 느껴진다.
" 미안. "
" …. "
" 미안해, 누나. "
진짜 미안해. 홀린 듯 중얼거리는 한빈이의 목소리마저 떨린다.
놀랐다. 너무나 놀랐지만, 놀란 건 둘째 치더라도 오늘의 한빈이는 너무나 이상하다.
" 너 아파? "
" ……. "
" 이상하다 한빈아, 너 오늘…. "
" 미안해. "
" …. "
" 나 발정긴가 봐. "
*
한빈이의 방을 나왔는데 여전히 멍.
멍하니 쇼파에 앉아, 방금 들은 얘기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았다.
내가 뭘 들은 거지…. 발정기? 김한빈이? 듣고보니 한빈이가 이상한 것이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그치만 조금 전 그… 그, 그 입술 그건! 그건 뭐였냔 말야!
이런 상황에선 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리가 더 복잡해 졌다.
옆에 올려둔 휴대폰에서 울리는 진동에 화면을 확인하니 김지원이 '뭐해' 하고 물어온다.
대답할 여유가 없어 못본 척 화면을 끄곤 눈을 꼭 감았다.
왠지 머리가 지끈거리는 거 같기도 하고…. 산에 가면 울리는 메아리처럼 한빈이의 말이 머리에 울렸다. '나 발정기야.'
이런 거에 관해선 뭐 어디 물어볼 데 없으려나. 고민하던 끝에 결국 또 전화를 건 사람은 진환 오빠였다.
" 오빠. 바빠요? "
- 아니. 무슨 일이야?
" 아니, 그냥. 저번에 오빠 혹시 우리 집에서 치료해 줬던 그 늑대 기억나? "
- 엉. 왜?
" 예전에 그 늑대 내가 키우고 있는데 말야. "
- 늑대를 키운다고? 너가? 야생 늑대 같진 않아 보이긴 했는데 그래도 위험한데, 늑대는.
" 아냐. 괜찮아. 근데 오빠. "
- 왜.
" 우리 집 늑대가 막 갑자기 날카로워 지고…. 눈이 막 일렁이고 그러면 …. "
- 발정기 아냐?
" 발정기? "
- 어.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오빠의 목소리에 약간은 안심이 되었다.
오빠는 왠지 잘 알 것만 같아서. 이럴 땐 내가 뭘 해야 할지.
전화기 너머의 진환 오빠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 발정기 되면 어때? "
- 뭘 어때. 너가 본 그대로지. 날카롭고 으르렁거리고, 집에서 큰 늑대라고 해도 발정기 되면 주인도 문다고 하던데.
" 주인도…? "
- 어. 조심해라, 진짜. 아니면 내가 갈까?
" 아냐. 됐어. 그럼 오빠, 어떻게 하면 얘가 다시 괜찮아질까? "
- 시간이 지나서 발정기가 끝나야지. 아니면 그 전에 짝짓기를 하든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저게 다야…? 결국은 기다려줘야 한다는 걸까.
일단 전화를 끊곤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나랑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민 상담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세상에 나랑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있잖아, 내가 키우는 늑대, 그리고 사람인 한빈이가 발정기인데 어떻게 해줘야 할까?
이런 걸 어디다 물어봐! 괜히 모르게 울적해진 마음을 혼자 달래며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조금 전, 한빈이와 입술을 부딫힌 게 또 다시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미쳤다.
짧긴 했지만 나 지금 쟤랑 키스 한 거야?
생각을 다시 하는 것 만으로도 몸에 열이 올랐다. 어제 밤 처럼 심장도 미친 듯이 쿵쿵.
이상하다.
지금 정말 이상해.
심장이 너무 빨리 뛰잖아!
이거 꼭, 내가 김한빈을, 좋아하는 것만 같이….
" 아냐! "
놀래서 그런 거야. 너무 놀라서. 그래서, 그런 거야.
나도 모르게 아냐, 하고 소리를 질렀다가 혹시나 한빈이가 나올까 싶어서 한빈이의 방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반응도 없는 방에 나도 모르게 짧게 한숨이 내쉬어 진다.
내 볼을 꼬집으며 아니라고 부정해 보지만 자꾸 쿵쿵대는 심장을 막을 수가 없다.
정말, 복잡해 죽겠다. 지금.
*
오후가 지나 저녁시간이 될 때 까지 내내 밀렸던 집안일을 했다.
