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너의 머리에는 가시가 돋아 있었지
내가 하나씩 하나씩 뽑아 줄 때마다 넌
활짝 웃어줬지
그럼 난 신이나 얼른 다음 가시가 뽑히길 기다렸지
마지막 가시를 뽑아주자 흙이 쏟아졌지
그렇게 넌 사라졌지.
아니, 흙이 되었지.
우리 강아지 여기 앉아 보렴. 할미가 얘기 하나 들려주마. 예전에 한 아이가 있었단다. 그 애 머리엔 가시가 가득 꽂혀있었어. 아파 보였지. 그래서 사람들은 가시를 뽑아 주려고 했어. 그렇게 하나하나 가시는 뽑혔단다. 근데 마지막 가시를 뽑고 나니그 아이는 죽어버렸어.
『왜요?』
글쎄, 아마 가시를 뽑는 게 너무 아팠던 모양이다. 넌 함부로 남의 가시를 건드리지도 뽑지도 않는 거다, 알겠지?
그때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어. 왜 아픈 가시를 뽑아줘서는 안 되는 거지? 몰랐거든. 지금에서야 곰곰이 생각해보니 알겠더라.
『뭐가?』
왜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칼에 찔린 악당 나오잖아. 근데 곧 잘 살아나더라고. 칼에 찔렸는데도 말이야. 왜 그런가 보니 뽑아야 쉽게 죽더군. 칼을 말이야. 그래야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 버리더군.
『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이 있는데?』
그 애도 그런 거 아닐까? 가시가 처음 박힐 때 아프고 쓰리고 그게상처고 그랬는데 아물기 시작하니 그럭저럭 살게 된 거지. 근데 그 아문 상처를 뽑아 준다는 사람이 왔어. 그래서 고마워서 활짝 웃었지.
처음엔 이 상처가 드디어 사라지겠구나 싶었겠지. 근데 아문 걸 다시뜯으니 너무 아픈 거야. 왜 상처도 딱지 진 거 떼어나며 아프잖아.
『응, 그렇지.』
그래서. 서서히 죽어 간 게 아닐까?너무 아파서. 상처를 떼어 내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