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이드 아카아시 후회물 1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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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 rain.
"......아."
며칠 째더라, 이 반정부군의 주둔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순간이, 대체 며칠 째인지. 닝은 이제 별 감흥조차 들지 않았어. 온몸이 부서져 내릴 듯 아팠고, 아카아시의 밑에서 하염없이 흔들리며 울음을 토해낼 때의 그 감정이 여직 닝의 몸 안에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슬픈 걸까. 따지고 보면 그런 것 같긴 해.
".......케이지."
분명, 끝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끝내 부르는 것은 그의 이름이었어. 미쳤지. 미친 게 틀림 없었어. 잊고 있었는데. 잊어 버리려 노력했는데. 부를 때마다 묘한 감정이 들었지. 꼭, 절절한 사랑이라도 한 사람처럼 애틋하기 그'지 없었으니. 케이지, 케이지. 아카아시. 이름을 부를 때마다 더더욱, 옛날 생각이 절실하게 났어.
- 닝상, 아프면 말해주세요.
가이딩을 하기 전, 열에 들뜬 얼굴로 작게 속삭이던 목소리. 뺨에 입을 맞추며 사랑을 속삭일 듯이 애달프게 목소리를 냈던 그때. 그래, 그때였던 것 같아. 아카아시에게 제 마음을 송두리째 내어주게 된 것은.
'...힘 빼세요. 걸리적거리니까.'
차갑게 가이딩만 욱여넣으며 매몰차게 말을 툭 내뱉던 지금과는 달리, 사뭇 따스한 어조로 저를 불렀던 옛날이 미치도록 그리웠어. 그때의 아카아시가 그리웠고, 지금 제 옆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사람이 정말 그 사람과 같은 사람인지 헷갈릴 지경이었지. 조용히 잠든 그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 보았어. 아니, 훔쳐 보았다는 말이 더 맞을 법해.
"...어느 쪽이 진심일까."
대체 어느 쪽이 진심이었어?
따스한 온기를 내어주며 정을 속삭이던 예전? 아니면, 차가운 냉기만 뿜어내며 가이딩만을 제 몸에 꾸역꾸역 집어넣는 현재? 어느 쪽이건 쉽게 놓지 못한다는 것은 맞을 듯 해. 어느 쪽이건 닝은 아카아시를, 쉽게 버리지 못할 테니까. 그것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아프게만 굴 수 있는 걸까.
이러다 네 아이가 생겨버리면, 넌 또 어떤 얼굴로 나를 볼까. 어떤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볼까. 좋은 얼굴은 아니겠지. 지우라고 할거야, 분명.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일시적인 잠자리에서 얻는 가이딩이 소중했어. 아직 제대로 놓지 못했거든. 하나하나의 온기가 소중해 그것을 틀어쥐었고, 제게 속삭이는 말이 아무리 잔인하다 해도, 그때 죽지 않았던 것으로 닝은 벅찼어. 그저 그걸로 행복할 수 있었거든.
- 돌아오면,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1년 전, 아카아시가 죽음으로 내몰리기 전, 가고 싶었다고 했던 곳이 어디인지도. 닝은 궁금했어. 아직 유효해? 유효하니? 물론, 아카아시는 이미 잠에 들어있었기에 돌아오는 말은 없었지만. 닝은 대답했지. 그곳이 어디든, 같이 가고 싶었어. 같이 가보고 싶었어, 케이지.
더는 쉽게 부르지 못할 아카아시의 이름만을 입에 담다가, 닝은 픽 웃어 보이곤 밖을 바라보지. 아, 달이 떴네.
- 지켜줄게. 넌 내 파트너잖아.
지키겠다는 약속, 지킨 걸로 해. 이걸로.
그래, 닝과 아카아시는 정부군 소속 파트너 센티넬과 가이드였고. 호흡을 맞추던 파트너였어. 그랬기에 반정부군과의 사투에 나란히 배정받은 것이겠지. 물론, 그것은 아카아시가 사망 처리되면서 당연스레 끊겼지만 닝은 여전히 아무도 제 파트너로 들이지 않고 아카아시를 기다렸어. 파트너 없는 센티넬은 드뭄에도, 그 모든 눈총을 피하면서까지 닝은.......
"좋아했나 봐, 널."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아버린 닝이었지만. 닿지 않았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개운했어. 속에 꾹꾹 내리눌러, 내리참고 있던 말을, 단어를 이제야 꺼내게 되었으니. 물론, 이 순간이 지나면 평생 꺼낼 일이 없겠지만.
"좋아했었어. 생각보다 많이. 생각보다 오래."
놓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앎에도, 놓지 못해 결국엔 네 밑에서 또다시 앙앙거리며 울어대는 것이. 이 어찌 어리석지 않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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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지만, 열심히 다시 가봅시다! 이 편에서는 완결 볼 수 있겠죠...?
센가로 임신튀 후회 캐가 죽을 만큼 후회하는 굴렁쇠 후회물 먹고 싶어 자급자족으로 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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