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이렇게 만든 건 누나예요.'
가이드 히루가미 X 센티넬 닝.
닝에게 자기가 죽을지라도 그 모든 것을 던지고
집착하는 히루가미가 보고 싶다.
정부군 소속 센티넬인 닝은 연구원도 겸임하고 있었음. 연구소에서는 점점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는 반정부군에 대항하기 위해 일반인을 불러다 임상 실험을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었음.
이른바, 후천적으로 가이드나 센티넬을 탄생시키려 하는 [생명공학 프로젝트]. 그 연구소에서 태어난 게 바로, 히루가미 사치로였고 그런 히루가미를 맡으며 가이드로서의 자질을 시험해 내야 했던 것이 닝.
하지만 어린 애를 데리고 뭘 그렇게 대단한 것을 할 수 있겠음.... 21세기에 임상 실험으로 아이가 태어난 것도 뉴스 1보 장식할 수준인데.
"오늘 약은 좀 덜 독할거야."
"매번 그렇게 말해놓고 독하던데."
"그건... 그래, 할 말이 없다. 미안해, 히루."
"선배한테 사과 받으려고 한 말은 아닌데. 음, 선배는 이런 곳, 안 질려요? 난 좀 지겨운데."
"내가 왜 네 선배야 인마."
"그냥요. 연구원 선생님이라고 부르기엔, 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지 않나? 아, 그럼 누나라고 부를까요?"
"...까분다."
A급 정신계 센티넬이었던 닝은 평생 실험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히루가미를 불쌍하게 여겨 결국엔 반정부군에 넘기는 것으로 승부수를 볼 것 같다.
원래 정의를 추구하는 집단에서 가장 큰 부정부패가 일어난다고, 정부군 역시 히루가미에게 온갖 실험을 강행하고 있었기 때문......
"...미안해. 미안해, 히루."
히루가미는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을 넘기는 닝에게 배신감+당황스러움+애증을 모두 느끼고, 상황 설명을 요구하지만 닝이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 하지 못하니 닝이 자신을 버렸다고만 생각하고 이를 악 물며 닝에게 말함.
".....날, 버리는 건가요."
그런 거죠. 그렇게 알아먹으면 되는 거죠.
닝은 자신에 대한 분노를 안고 살아갈 히루가미를 결국 바로 놓을 수가 없어서 히루가미의 눈을 가려주며 말할 듯.
".....삭제."
정신계 센티넬의 능력으로, 히루가미와 이제껏 지내왔던 기억을 모두 잘라내고 그 속을 비워버리고. 같이 나눴던 대화, 독한 약의 부작용으로 히루가미가 끙끙 앓았을 때 밤새 옆을 지키며 했던 간호도.
마침내 실험이 성공해 그가 가이드로서 발현했을 때, 처음으로 닝을 안고 따스하게 가이딩을 흘려보내주던 순간까지. 모조리 지워버리며 닝은 소리없이 흐느낄 것 같다.
"...오늘을 기억하세요. 난 절대 당신을 놓지 않을 테니까."
다시 만났을 땐, 그땐 대답을 들을 겁니다. 하고.
분명 무력으로 자신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 당연한 히루가미 역시 아무 말 없이 손끝만 덜덜 떨면 닝은 아무 말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말하겠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용서하지 마. 그냥, 그냥... 잊어버려. 나도, 예전도."
그것이 히루가미의 뇌리에 남은 닝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었음. 그대로 시야는 암전되고, 히루가미는 S-급 가이드(인체 실험으로 왔다갔다 표가 움직여서 제대로된 측정이 불가능해 임시로 붙인 등급)로 인정 받아 반정부군의 간부로 새롭게 오르겠지.
그렇게 닝과 생이별하게 된 히루가미에게 남은 기억은, 집착과 애증으로 얼룩진 닝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 뿐일 것 같음.
그렇게 몇 년 동안, 채 떠오르지도 않는 닝을 찾다가 정부군과의 전면전이 일어났을 때 그녀를 다시 만난 히루가미는 다시 말하겠지.
"오랜만이에요. 여기에 이제 살아남은 센티넬은... 당신이 전부인 것 같은데."
협조해 주시겠어요?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며 능글맞게 웃어 보인 히루가미가 이내 가이딩을 명목으로 자신을 꽉 안아오자 닝은 덜덜 떪. 자신을 이런 방식으로, 이렇게 찾아올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히루. 왜, 어째서. 이런 식으로..."
"잊어버린 것 같은데... 날 이렇게 만든 건 누나예요."
- 날 버렸잖아요.
...사실, 이 전면전을 일으킨 것도 히루가미였다는 걸.
닝은 그것을 깨닫기까지 몇 초도 걸리지 않았음. 왜냐고? 이 모든 일을 일으킨 것 같은, 정부군 측에 들어온 정보에 있던 반정부군의 우두머리 간부가
"A 섹터에 있던 G 소속 센티넬, 모두 사망한 것으로 판명났습니다."
.....히루가미에게 고개를 숙였거든.
그 순간, 히루가미의 가슴팍에 꽂혀있던 브로치에 눈길이 간 닝은 알게 됨. 히루가미가... 자신이 키워왔고, 반정부군으로 보냈던 아이가 '반정부군의 수장'이 되었다는 걸. 브로치에 적힌 알파벳을 보고 그 사실을 불현듯 깨닫지.
"누나가 날 한 번 버렸으니, 이번엔 주워다 쓰세요. 제 발로 돌아왔잖아요."
자신을 부드럽게 안으며 예쁘게 웃는 히루가미에 닝은 무언가 처음부터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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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드림이 먹고 싶었다.
닝에 대한 애증으로 넹글 돌아버린 히루가미가 애증+집착하는 드림, 자급자족하기 위해 아주 짧게 써봤다...❤️
새우탕 먹다가 적으러 달려옴