모처럼 청소도 했고, 빨래도 하고, 이불도 털고. 그렇게 일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내 눈은 자꾸 한빈이 방을 힐끔거렸다.
아침부터 굳게 닫혀있던 저 방 문은 열릴 생각을 않는다.
할 일을 다 끝내곤 쇼파에 앉아서도 한빈이 방 문을 힐끔, 힐끔. 조용히 몸을 일으켜 한빈이 방 문을 슬그머니 열었다.
한빈이는 잠에 든 건지 평소보단 거칠지만 아까보단 순해진 숨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한빈이를 문 틈 새로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휴대폰 진동이 자꾸만 날 간지럽힌다.
조용히 한빈이 방 문을 닫으며 전화를 받으니 고등학교 동창이다. '오늘 저녁에 동창회 올 거지?'
" 으, 까먹고 있었어. "
- 뭐야, 너. 안 오면 안 돼. 너 맨날 빠졌잖아.
" 근데 오늘은 진짜 못 갈 거 같은데…. "
- 어쭈. 그래 보세요, 아주. 그럼 너희 집 찾아가서 거기서 동창회 하자고 한다?
" 뭐? 야, 그건 너무하잖아! "
- 그럼 나와.
" 씨이…. "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알았어, 하고 답했더니 장소와 시간을 꼭꼭 일러주더니 전화를 뚝 끊어버린다.
한빈이 상태가 저런데 혼자 두고 가긴 싫은데…. 그렇다고 안 갔다가는 정말 집으로도 찾아 올 놈들이 분명해서 안 갈 수가 없다.
그냥 한빈이 혼자 쉬게 둬야겠네.
되는 일이 없구나. 혼자 꿍얼거리며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데, 맞은 편의 한빈이 방문이 열리며 한빈이가 나왔다.
제 옆쪽의 벽에 기대어 날 바라보며 한빈이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물어온다.
" 어디 가? "
" 잠깐만 나갔다 올게. "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빨리 덧붙였다.
김지원 만나러 가는 거 아니야.
내 말에 한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 응. 갔다 와. "
" 혼자 괜찮겠어? "
내 물음에 걱정 말라는 건지 웃어주는 한빈이다.
한빈이에게 다가가서 축 처진 앞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겨 주었다. 얼마나 땀을 흘렸으면 앞머리가 이렇게 다 젖었어.
갔다 올게, 하고 작게 말하자 한빈이가 손을 뻗어 내 볼에 제 손을 올리곤 볼을 어루만져 준다.
" 갔다 와. "
한빈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문을 나섰다.
졸업한 지 그렇게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오랜만에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되게 반갑다.
누가 보면 졸업한지 한참은 지난 듯 그 땐 그랬지, 하며 밥도 먹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자연스럽게 술도 한 잔 마시고.
안 먹겠다고 손을 저었는데 가만히 내버려 둘 애들이 아니지. 딱 한 잔만 먹겠다고 분명 말한 거 같은데 어느새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세 잔이 되고….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꿀꺽 꿀꺽 잘도 받아 먹어버렸다. 얼마나 마신 건지 얼굴에 열이 잔뜩 오를 정도로.
하나 둘씩 취해가기 시작하자 다 같이 시끌시끌 하던 아이들은 다들 각자 제 옆의 사람, 혹은 제 앞의 사람과 이야기 하기 바쁘다.
내 옆의 애들은 이미 뻗은지 오래라 나는 멍하니, 알딸딸한 정신으로 생각에 잠겼다.
흐, 쟤는 하나도 안 변했네. 쟤는 진짜 많이 변했다. 성형이라도 한 건가? 아님 뭐, 대학 들어오면 다들 저렇게 예뻐 지는 건가.
한참을 아이들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머리에 누군가 떠올랐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김지원이 떠오를 줄 알았는데 떠오른 사람은 지원이가 아닌 한빈이었다.
한빈이…. 한빈이….
김한빈….
" 보고 싶다. "
순간 그렇게 말을 뱉었다가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랐다.
한빈이가 보고 싶어? 김한빈이? 지원이가 아니라?
취해서 헛소리를 하는 건가.
자리를 옮길거라던 예전 반장의 말에 나는 안 갈래, 하고 손을 저었다.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집 쪽으로 걸어가려는데 익숙한 듯한 인영 하나가 후드를 뒤집어 쓴 채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누구지…. 나 아는 사람인가? 어디서 본 거 같기도 하고.
모른 척 하기엔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이라 나도 모르게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얼레?
익숙한 모습은 다름 아닌 김한빈이다.
