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내 예상대로 너는 천천히 미끼에 이끌려 내 세상으로 발을 내딛었다.
찬란하게 빛나지만 황폐하기 짝이 없는 나의 세상으로. 이제 곧 네가 내 세상의 진실을 알고,
깨달아 탈출하기엔 이미 늦어버렸음을 알 그날을 천천히 기다리고 있었을 때.
002
너는 말했다. 나는 이미 황폐하다고. 그래서 내가 너의 세상에 물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나 또한 너와 똑같은 세상을 가지고 있다고.
네가 내 세상의 일부로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너와 나의 세상이 부딪히고 있는 것 뿐이라는 사실을 내가 깨달았을 때.
003
너는 이미 내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었고.
나는 내가 착각하고 있었음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네가 마지막 한조각을 남겨둔 채 내게 경고 했을 때.
나는 그제서야 네게 사과했다. 아니, 네게 빌었다.
제발 너의 세상으로 내가 들어갈 수 있기를
004
누구의 세상이라도 좋으니, 너와 내가 하나의 세상에서 마주볼 수 있기를. 너에게 빌었다. 나에게 빌었다. 누군가에게 빌고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