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낯익은 얼굴이 보여 닝은 활짝웃어. 또 왔네, 생각하며 손님쪽으로 다가가겠지.
“오늘은 어떤 꽃 찾으세요?”
상냥하게 웃으며 저에게 말을 거는 닝에 마츠카와는 조금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하겠지.
“빨간 리본에 어울리는 꽃으로요.”
마츠카와는 늘 어느 한 꽃을 콕찝어 얘기하기 보단, 어떤 느낌에 어울리는, 어떤 향기에 어울리는 꽃을 추천하달라고 이야기해.
닝은 매일같이 제 가게에 찾아오는 남자에게 그가 말한 것에 어울릴 만한 꽃을 골라 정성스레 포장해 줘.
꽃을 건네 받은 마츠카와는 살짝 웃더니 인사를 하고 천천히 발걸음을 떼겠지.
남자답게 생긴 얼굴에, 키도 크고. 목소리도 섹시해. 완전 내스타일인데..아, 누군진 몰라도 저 남자한테 꽃받는 여자는 엄청 좋겠다.
요즘같은 시대에 저런 매일 여자친구에게 꽃 선물 하는 남자라니.
딱 제 이상형인 맛층을 보며 기분 좋은듯 웃는 닝이지만,
닝은 매일매일 행복한 표정으로 꽃을 사들고 가는 맛층에 자연스럽게 여자친구가 있다고 생각할거야. 그 여자가 나였음 얼마나 좋을까-.하며 괜히 그 남자가 나간 문쪽을 바라보곤 뾰루퉁해 있겠지.
그 다음날에도, 다음 날에도 제 가게에 찾아오는 마츠카와에 닝은 용기내서 말을걸어.
“여자친구분은 좋으시겠어요. 매일 꽃 선물도 받고.”
닝이 웃으며 꽃다발을 건네자 맛층이 받아들곤 살짝 웃으며 대답해.
“여자친구 없어요. 그냥 보고싶어서 사가는 거에요.”
제 눈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하는 마츠카와에 닝은 왜인지 얼굴이 빨개질거야.
“아...죄송해요.괜히..”
닝이 머리를 매만지며 시선을 내리깔자, 마츠카와가 닝을 보고 웃더니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
닝은 그런 마츠카와의 등짝을 바라보다 다시 용기를 내겠지.
“아,저..”
뭐냐는 듯 돌아보는 마츠카와에 닝은
“그럼 오늘..차라도 한 잔 하실래요? 저 오늘 일찍 마칠건데..”
“그래요. 밖에서 기다릴게요.”
마츠카와의 대답에 닝은 활짝 웃으며 서둘러 뒷 정리를 하겠지. 두근거리는 마음은 진정하지 못하고 더 빠르게 뛸거야.
그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긴장되는 탓에 눈도 제대로 못마주치고 어색한 공기만 흐르겠지.
근처 카페에 도착해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마츠카와가 커피를 받으러 간 사이 혼자 생각정리를 할거야.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저를 보며 바보같다고 생각하고 맛층이 돌아오면 무슨 이야기를 꺼낼지 고민중이었겠지.
“무슨 생각해요?”
“아..그냥..ㅎㅎ이것 저것..”
닝의 얼굴을 보고 귀엽다는 듯 웃는 마츠카와가 말을 꺼내.
“오늘 왜 일찍 마쳤어요?”
닝은 저를 보는 맛층에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가라앉히곤 핫초코를 홀짝이겠지.
“그냥..오늘은 일찍 마치고 싶어서요. 어차피 제 가게니까 아무도 뭐라하는 사람도 없구..”
따뜻한 핫초코에 긴장이 풀린 닝이 맛층에게 말을 꺼내기 시작해.
“그래서, 마츠카와 씨는 직업이 뭔데요?”
그날 이후 몇번이나 개인 적으로 만난 두 사람. 단 둘이 영화까지 보는 사이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저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 마츠카와에 닝이 다시 물어봐.
마츠카와는 그런 닝을 빤히 보다 능글맞게 웃으며 얘기하겠지.
“비밀.”
“치..혹시 백수에요?”