" 한빈아. "
내 부름에 한빈이가 웃으며 날 불렀다.
" 누나. "
" 어떻게 여기 왔어? "
" 누나 향기로. "
" 나 데리러 온 거야? "
" 응. 근데 묘한 냄새도 난다. "
" 아, 술 마셨어. "
" 취했어? "
한빈이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여기서 마주친 한빈이가 너무 반갑고, 이렇게 나 데리러 와준 게 예뻐 죽겠고.
종일 방문을 꽁꽁 닫고 있어서 얼굴을 얼마 못 봐서 그런가. 왜 이렇게 오랜만인 것 같은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나며 아니이- 하고 말이 늘어졌다.
취했네, 하며 웃던 한빈이가 가자, 하는 말과 함께 먼저 걸었다. 요새들어 내 어깨에 팔 걸고 걸어가는 건 왜 안 하지.
나란히 걷는데 한빈이의 손이 오늘따라 자꾸만 잡고 싶었다.
그 손을 먼저 잡았더니 한빈이가 날 물끄러미 바라본다.
" …잡지 마? "
" 아니. "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한빈이의 손을 꼭 잡은 채로 한빈이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빈아, 오늘 친구들 만났는데 진짜 진짜 반가웠어. 오랜만에 만나니까 애들이 다들 정말 예뻐진 거야. 남자 애들도 멋있고. 아, 맞다. 예전에 나 좋다고 따라다니던 애도 있었는데 말야. 걔가 오늘 만났는데 안경도 벗고….
쫑알대는 내 말을 가만히 들어주던 한빈이는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린다.
그 웃음을 보니까 아까까지는 안 이런 거 같은데, 이상하게도 점점 술이 깨는 것이 아니라 취기가 다시 오르는 듯 점점 정신이 몽롱하다.
나도 모르게 한빈이를 잡은 손에 힘이 빠졌다.
느슨하게 한빈이의 손을 잡고 있다가 그렇게 잡은 손이 떨어질 때 쯔음, 한빈이가 내 손을 꽉 잡는 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올 때 까지 한빈이는 내 손을 놓지 않았다.
현관 문이 닫히고, 집에서 풍기는 특유의 향이 내 몸에 더 힘이 빠지게 만들었다.
자꾸만 나른한 기분이었다.
눈이 풀린 내 모습을 본 건지 김한빈이 피식 웃었다.
" 눈 다 풀렸어. "
" 진짜? "
" 응. 진짜. "
" 아…. 아까 까진 괜찮았는데. "
" 얼른 들어가자. "
" 아. 너 몸은 괜찮아? "
현관에 나란히 마주보고 선 채로 묻는데, 한빈이가 '응.' 이라고 대답함과 동시에 현관의 불이 꺼졌다.
움직임 센서를 작동시키기 위해 손을 잡지 않은 팔을 이리 저리 움직이자 불이 다시 켜진다.
순간 마주친 한빈이의 눈이 아주 잠깐 일렁였다. 그러다가 금방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내 말에 한빈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물끄러미 한빈이를 바라보는데 이상하리만큼 오늘 따라 김한빈의 얼굴이 자꾸만 보고 싶다.
보고 있어도, 자꾸만.
꼭 갈증이 느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오늘의 한빈이는 괜히 예뻐 보였다.
볼도 다 나아서 반창고 없이 보들보들한 한빈이의 볼을 바라보는데 자꾸만 한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휘저었다.
뽀뽀 하고 싶다. 저 볼에.
술 기운을 빌려, 사실 술 기운이라는 핑계를 댔지만 진심이었던 것도 같다.
까치발을 들어 한빈이의 왼쪽 뺨에 짧게 입술을 댔다가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 일을 생각하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한빈이가 너무 예쁜 걸.
갑작스러운 내 뽀뽀에 김한빈이 당황한게 느껴진다.
받은 한빈이도, 한 나도 당황해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괜히 옆으로 피했다.
" 뭐야. 방금. "
" 어…. "
" ……. "
" 몰라. 나도 모르겠어. "
내가 하고도 내가 당황해서 시선을 어디 둬야 할 지를 몰라 헤메였다.
아무 말 없는 한빈이에 순간 술이 확 깨는 느낌이 든다.
나 방금 뭐 한 거지….
방금 뽀뽀 했어? 내가?
미쳤어. 오늘 대체 왜 이러지, 나.
순간 꺼지는 현관의 불.
