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h Aalegra - Fool For You
1편? 링크: https://www.instiz.net/name?no=29944900&page=1&category=3
닝이 옆구리가 시리다고 계속 찡찡 대니까 아는 선배가 미팅 자리 생겼는데 나가보겠냐고 그럼. 추워지는 지금 시기 쯤이면 괜찮은 사람 별로 없는 걸 알지만 그냥 너무너무 뭔가 새로운 사람이라도 만나보지 않으면 막 몸이 간지러울 것 같아서 냉큼 나가겠다고 함.
그리고 미팅날. 의외로 상대 중에 닝 취향으로 괜찮은 사람이 있었음. 그 사람한테 더 관심 있게 질문하고 얘기하면서 친한 선배들이랑 나갔어서 더 재밌게 놀다가 거의 미팅 다 끝나갈 쯤에 잠깐 밖에 있는 화장실을 술 깰 겸도 해서 갔다옴.
그러다가 슬렁슬렁 돌아가는 길에 술집 입구에서 딱 마주친 사쿠사. 둘 다 엄청난 동공지진. 헐 미친 어쩌지? 하면서 머리가 새햐얘진 닝. 원래같았으면 멍멍 쿨하게 무시하고 지나갔을텐데 어째서인지 싫은 기분이 들지 않음. 왜지?
닝이 아주 잠깐 멈칫하던 사이 오히려 사쿠사가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가버림. 그런 사쿠사를 따라가듯이-사실 그냥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것 뿐이었지만-안으로 들어간 닝. 흘끗 눈을 굴려 사쿠사가 동기들하고 마시러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었음. 뭐 자기가 나왔겠나, 동기들이 끌고 나왔겠지. 어쩐지 자연스럽게 사쿠사의 행동패턴을 파악하고 있는 닝. 그런 예상이 자연스럽게 되는 자기가 어딘가 싫으면서도 묘한 기분이 듦.
다시 자리로 돌아온 닝이지만 어째선지 아까만큼 즐거워지지 않음. 즐겁다기보다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거에 집중할 수가 없음. 갑자기 피곤해지면서 집에 가고싶은 기분이 듦. 그러면서 머리 한구석은 자꾸 사쿠사가 앉아있던 테이블 쪽이 신경쓰임. 왜지? 왜지? 이게 다 망할 저 놈을 만나서 그런 건가? 그렇게 머릿속이 복잡해지다가 미팅이 끝남.
닝이 어기적 어기적 자리에서 일어나서 먼저 밖에 나와있을 때, 예의 닝의 맘에 들었던 남자가 조심스레 다가와서 번호 주실 수 있냐고 물어봄. 원래의 닝이라면 헐 대박; 하고 바로 번호 교환을 할 것이었음. 분명 미팅 초반에만 해도 그럴 마음 만땅이었음. 진짜 그랬음.
그런데 지금 어째서인지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음. 별로 기쁘다는 생각도 안 들고 두근거리지도 않음. 닝 그 남자의 말에 입을 잠시 달싹이다가 자기도 모르게 죄송하다며 거절함. ...어라, 나 저 남자한테 관심 있던 거 아니었나? 왜 거절했지? 자기도 멍하니 서있었음.
그리고 미팅 다 마무리 하고 터덜터덜 집에 와서 화장 다 지우고 렌즈 빼고 다 씻고 침대에 누우니까 그제서야 현타가 거하게 찾아오는 거임. 아니 내가 왜 굴러들어온 복덩이를 걷어찼지? 왜 거절했지? 왜 번호 안 줬지? 왜? 왜?
그 자기 미팅 내보내준 선배랑 어땠냐고 라인하면서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랜덤재생 시켜놓고 노래 듣는데 하필 노래도 사쿠사가 닝한테 이거 들어보라고 추천해서 둘이 같이 이어폰 끼고 들었었던 노래 나옴. 원래 같았으면 짜증나서 확 넘겨버렸을텐데 어딘가 짜증나는 건 똑같지만 왠지 넘기고 싶은 마음은 안 듦.
오히려 갑자기 아까 마주쳤던 사쿠사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름. 떠올라서 사라지지 않음. 노래를 들으면서 같이 놀러다녔던 곳이나 먹었던 거, 디폴트가 무표정인 주제에 가끔씩 웃어줄 때 설렜던 거 생각나고 사쿠사가 뿌리던 향수 냄새하고 밤에 함께 서로를 소중하게 아껴주고 난 후 잠에 들 때 곁에서 자기를 꼭 안아오던 사쿠사 품이 갑자기 막 떠오르면서 그리워짐.
...미.쳤나봐...하면서 구애인과의 추억을 회상할 때 '설렜던' 기억이 있었다는 것 자체에서 망했다는 걸 직감한 닝. 분명 엄청 깊게 사귄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둘이 의견 안 맞아서 싸웠던 걸 생각하면 머리 한 구석이 지끈지끈 아픈데, 왜 걔가 그리워지는 거지?
닝은 결국 핸드폰 화면 꺼버리고 베개 끌어안고 이불 끝까지 올려버림. 하지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겠지. 그렇게 닝은 자기가 찾던 건 새로운 애인이 아니라 사쿠사였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