닝은 입을 삐죽대며 장난스럽게 물어. 그런 닝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마츠카와가 대답하겠지.
“네.”
“헐..아,ㄱ,괜찮아요!요즘 같은 시대에 청년 취업이 얼마나 어려운데. 저도 취업 하기 싫어서 그냥 제 가게 차린거거든요.”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짓다 다시 제 얘기를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닝을 보는 마츠카와의 눈빛이 부드러워.
그날도 그렇게 데이트를 마치고 닝의 집 앞까지 데려다 준 마츠카와에 닝이 소매를 잡고 조심스래 물어
“오늘은 그대로 집에 가기 아쉽기도 하고..”
계속 말해보라는 듯 마츠카와가 다정하게 웃으며 닝을 내려다보겠지.
“술이라도 한 잔 할래요? 나 술 좋아하는데.”
천연스럽게 웃어보이는 닝에 마츠카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근처 분위기 좋은 술집으로 이동하겠지.
술을 몇 잔 홀짝이던 닝이 빨개진 얼굴로 물어
“음..나이는 몇살이에요?”
“27이요”
저보다 4살 밖에 안 많다는 마츠카와의 말에 닝은 놀라 헤에?라는 소리를 입 밖으로 내. 곧 실례인걸 알았다는 듯 또 머쓱하게 웃어보이겠지.
“왜요, 생각보다 젊어서 놀랐어요?”
“ㅇ,아니에여 마츠카와씨 딱 27살로 보여서. 놀랐어요”
웃으며 뭇는 마츠카와에 닝이 말을 더듬으며 술을 또 홀짝여.
술을 좋아하는 것과 잘 마시는 것은 다르다는 말에 딱 알맞게, 닝은 한 병을 비우곤 알딸딸하게 올라오는 술김에 마츠카와에게 툴툴대.
“구래서, 직업 안가르쳐 줄거에여?나..사실은 기대하거든여. 내일은 가르쳐 줄까, 또 내일은 가르쳐줄까.. 근데 머 다 나혼자 기대하고 나혼자 실망하는거져 머”
닝은 서운한 듯 웃어보이다 마츠카와의 잔에 쪼르륵, 술을 따라 들어보여.
“쨘!”
마츠카와는 닝을 보며 말 없이 술을 원샷 하곤 잔을 내려놔.
“아 지짜..안가르쳐 줄거에여?혹시 머, 건달..?그런건가..”
꼬부랑 거리는 발음으로 저를 졸라대는 닝에 마츠카와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하겠지.
“군인.”
“헤에 진짜여? 아, 어울린다. 섹쉬하니까..아, 근데 아조씨..”
술에 취해 갑자기 저를 아저씨라 부르는 닝. 마츠카와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고 그녀를 내려다봐.
“아조씨..나 좋아해요? 그쵸, 좋아하져. 근데..왜 사귀자고 안해여?”
풀린 눈으로 또 시무룩해져 저를 보는 닝에 마츠카와는 다정하게 웃다가 얼굴을 조금 굳힐거야.
그 상태로 필름이 끊긴 닝은 다음날 아침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눈을 뜨겠지. 처음보는 벽지와 이불. 낯선 환경에 당황에 이리저리 제 몸부터 살펴.
속옷 위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셔츠만 걸친 채 누워있는 자신을 보고 후다닥 일어나 방을 나오겠지.
아무도 없는 거실을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뒤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면
금방 샤워하고 나온 듯한 마츠카와가 젖은 머리에 가운을 입고 닝에게로 걸어오겠지.
“잘 잤어요?”
아,사고쳤다.
닝은 어젯밤 일이 기억이 안나는 탓에 이 모든 상황을 조합해 보고 마츠카와와 술김에 자버렸다고 생각할거야. 급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꼼지락대겠지.
“아..저..죄송해요 어제는..제가 너무 취해서”
“괜찮아요, 난 되게 재밌었는데. 침대에서.”
제 귀에 작게 침대에서, 라고 속삭이는 맛층에 닝은 눈을 크게 뜨고 빨간 얼굴을 들어 맛층을 쳐다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