꺼지는 틈에 내 턱을 감싸 쥔 한빈이의 큰 손.
그대로 한빈이와 내 입술이 마주닿았다.
살짝 내 입술을 무는 한빈이에 나도 모르게 아픈 나머지 아, 하고 짧게 신음을 뱉었더니 한빈이가 그 틈으로 집요하게 파고 든다.
뭐가 그렇게 급한 건지 숨 쉴 틈도 주지 않는 한빈이 때문에 자꾸만 숨이 차는 것이 느껴졌다.
흐으, 하고 앓는 소리를 내자 그제야 천천히 내게서 입술을 떼고 떨어진다.
" ……. "
우리의 움직임에 불이 켜지고 눈이 마주쳤다.
아무런 말이 오가지 않았다. 가쁘게 내쉬는 내 숨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한빈이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저 눈, 저 깊고 검은 눈이 내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머리 속에는 자꾸만 경보가 울렸다. 안 돼, 이건 아니야….
그치만 어쩔 수 없었다.
나 또한 자꾸만 김한빈에 대한 갈증이 일었다.
" 참고 있었어. "
" ……. "
" 못 멈춰. "
" …응. "
" 괜찮아? "
마주친 한빈이의 눈이 일렁인다.
나는 김한빈을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김한빈은 내 목덜미로 제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현관의 불이 다시 한 번 꺼졌다.
*
다음 화는 어떻게 써야 할지, 벌려놓은 판이 이런 거라 용기가 도무지 나질 않아요 (손을 덜덜 떨며)
ㅠ_ ㅠ
ㅠ _ㅠ
불마크가 달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뭐, 이건 나중 일이고! 일단은 짧게 공지를 하나 할까 해요
공지라고 해서 특별한 이야기를 전할 건 없는데 공지사항으로 글을 따로 쓰긴 좀 그래서 이렇게 7화에 같이 붙여 쓰게 되었네요
우선, 이 글들은 처음에 '썰' 이라고 시작해서 지금까지 '썰' 이라고 쓰고 있긴 한데
제 글은 썰 보다는 빙의글에 가까운 거 같아요! 고로 여주=제 독자님들!
빙의해서 보세요, 빙의해서, 여주가 나다 생각하고..♡
제목을 썰 대신 빙의글로 바꿔야 하나 싶은데, 그냥 그런 거 없이 '개 같은 김한빈 키우기' 까지만 쓸까 싶기도 하고, 이건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거 같아요
또, 1화부터 지금까지는 거의 매일을 글과 함께 찾아온 거 같은데
아마 8화부터는 조금씩 텀이 길어질 거 같아요 (우울..) 그치만 뭐 엄청 엄청 길다 그런 건 아니고!
여러분이 잊지 않도록 딱, 딱 맞춰 올게요
그러니까 저 잊으시면 안 돼요 ㅠ_ㅠ 잊으시면 미워할 거야.. 한빈이 자궁암으로 죽여버릴 거야..
ㅋㅋㅋ농담이에요
아, 그리고 텍파 얘기를 몇 분이 하시더라구요! 벌써부터 텍파를 원하시다니 (폭풍감동)
혹시나 훗날 완결이 나고 텍파를 만든다면 받고 싶으시려나 제 이쁜이들이 …?
이건 나중에 완결이 날 때 쯔음 다시 한 번 이야기 하도록 해요!
여러분이 텍파를 원하시면 당연히 만듭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늘 환영 반영!
늘 그렇듯 암호닉 신청도, 초록글 올려주시는 것도, 관심도, 사랑도, 오열도 다들 감사합니다 (하트)
저번 화에서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고 힘나게 해주시는 댓글도 너무 많아서 폭풍 감동 받았어요 제 이쁜이들 ♡ㅠ.ㅠ♡
구독료도 올리지 않고 늘 이대로, 열심히 쓸테니까
내용도 좋지만 아래에 제가 쓰는 글도 읽어주셨음 해요! 전 여러분과 소통 (+자기만족+여러분의 행복) 을 위해 이 글을 씁니다!!
뭐.. 그렇다구요
이게 다에요 공지사항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 독자님들 the love ♡
암호닉!
초코파이님, 아델라님, 자명종님, 뿌요님, 요맘때님, 누나님, 고데기님, 몽실님, 사랑둥이님, 김빱님, 늑대한빈님, 들레님, 핫초코님, 초코님, 밍밍님, 찰리님, 한빈사랑 나라사랑님, 김한빔님, 햫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